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영업이라니요?"
금시초문. 옛날부터 내려져온 이 말은 분명, 지금같은 상황에 쓰이는 말일겁니다. 모처럼 뮤즈의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기에 드디어 새로운 곡이 완성된 것인가 싶었지만, 저의 기대는 이번에도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니코...이 사람은 도대체 또 어떤 쓸데없는 것을 알아온 걸까요. 최근 '인기아이돌의 길을 걷기 위한 비결을 알아냈어!'라며 복도에서까지 설레발을 치고 다니더니, 고작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모두를 소집한건가요. 정말이지 선배로써 존경할 만한 구석이 없는 사람입니다. 차라리 호노카가 들고있는 빵을 선배로 모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니코에게는 실례겠지만, 모처럼 호노카를 열심히 일하게 할 기회가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사라져 가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속에는 니코에 대한 원망밖에는 남지 않습니다.
"백합영업!? 니코쨩, 설마 그런 금단의 영역을 알아보고 있었을 줄이...! 컥, 쿠헠! 푸헭!"
하나요...점심시간이 지나서도 주먹밥을 먹는 것은 뭐라하지 않겠지만, 노조미의 가슴크기만한 주먹밥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말을 하는 것은 그만둬주세요. 아이돌로써 글러먹은 얼굴이 되어버리지 않습니까.
"카요찡 지저분하다냥...그래도 린은 이런 카요찡도 좋아한다냥!"
아니아니, 린도 그런건 좀 거를줄을 알아야한다구요. 정말이지, 린의 사고방식은 자다가 깨어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카요찡, 백합영업이라는건 뭐하는거야?"
"아, 린쨩은 모르겠구나...백합영업이라는 건 말이야, 귀여운 여자아이들이 서로를 위하고, 아껴주면서 서로간의 애정을 과시하며 자신들의 인지도와 인기를 늘리는 것을 말하는거야."
"호에에? 그런거라면 우린 이미 백합영업이라는 걸 하고 있는걸? 호노카는 뮤즈의 모두를 아끼고있고, 뮤즈의 모두도 호노카를 아껴주잖아! 후히히, 이게 다~호노카가 귀여워서..."
"하아!? 호노카쨩, 백합영업의 위대함은 고작 그런 것으로는 부족한거야!"
아아, 결국은 나왔군요. 하나요의 엄격, 진지, 근엄모드(작명 : 우미쨩). 뮤즈의 누군가가 아이돌 혹은 쌀에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행동을 했을 때 튀어나오는 하나요의 또 다른 인격입니다. 상황을 보아하니, 니코가 알아온 것은 아이돌에 관련된 잡지식인게 분명하군요. 아아, 이런 쓸데없는 토론을 할 시간에 작곡, 작사 회의를 하거나 안무 연습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텐데...호노카를 성실한 인간으로 교육할 기회이기도 하고요.
"확실히 뮤즈의 모두는 서로를 소중하게 대하고 있지만...그것만으로는 백합을 어필하기에는 부족한거예요! 뭐라고 할까, 여자아이들이 서로를 의식하고, 서로를 의지하다가, 나중엔 서로를 원하게되고, 그러다가 결국에는 스킨쉽을..."
"파, 파렴치합니다!"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아니, 그렇지만, 스킨쉽이라니요!? 그거, 분명 몸을 만지는 거 맞죠? 그, 그런건 너무 파렴치합니다! 뮤즈 모두의 풍기가 위험합니다! 풍기가 문란해지면, 학생회에서 단속을 할테고, 나아가서 스쿨아이돌이 서로의 몸을 만졌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사회풍기문란죄로 경찰이 들이닥치겠죠. 그러다가 뮤즈의 모두가 유죄판정을 받고 감옥에 들어가고, 명단에 빨간 줄이 그어지고, 종국에는 사회적으로 죽음을...아아, 아버지 어머니, 불초한 딸을 용서해주세요, 그런 일이 닥치기 전에 차라리 자결을...
"근데 그 스킨쉽이라는거 말이야, 노조미가 평소하는 주물주물아니야?"
"아이다. 내의 주물주물은 어디까지나 뮤즈 모두의 체형을 확인하거나, 뮤즈가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한 체벌로써의 의미밖에는 없다."
"다른 사람의 가슴을 함부로 주물주물 만지는거 자체가 올바르진 않은거 아니야?"
"어라라~? 이상한 말을 하는 린쨩은 주물주물이데이~?"
"히, 히이익! 여, 역시 이런건 카요찡이 말하는 백합영어가 아니다냥~!!!"
"백합영어는 또 뭐야...의미를 모르겠어."
아, 그런데 생각해보니 지금 학생회는 호노카와 저, 코토리가 아니었던가요!? 아아, 이럴수가. 저희의 풍기가 문란한 것을 저희의 손으로 직접 단속해야한다니. 아...! 호노카! 안돼요, 안됩니다! 저는 몰라도, 호노카는 아무런 잘못이 없어요!
"저기, 우미는 어떻게 생각해?"
안되겠어요. 이렇게 된 이상, 저쪽에서 저희를 조사하기 전에 제가 먼저 자수하는 수밖에는 없겠습니다. 그리고, 제가...호노카의 몫까지 죄값을 치르겠습니다. 아아, 호노카. 당신은 언제까지나, 순수한 아이로 남아주세요. 그리고, 제가 없어도 언제나 바르고 꿋꿋하게 자라주세요...흑흑.
"우미쨩! 마키쨩이 불러!"
"아, 예!? 저, 저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뭐래...그것보다, 우미 너의 생각을 묻고 싶은걸? 사실 생각해보면, 백합영업에 가장 가까운건 너잖아?"
"아, 그건 정말 파렴치하다고 생각, 아니, 뭐라구요?"
"그렇잖아? 너, 평소의 인생이 대부분 호노카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거, 모두가 알고있다고."
"무, 무슨...! 제가 그럴리가 없지않습니까! 저도 저만의 인생이 있습니다! 호노카에게만 신경쓰고 살만큼, 저 소노다 우미의 인생은 여유롭지가 않다구요!"
"아, 빵 떨어뜨려 버렸다-! 오늘도 빵이 맛있었는데..."
"호노카아! 정말이지, 호노카는 제가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겁니까!"
저는 호노카가 흘린 빵을 서둘러 닦아내고, 호노카의 입가와 손을 닦아주었습니다. 정말이지, 호노카는 이런 사소한것 까지도 저에게 의존해야하는 걸까요. 어릴적의 호노카는 정말 믿음직했는데...지금은 언제나 제가 뒤치다꺼리를 안해주면 하루 살아가기도 힘든 아이가 되어버렸군요. 아아...호노카, 언제쯤 제가 바라는 성실하고 여성스러운 아이가 되어줄까요...
"...뭐야, 그 여유롭지 않다던 인생 어디에 두고오셨어...?"
"우미는 정말로 호노카를 열심히 챙겨주는구마."
"린은 저런 우미쨩도 좋아한다냥~! 아, 물론 저런 호노카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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