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럽갤문학/단편

일어났어.

안녕, 니코쨩. 먼저 사과부터 할게.
니코쨩이 줄 서서 사왔다는 푸딩 있잖아?

그거 한입 먹어버렸어.

그...이게 고의가 아니라
어쩌다보니까 그렇게 되어버렸어

니코쨩이 냉장고에 먹을거 넣어놨다는 부분에서
바로 냉장고가 어디있나 찾으러 갔거든.

음...그러니까,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냉장고를 발견하고 바로 문을 열었어.

근데 마치 날 위해서 사 놓았다는 듯이
떡하니 가운데에 푸딩이 있는거야.

난 니코쨩처럼 단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날 위해 무언가를 사 놓은 걸보고 엄청 감동했어.

그 뒤로는 뭐, 포장을 벗기고
옆에 붙어있던 플라스틱 스푼으로 한입 떠먹었어.

조금 많이 달았지만 맛있었어.
그리고 쪽지를 펼쳐서 다음 줄을 읽었는데...

그제서야 푸딩을 먹지말라고 써놓은걸 본거야.

미안해, 나중에 내가 줄서서 사올게.


근데 이거
포장에 X월 XX일까지 판매하는 한정푸딩이라고 써있네

...어제까지 였구나.



미안




정말 미안



나중에 만나서 제대로 사과할테니까...
지금만큼은 용서해줘. 쓰고 싶은 말이 한가득이니까.

우선, 걱정해줘서 고마워.

일어나자마자 기억이 하나도 안나서 엄청 혼란스러웠거든.

이 다음부턴 니코쨩의 설계대로,
스마트폰 위에 있는 종이쪼가리를 펼쳤어.

글씨체부터가 니코쨩같았는데, 정말 니코쨩이더라고.

덕분에 혼란스러운 감정이 한 순간에 가라앉아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

지금은 푸딩때문에 다시 혼란스럽지만 말이야.
...이 이야기는 진짜 그만할게.

니코쨩이 놓고간 약도 두알 먹었고,
푸딩 옆에있던 샌드위치도 다 먹었어.

샌드위치는 니코쨩이 직접 만든거지?
어딘가에서 사왔다기에는
저번에 만들어준거랑 맛이 비슷하네.

뭐, 맛있었어. 고마워.

...하아. 아직도 내가 니코쨩이랑 잤다는게 믿기지 않아.

내가 정말 니코쨩을 껴안고 잤어?
그럴리가 없어.

그거 사실 나 아니야, 니코쨩.
니시키노 마키의 탈을 쓴 외계인이야.
니코쨩은 완벽하게 속아버린거라고.

...진짜 나 아니야!

말도 안돼...

...내가 니코쨩을 멋대로 껴안는다던가,
아니면 니코쨩이 해주는 저녁을 먹고, 함께 잔다던가.
그런건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라고 정했었어.

조금은 더 어른이 되고나서, 조금은 더 준비를 한 다음에,
니코쨩이랑 가까워지고 싶었단말이야.

나도 나름대로 니코쨩을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어.

물론, 나는 니코쨩처럼 직접 돈을 버는 사회인이 아니라서
그렇게 큰 선물은 못하지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대답은 이걸로 됐지?

으, 역시 부끄럽네.
니코쨩은 어떻게 이런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거야?

아, 그리고 일 끝나면 계좌 보내.
택시비 반반하자.

그럼 나 집 갈게. 안녕.













P. S.

혹시 니코쨩이 바보라서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마음의 준비가 끝나면
자그마한 선물과 함께 직접 말해줄게.

그때까지, 니코쨩도 제대로 기다려 줘.

니코쨩은 부탁하는거라고 했지?
유감이지만, 나는 강요하는거야.

아직은, 아직은 내가 너무 어리니까...

니코쨩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기다려야할지도 몰라.

그래도...기다려준다고 약속해줘.


나도 기다릴테니까.

 

 

 

'럽갤문학 > 단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노카는 오늘 니코쨩한테 칭찬받는다  (0) 2021.10.27
사생팬  (1) 2020.06.02
일어났으면 봐 줘!  (0) 2019.08.14
꿈꾸는 플록스 :) -下(完)-  (0) 2019.05.14
꿈꾸는 플록스 :) -上-  (0) 2019.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