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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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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보다 달콤한 그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순간 노조미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가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호흡, 어째서인지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시야. 평소보다도 훨씬 더 뜨거운데도 이상하리만치 싸늘하게 떨려오는 몸. 참으려고 했지만, 목을 타고 올라오는 간지러운 느낌에 밭은 기침을 내뱉는다. "콜록!"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감기였다. 노조미는 한 팔로 침대를 짚어 몸을 지탱하며 일어서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질 않는지 이내 침대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혼자 살 때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는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며 노조미는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도저히 학교를 갈 몸 상태가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기..
언니랑 언니가 문득 몸이 움찔했지만, 그저 잠이 덜 깬 거라고 생각했지. 문득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지만 아직은 꿈 속이라고 생각했어. "코코로, 코코아, 코타로~ 일어났-" 눈을 번쩍 뜨고 말았어. 정말이지, 뭐람...바보같아. 너무 버릇이 되서 평소처럼 말해버렸어. 난 지금 혼자인데. 조용히 숨을 들이마쉬며 천장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잠을 깨우는 메미소리가 들려와. 어찌나 요란한지 다시 잠들면 혼내주겠다는 것처럼 들리더라구. 잠옷아래로 살짝 끈적이는 살갗이 그다지 기분 좋진 않았어. 간밤에도 더웠구나. 깨달았지. 여름 방학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이 무더운 여름날, 야자와 니코는 집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버렸습니다. 그래봤자 불과 그저께부터 시작한 일인데 아직 영 익숙치 않네요. 그래, 불과 그저께 저녁부터 시작..
마키쨩이 우리를 차별하는 것 같다냐. “마키쨩이 우리를 차별한다냐.”“???”평소와 같은 방과 후의 부실, 궁도부에 들러야 함으로 아직 오지 않은 우미와 말을 내뱉은 린을 제외한 7명은 모두 같은 의문부호를 띄었다.“리…. 린쨩?”“에…. 린쨩? 그게 무슨 소리야?”“맞아 린, 아이돌에게 차별이나 왕따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다고.”“마키. 너 린에게 무슨 일 했니?”“에엑? 마키쨩이?”“이미와칸나이.”“근데 린, 우리라 함은 누굴 말하는기고?”“누구긴 누구야! 우리 릴화를 말하는거다냐!” 아…….“붸에에….”린의 삐침이 가득한 외침에 모두가 이해했다. 린이 마키가 자신들, 릴화를 차별한다고 한 이유는 모를 레야 모를 수가 없었다.“어… 그래도 린쨩도 릴화 노래 좋아했잖아?”“좋아한다냐! 그렇지만 좋고 싫고의 문제가 아니다냐.”어떻게든 중재..
카메라와 스케치북 여름의 향기가 그윽한 거리를 마키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뮤즈의 연습이 없는 오랜만의 휴일. 언제나처럼 책상 앞에 앉아 참고서를 펼친 마키였지만 열어둔 창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서였을까, 문득 바깥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번 생각이 나니 도저히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 마키는 가벼운 외출복에 카메라를 챙겨 들고는 무작정 집을 나섰다.마키는 언제나 사진을 찍으러 가는 공원을 향했다. 요 근래 재개발 열풍이 불고 있는 역 앞 시가지가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들였는지, 얼마 전만 해도 이런 날씨 좋은 휴일엔 사람으로 북적이던 거리가 한산하기만 했다. 사람이 많은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마키로써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가로수에서 울려퍼지는 매미의 울음소리가 여름을 실감케 해, 마..
아직은 모르는 “그럼 먼저 갈게~” “수고했어요, 하나요.” 하나요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었다. 아직 연습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알파카를 돌보러 가야 했다. 평소에는 연습이 끝난 후에 가도 늦지 않았지만 알파카가 요 근래에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사육위원인 그녀는 수시로 알파카 우리에 향하고는 했다. 하나요가 가고 나서 연습을 재개할 생각인지, 우미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데크의 스위치를 끄고 그늘에 깔아 놓은 자리로 향했다. “이따가 보자냐~” “이따가 봐.” 계단으로 향하다, 붕붕 손을 흔드는 린과 짧은 인사를 건넨 마키를 뒤돌아보며 하나요는 빙긋 웃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나요가 계단을 내려가자, 옥상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기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얼마 가지 않아 그 정적은 흘..
니코 "백합영업이라는 거, 알고있어?" "백합영업이라니요?" 금시초문. 옛날부터 내려져온 이 말은 분명, 지금같은 상황에 쓰이는 말일겁니다. 모처럼 뮤즈의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기에 드디어 새로운 곡이 완성된 것인가 싶었지만, 저의 기대는 이번에도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니코...이 사람은 도대체 또 어떤 쓸데없는 것을 알아온 걸까요. 최근 '인기아이돌의 길을 걷기 위한 비결을 알아냈어!'라며 복도에서까지 설레발을 치고 다니더니, 고작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모두를 소집한건가요. 정말이지 선배로써 존경할 만한 구석이 없는 사람입니다. 차라리 호노카가 들고있는 빵을 선배로 모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니코에게는 실례겠지만, 모처럼 호노카를 열심히 일하게 할 기회가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사라져 가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나, 코우사카 호노카! 23살. 스쿨아이돌이었어! 뮤즈가 끝나고 시간은 흘러갔다.다들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여 공부를 하고 대학교에 들어가고 직장을 구해 일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우미쨩은 집안을 이어가기 위해 뭔가 열심히 하는 중이고 코토리도 의상의 공부를 하기위해 해외로 갔다.하지만 나 코우사카 호노카는 아직도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대학교를 다니며 열심히 공부를 하고 그 와중에 진정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겠지 생각하고 있었지만 왠지 이것도 저것도 성미에 차지 않는 일 뿐이었다."하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지나가는구나."뮤즈의 아이들과 제각각 흩어져버리고 가끔씩이지만 조금씩 만나고는 있다.그 때마다 모두들 자신의 지금 삶에 만족 한다는 듯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호노카는 가슴 한구석이 조금씩 타오르는 기분이 들었다.다들 ..
별빛의 꽃 새삼스러운 질문이지만, 누군가는 린에게 이렇게 물을 수도 있겠지. '린은 하나요를 얼마나 좋아해?'라고. 그야 물론 정말정말저엉~말 좋아해! 헤헤. 카요찡은 린과 하나야. 떼어놓고 말할 수가 없다냐.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엄마가 가끔 보여주시는 사진을 보면 말도 못하던 애기 때부터 카요찡과 둘이 같이 누워있곤 했어. 그렇게 생각하면 신기해. 기억에도 없던 시절부터 우리는 함께였으니까. 항상 카요찡은 상냥하고 착했어. 목소리는 조그맣고 나서길 좋아하지 않지만, 항상 묵묵히 도와주는 스타일이랄까. 모두에게 그래. 그리고 특히..린에게. 중학생 때는 가사실습을 한 적 있었는데 린은 워낙에 산만하니까, 칼에 손을 베였어. 너무 아파서 엉엉 울고 있었는데. 참 신기하지. 카요찡이 호호 불어주면서 반창고를 붙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