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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아직은 모르는

“그럼 먼저 갈게~”

“수고했어요, 하나요.”

하나요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었다. 아직 연습이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알파카를 돌보러 가야 했다. 평소에는 연습이 끝난 후에 가도 늦지 않았지만 알파카가 요 근래에 가벼운 감기에 걸렸다고 해서, 사육위원인 그녀는 수시로 알파카 우리에 향하고는 했다.
하나요가 가고 나서 연습을 재개할 생각인지, 우미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데크의 스위치를 끄고 그늘에 깔아 놓은 자리로 향했다.

“이따가 보자냐~”

“이따가 봐.”

계단으로 향하다, 붕붕 손을 흔드는 린과 짧은 인사를 건넨 마키를 뒤돌아보며 하나요는 빙긋 웃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하나요가 계단을 내려가자, 옥상 문을 닫는 소리와 함께 기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얼마 가지 않아 그 정적은 흘러가듯 호노카가 중얼거린 말소리에 깨어졌다.

“…마키쨩은, 하나요쨩한테만 상냥하지?”

“하, 하아?”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마키는 황당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호노카의 그 말보다 더 마키를 놀라게 한 것은, 주위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동조하듯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었다. 특히 린과 니코는 매우 공감한다는 듯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머리를 위아래로 끄덕여대고 있었다.

“확실히 그렇다냐~ 마키쨩은 린을 너무 함부로 대한다냐!”

“맞다니까. 아무리 선배고 후배고 신경쓰지 말자고 했다고는 해도 일단은 니코도 선배거든?”

“무, 뭐야! 내가 뭐 어쨌는데!”

“아아, 그랬던 건가요? 어쩐지 아까 마키의 움직임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우, 우미?”

어쩐지 자신을 빼고는 다들 납득하는 분위기에 마키는 괜히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멈칫하게 만드는 말이 우미에게서 들려왔다. 마키가 당황해 우미를 돌아보자 우미마저도 이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마키가 하나요의 손을 잡고 춤추는 파트에서 이상하게 경직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갑자기 소극적인 움직임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렇다냐! 린이랑 같이 춤 출때는 린이 마키쨩 발에 걸려 넘어져도 별로 걱정하는 것 같지 않은데, 카요찡이랑 같이 추게되면 마키쨩 엄청 신경쓰는걸!”

“정말이라니까. 니코의 말에 일일이 태클이나 걸고 말야!”

“그건 지금 나오는 얘기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에리가 난감한 듯 말했지만 니코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마키 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마키는 마키대로 무언가 변명할 거리를 찾고 있는 듯 했지만,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린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

“숙제 보여 달라고 할 때에도 카요찡한테는 아무 말 없이 보여주면서 린한테는 화낸다냐!”

“아니, 그건 린의 잘못이겠죠.”

“린이 마키쨩 도시락에서 계란말이 가져가면 머리를 때리면서, 카요찡한테는 먼저 반찬 바꿔 먹자고 권한다냐!”

“그건 린쨩이 먼저 바꿔묵자고 얘기하면 되는거 아이가?”

“그치만 맛있어보였는걸!”

린의 발언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우미와 노조미에게 차례로 태클을 먹었다. 만담이라도 하듯 떠들어대는 릴리 화이트 멤버들의 목소리에, 마키는 화제가 바뀌어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호노카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마키쨩, 평소에 잘 안 웃으면서 하나요쨩한테만 잘 웃는단 말이지.”

“붸에에?!”

“그치만, 방금 하나요쨩 내려갈때도 엄청 상냥하게 웃고있었는걸. 그치, 코토리쨩?”

“글쎄, 코토리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코토리는 말했지만, 누가 들어도 모르는 척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말투였다. 내가 도대체 언제 그랬다는 거야! 반론하고 싶어도 어째서인지 다들 똑같은 생각인지 마키의 편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방관하고 있는 에리조차도 마키가 하나요에게만 상냥하다는 의견 자체에는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하던 마키였지만, 노조미와 린과 만담을 나누다 정신을 차렸는지 두어 번 손뼉을 치며 연습을 재개하자는 우미의 말에 그 고민은 곧 끊어지고 말았다.

“원, 투, 쓰리, 포!”

데크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미가 치는 손뼉의 박자에 맞춰서 몸을 움직이면서도, 마키는 계속 생각을 하고 있었다.내가 하나요에게만 상냥하다고?
마키에게 뮤즈 멤버들은 모두 소중한 존재였다. 그저 부모님이 정해준 진로만을 밟아 지루한 학생시절을 보내오던 마키에게, 즐거움을 알려준 친구들이었다. 누가 더 소중하고, 누가 덜 소중하고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었다.린이나 니코라고 해서 다를 바는 없었다. 물론 린이나 니코가 한 말에 거짓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마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바꿔 말하자면, 그만큼 마키는 그 둘을 신뢰하고 있는 것이었다. 린의 신체능력을 생각해보면 조금 험하게 다룬다고 해도 린이 다칠 리가 없었다. 3년이나 아이돌 연구부를 지탱해온 니코의 멘탈이 마키의 독설이나 태클에 무너질 리도 없었다. 물론 그것만을 믿고 마키가 불합리하게 린이나 니코를 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치만 실제로 린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고, 니코의 발언이 썰렁한 것을 어쩌겠는가. 
그렇지만 하나요는 그 둘과는 달랐다. 운동이 특기인 것도 아니고, 아이돌을 동경하면서도 뮤즈에 들어가고 싶다는 얘기도 쉽게 꺼내지 못할 정도로 소극적인 아이였다. 린이나 니코같이 대하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으니까. 유리 세공품처럼 세심하게 대하는 게 옳지 않겠냐고 마키는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자신의 잘못이 아니다.
마키는 스스로 납득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하나요에게만 상냥하다는 그녀들의 말도 사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린이나 니코가 하나요같은 성격이었다면 당연히 마키도 그녀처럼 대하지 않았겠는가. 이건 다 린이나 니코가 강한 탓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지만, 마키는 모르고 있었다.
모두와 함께 있을 때에도 마키의 시선이 자연스레 하나요에게 향한다는 사실을.
하나요를 보고 있을 때의 마키는, 그 어느 때보다도 상냥한 미소를 짓는다는 사실을.

고개를 끄덕이는 마키의 뒤에서, 코토리는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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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특상회날 썼다가 순식간에 묻혔던 문학 재업한당

마키파나 짱짱


근데 제목 짓기 넘 힘들다 제목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