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일까?"


길을 지나가던 도중 곤란해하는 할머니를 도와서 받은 사랑의 묘약.


그 할머니에게 분홍색과 파랑색 묘약을 받았다.


분홍 묘약을 먹은 사람은 파랑 묘약을 먹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반하게 된다는 약이라고 한다.


"그런게 있을리가 없지. 그냥 암시같은 거겠지."


이런 주술적 암시를 걸어서 지금 사귀고 있는 상대와 더욱 사랑에 빠진 것만 같다는 그런 암시.


정말 이게 효과가 있는 거라면 그 할머니는 때돈을 벌었겠지.


"잠이나 자자."






다음날.


그래도 말이야.


혹시 모르니까 시도나 한번 해볼까?


누구에게 먹여볼까?


여기선 역시 마키 이려나?


아니야. 확실치도 않은거에 마키를 먹였다가 무슨 부작용이 일어나려고, 아니면 그냥 혼자서 먹어봐?


니코는 탁자 위에 분홍, 파랑 묘약을 두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드르륵.


"안녕. 어라? 니코뿐이야?"


"마, 마키 안녕."


마키는 부실로 들어와 의자를 빼내어 자리에 앉았다.


"근데 테이블 위에 있는 그건 뭐야? 음료스?"


"에? 아... 이거? 그래 맞아. 음료야. 요즘 개량해서 나온건데 이런 소량의 액체만으로도 갈증이 가시고 몸에 활력이 들어온데."


"그거 사기 아니야?"


"아, 아니거든!"


마키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묘약을 바라보더니 하나를 낚아채갔다.


"자, 무슨 짓이야!"


"아니. 정말인가 싶어서 먹어보려는 거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마키는 한번에 원샷해버렸다.


그리고 니코의 자리에 남아있는 분홍 묘약.


니코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만약 이 묘약이 정말이라면 니코는 마키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지금도 마음 속으로는 사랑을 하고 있는데 어떤식으로 될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조금이지만 머리를 써볼까?


"마키~ 그거 알아? 사실 방금 마신거 사랑의 묘약이야. 마키가 마신게 파랑색이였지? 내가 이 분홍색을 먹으면 마키는 내게 반하게 되있다고?"


"의미 모르겠는데?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니코는 단숨에 분홍 묘약을 들이켰다.






"그래서? 뭔가 일어나?"


"아니.... 아무거도..."


역시 거짓말이었나?


"정말이지. 그런 거짓상술에 넘어가지말라고."


"아, 아하하. 그렇네~"


아 쪽팔려.....


쪽팔려서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마키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쪽팔려온다.


정말로 쪽팔려서?


아니야. 너무 예뻐서 바라볼 수가 없는 거야.


마키는 예쁘다.


바라보는 니코쪽이 얼굴이 빨갛게 물들 정도로 예쁘다.


"하아하아...하아!"


숨이 가빠진다.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심장은 계속해서 속도를 올려가며 뛰기 시작한다.


뭔가 애절한 감정에 사로잡혀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아쉬워서, 마키를 잡고 싶은 감정만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니코?. 왜그래?"


"아, 아무거도.... 아, 니야."


말하는게 벅차다.


좋아해.


정말 좋아해.


지금까지와의 좋아와는 백배 차이날 정도로 좋아해.


감정이 소용돌이 치기 시작한다.


지금이라도 당장 마키를 끌어안고 싶어.


사랑한다고 외치고 싶어.


하지만 최소한의 양심이 니코의 이성을 지켜주고 있었다.




"니코? 상태가 안 좋아보이는데? 양호실로 데려다줄까?"


마키의 손이 니코에게 다가온다.


타앗!


반사적으로 니코는 마키의 손을 후려쳐버렸다.


"괜찮아.... 니코, 먼저 가볼게....."


몽롱한 기분을 이겨내며 부실 밖으로 천천히 걸어나간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집이었다.


니코는 바로 이불에 누워 베게에 얼굴을 묻었다.


아직도 뜨거워....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아.


"니코는 마키를 사랑해."


하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거짓덩어리다.


묘약에 의해 만들어진 값깐 감정.


니코의 본심이 아닌 거짓된 감정.


"아니야. 마키를 좋아한다고..."


그러나 마음 속 한편에서는 약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라며 자기자신을 몰아가고 있었다.


분명 묘약 때문에 이런 감정을 처음 느껴보기는 한다.


묘약 때문에 마키에게 더욱 빠져버렸다.


묘약 때문에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묘약 때문에 진정한 두근거림을 알게 됐다.


묘약 때문에 이것이 다 거짓된 감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니코는 정말 마키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래선 완전 약 때문에 사랑에 빠진거 같잖아."


눈물이 흘렀다.


괜히 이런걸 먹어서 이런 슬픔은 알게 될 줄 알았다면 시도도 하지 말걸.


뺨에서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을 니코는 막을 수가 없었다.








니코는 계속해서 마키를 피했다.


다시 얼굴을 마주한다면 이번에는 버틸 용기가 없어서.


자신의 무언가가 끈켜버린채 마키를 덮쳐버릴지도 모른다면서.


이런 거짓된 감정으로 둘다 상처받는 일은 원하지 않는다며.


자기자신에게 핑계를 대며 계속해서 도망쳤다.


마키도 니코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는지 다가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 같았다.


그래. 이걸로 된거야.


이런 거짓말 같은 일로 서로가 상처 받을 수는 없어.


니코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이건 아니라고 보니까.


애초에 우리들은 서로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였던거야.


서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에만 바빴던 우리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 틀어져버렸다.


또 다시 스스로의 감정을 숨긴채.


그렇게 니코는 자기자신의 마음을 까맣게 덧칠해 나갔다.






"니코, 잠시 나 좀 봐."


갑작스러운 마키의 부름.


꽤나 당황하였지만 니코는 마음을 다잡고 마키에게 갔다.


이런건 확실하게 마무리를 지어야하기 때문에.


"니코, 설마 나를 피하는 이유가 그 사랑의 묘약이라는 것 때문이야?"


"그런거... 아니야...."


거짓말이다.


사실대로 말하는 것보다 거짓말로 확실하게 끝을 맺고 싶었기에.


"그럼 왜 내 눈을 바로 보지 못하는 거야?"


마키는 니코에게 다가왔다.


두 눈을 쳐다보며 강하게 바라봤다.


타들어가버릴 것만 같다.


마키가 쳐다보는 곳은 전부 녹아서 새빨갛게 타버리는 기분이었다.


"니코! 나는 니코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는 몰라. 하지만 이유도 모른채 이렇게 무시 당하기는 싫어."


똑 부러지는 대답.


니코는 기가 죽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였다.


"내가 싫다면 싫다고 말해. 지금 당장 여기서!"


"나, 니코는.. 마키가....."


말하는 거야. 싫다고.... 싫어한다고...! 이런 거짓된 마음으로 마키를 사랑할 자신이 없다고!!"


털썩...


결국 말하지 못하였다.


애꿏은 눈물만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다고! 니코는 이제.....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으니까!!"


미쳐버릴 것만 같다.


머리로는 안된다고 하지만 마음만은 계속해서 마키에게 향하고 있다.


머리와 마음이 서로 줄달리기를 하듯 팽팽하게 끌어당겨 이도저도 못하게 니코를 얽메였다.






"나는... 니코를 사랑해."


까맣게 물들어간 마음에 빛이 들어온다.


"그러니까, 마키는 니코를 사랑하고 있다고!"


처음에는 한줄기였던 빛이 점점 세어나와 구석까지 전부 밝히기 시작했다.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짓은 그만두자. 나 니시키노 마키는 야자와 니코를 좋아해. 사랑해."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눈물이 터져흘렀다.


"하, 하지만... 니코의 감정...은! 거짓투성이라고!! 묘약으로 이루어진 가짜투성이라고!"


"니코가 묘약으로 느낀 사랑이라는 감정보다 더욱 크게 사랑하겠어."


마키는 니코를 강하게 끌어안았다.


도망치려고 발버둥치는 니코의 몸을 더욱더 쎄게 끌어안았다.


"그럼 이번엔 마키가 니코에게 사랑의 묘약을 줄게."


마키는 니코의 턱을 살며시 잡았다.


점점 마키의 얼굴이 다가오며 니코는 피할 생각도 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눈을 감았다.


마키의 혀가 들어온다.


입천장을 살며시 긁으며 반대쪽 입에서 묘약이 넘어오기 시작한다.


"으.. 읍!"


꿀꺽!


니코는 마키에게서 넘어온 묘약을 마시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강하게 거절하였지만 점점 힘이 풀리며 마음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지금까지의 고민을 한번에 녹여내려주듯 마키의 묘약은 니코의 전신을 훑어 지나갔다.


그리고 마키는 서서히 입술을 떼었다.


서로의 입술을 이어주는 사랑의 묘약.


그것을 바라보며 니코와 마키는 웃었다.


"니코, 사랑해."


"정말이지.... 이런 묘약을 마시면 더욱 빠져나갈 수 없잖아."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거 없이 다시 입을 맞추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잘 반할 수 있도록 사랑의 묘약을 나눠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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