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쨩이 울었다. 아니, 울고 있다.
이유……. 이유는 모른다.
내 잘못인가? 그렇다면 뭘 잘못한 거지?
“…….”
“니, 니코쨩.”
3학년 수학 문제를 풀 때보다 더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다.
지금 내 머리에 누군가가 귀를 갖다 대면 뇌가 굴러가는 소리가 날지도 모르겠다.
나는…그저 부모님과 와키상이 이틀 동안 집에 오지 않기 때문에,
나 혼자 있기에는……그, 외롭기도 하고,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모두를 초대해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글러먹은 이 성격 탓에 파티가 끝날 때까지 말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고 해가 저물 때쯤이 되자 하나 둘 씩 떠나가고,
깔끔하게 정리된 부실에는 나와 니코쨩 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항상 그렇지만, 니코쨩과 단 둘이 있을 때에는 먼저 말을 걸지 못한다.
절대 어색하거나 불편한 것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고 입을 벌리려고 하는 순간
니코쨩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오기 때문에 나는 좀처럼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니코쨩은 왜 아직도 집에 돌아가지 않는 걸까.
분명 졸업하자마자 여러 연예 기획사에서 니코쨩을 연습생으로 데려가겠다고 난리였지.
당연히 니코쨩이라면 가장 크고 유명한 곳으로 들어갈 줄 알았지만,
의외로 한창 성장 중인 중소 기획사에 몸을 담갔다.
이런 쪽은 잘 모르니까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겨우 그런 곳에서
니코쨩이 제대로 빛을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뭐, 니코쨩도 나름 자신만의 생각이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
어쨌든 간에, 오늘은 이렇게 된 이상 집에 니코쨩이라도 한 번 데려와서 잡담이라도 나누자고 생각했다.
그동안 니코쨩은 너무나도 바쁜 나머지 연락을 한 번도 못 했기 때문에
물어보고 싶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기억력이 꽤 좋은 편이기 때문에,
니코쨩이 갑자기 울어버리기 전까지는 하고 싶은 질문의 순서를 하나씩 정리해두고 있었다.
그동안 뭐하고 살았는가, 동생들은, 또 부모님은 잘 살고 계신가, 뉴 니코니 스마일은 어떻게 되었는가.
뭐, 지금은 저 질문들 외에는 전부 까먹은 상태니까 기억력이 좋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우읏…….”
“니, 니코쨩…….”
“달이…히끅, 진짜 이쁘다.”
“붸에에, 그, 그렇지…….”
설마 달이 너무나 아름다운 나머지 울어 버린 건 아니겠지?
니코쨩은 의외로 감성적인 면이 있으니까, 저런 걸 보고 울 수도 있겠네.
확실히 달에 구름이 걸쳤을 때에는 산신령이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으니까.
하지만 뭔가 다른 느낌이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달을 보는 니코쨩의 눈동자가 평소와는 사뭇 달랐으니까.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것 같다.
이미 본인 손으로 눈을 몇 번이나 비벼댔지만, 그렇게 강하게 하면 니코쨩의 얼굴에 상처가 날지도 몰라.
하지만 손수건도, 휴지도 없다. 결국 나도 내 손으로 닦아주는 수밖에 없다.
잘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러운 행동이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지금 떠오르는 게 이런 것뿐인걸.
“마, 마기쟝……?”
“……길 한복판에서 이러고 있으면, 오토바이에 치일지도 몰라.”
아, 최악이다.
조금 더 생각하고 말을 했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푸흡. 뭐야 그게, 진짜 요령 없다니까. 바보 마키쨩.”
“뭐, 뭐?! 사람이 기껏 생각해줬더니……!”
“……미안해.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버려서 눈물이 찔끔 나와버렸어니코~♡”
“어떻게 봐도 찔끔 수준이 아니잖아…….”
뭐야, 그런 거였구나.
나는 말 주변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무의식적으로 남을 상처 입히는 말을 한다.
그래서 이유도 모르게 싸우고, 엄청나게 생각해서 겨우 눈치 챘을 때에는 이미 싸운 뒤고…….
나는 이러한 부분 때문에 나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고 있다.
너무 한심해서, 나를 한심하게 느끼는 것 자체도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결국 끝이 없는 어둠으로 빠지는 느낌이다.
물론 이 외에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지만 말이다.
솔직히, 모든 게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처럼 완벽에 가깝지만 한두 가지가 부족한 사람이 있는 거지.
여하튼, 니코쨩을 상처입힌게 아니라서 안심이다.
니코쨩을 힘들게 하는 건 정말 싫다, 안 그래도 니코쨩은 연습생이라서 힘드니까.
“……사람 놀라게, 갑자기 울지 말란 말이야.”
“미안해~ 그건 그렇고, 마키쨩이 당황하는 얼굴 정말 귀여웠어니코~♡”
“…….”
“…죄송합니다, 니콧.”
다시 평소의 니코쨩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니코쨩이 엄청난 아이돌이 되어버려서, 얼굴 한번 보는 것조차 엄청 힘들어지더라도.
다시 만났을 때는 지금처럼 언제나의 밝은 니코쨩이었으면 좋겠어.
니코쨩 뿐만이 아니야.
되도록, 모두와……모두와 함께 행복한 일상을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어.
……나한테는 너무 과분한 소원이려나?
*-*-*-*-*-*-*-*-*-*-*-*-*-*-*-*-
니코쨩이 누워있다.
내 침대에서, 내 옷을 입고, 내 이불을 덮고, 내 옆에 누워있다.
처음에는 침대를 내어주고 바닥에서 자려고 했지만,
니코쨩이 엄청나게 반대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나 외의 사람과 함께 잠든 적이 별로 없다.
합숙이라던가, 그런 건 단체 활동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만,
단 둘이……게다가 가족도 아닌 사람이 내 옆에 누워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다.
“마키쨩~초절정 인기아이돌 니코니랑 같이 자는 기분이 어때?”
“……아직 아니지 않아?”
아, 실수했다. 니코쨩은 이런 쪽에서 프라이드가 높으니까, 조금 더 생각했어야 하는데.
어쩌지, 또 싸우게 되는 걸까, 어떻게 사과해야하지? 하지만 아직 아닌 건 맞잖아. 맞는 말이잖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니코쨩은 미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러네~ 니코는 아직 초절정 인기연습생이니까~ 아이돌이 되려면 좀 더 노력하지 않으면 안 돼♡”
“…….”
니코쨩은 정말로 이해할 수 없다. 가끔 나와는 아예 다른 생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니코쨩의 팬들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저런 부분을 좋아하는 거겠지?
“그런데 마키쨩, 아까 봤던 달도 이름이 따로 있어? 뭔가 되게 색이 예뻤어.”
“……블러드문이야. 인터넷에서 오늘 볼 수 있을 거라고 했거든.”
이름은 저래도 사실 그냥 월식일 뿐이다. 앞으로 운만 좋으면 몇 번이든 볼 수 있다.
게다가, 피처럼 붉은색이 아니라 연한 주황색의 느낌으로, 오렌지문 쪽이 더 적절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니코쨩에게 말하면 분명 또 낭만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겠지…….
뭐, 그래도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붉은색에 가까웠으니까 OK인가?
“마키쨩 생일에 마키쨩 색 달이라니, 뭔가 낭만적니코~”
“……4월에 뜨는 건 핑크문이라고도 해.”
“응? 핑크색이 아닌데? 왜?”
“……궁금해?”
핑크문의 유래를 인질로 삼아 니코쨩에게 뭔가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하루만 더 자고 가주면 알려준다고 해볼까?
……역시 부끄럽다. 왜 자꾸 저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다니, 처음 알았다.
니코쨩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내가 대답해주길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가, 아까 봤던 달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 달은 내가 살아있는 동안 몇 번이라도 볼 수 있겠지만,
니코쨩은 앞으로 바빠질 테니 TV에서 밖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조금 더 오래 있고 싶다. 조금 더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좋겠다.
그래, 아예 시간이 멈춰 버리는 건 어떨까? 정말 행복할 것 같아.
하지만 야속하게도 째깍이는 소리는 계속된다.
나에겐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 같은 게 없으니까, 당연한 일이다.
그래, 허튼 생각 하지 말자. 어차피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니까.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해야지, 언제까지 망상에 빠져있을 거야?
“……들어봤자 별로 재미없을 텐데.”
“에~ 그래도 궁금한걸. 말해줘니코-”
“……옛날에, 북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보름달에 이름을 붙여서 계절을 관찰했다고 해.
그 중 4월은 플록스라는 분홍색 꽃이 개화하는 달이었기 때문에, 그 때의 보름달은 핑크문이라고 불렀어.”
“헤에~ 마키쨩은 정말로 뭐든지 알고 있네.”
“좋아하니까. 어쩌다 보니 알게 된 거야.”
피아노 다음으로 제일가는 취미가 천체 관측이다 보니,
가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이리저리 자료를 조사한다.
그러다보면 살아가는데 딱히 도움이 되지 않을 법한 정보도 머릿속에 들어오게 된다.
물론 취미라는 게 인생에 도움이 되라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하긴. 니코도 마키쨩 좋아하니까, 마키쨩에 대해서 많이 알게 돼.”
“뭣…….”
“농담♡ 혹시 기대했어?”
“기, 기대했을 리가 없잖아! 바보 아니야?!”
아아, 그 때와 똑같은 느낌이다.
내가 아직 1학년이고, 니코쨩이 3학년일 때. 그 때의 느낌.
그 때의 나는 자존심을 굽힐 줄을 몰랐기 때문에, 의미 없는 걸로 많이 다투었다.
그냥 넘어가면 되는 사소한 장난도,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다.
지금은 서로를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니코쨩의 짓궂은 농담도, 나의 공격적인 언행도, 분명 받아들여줄 것이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이런 점에서는 조금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끄러운 초인종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도대체 누구일까? 이런 밤중에 초인종을 누를 사람이라면, 택배?
기껏 이불을 턱 아래까지 덮고 잘 준비를 끝냈는데, 귀찮게 다시 일어나야 한다니.
“후후, 니코의 선물이 도착했나보네. 나가봐.”
선물? 생일 선물이라면 이미 직접 만든 케이크로 받았는데 말이다.
니코쨩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말 귀찮지만, 밖에 있는 사람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으니까. 나가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니코쨩과 같은 이불을 덮고 있기 때문에,
니코쨩이 덮은 부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몸을 돌려서 빠져나간다.
문을 열고 나가기 전, 뒤를 돌아보니 니코쨩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앞으로…… 나는 저 미소를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걱정 마, 분명 괜찮을 거니까♡”
선물에 대한 것이겠지만, 어째선지 조금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정말이지. 치사하다고, 니코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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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길게 느껴지는 복도를 넘어, 초인종이 울린 곳을 향해 걸어간다.
보통 이렇게 따로 준비할만한 선물이라면, 크기가 좀 큰 선물이려나?
아니면 니코쨩의 정성이 들어간, 잘 꾸며진 분홍색의 작은 상자?
어느 쪽이든 부모님한테 보여드려도 상관없는 선물이었으면 좋겠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도어락의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천천히 열리는 문.
“……?”
“안녕하세요, 마키. 갑자기 파자마 파티라니, 조금 놀랐습니다.”
“에?! 파자마 파티?! 린은 잠옷 안가져왔다냐!”
“리, 린쨩. 아까 분명 챙겼다고 하지 않았어……?”
“아, 맞다! 깜빡했다냐~”
그곳에는 생각지도 못한 7가지의 선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물들은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며 집안으로 뛰쳐들어간다.
방금 전까지 잘 돌아가던 머리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는다.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다. 필사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본다.
허락도 없이 남의 집에 사람을 초대했다, 그리고 그것이 선물이라고 했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원래대로라면 화를 내고도 남았을 터지만, 어째선지 화가 나지 않는다.
화가 나기보다는……그 반대.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니코쨩은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일까?
최근 내가 여러 가지 이유로 불안해하고 있다는 것도,
오늘 니코쨩 뿐만이 아니라 모두와 함께 밤을 지새우고 싶었다는 것도, 전부?
그 때, 갑자기 단단하면서도 살짝 말랑한 무언가가 내 등을 콕 찔렀다.
“붸에엣?!”
“놀랐어?”
“뭐, 뭐야…….”
“뭐긴 뭐야. 누구보다도 마키쨩을 잘 알고 있는 니코니-라서 줄 수 있는 선물이지.”
하하, 어처구니없는 상황과 니코쨩의 오묘한 언행이 맞물려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받았던 선물들은 그나마 양 팔에 들어오는 크기였는데.
이런 건 너무 크고 많아서 받을 수가 없잖아.
니코쨩은 그 작은 몸으로 이런 걸 어떻게 준비한 거야?
말하지 않았는데도, 어째서 나를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야?
역시 아무것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할 수 있는 건 내 눈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니코쨩과 이리저리 널브러져있는 신발들 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봤자 다리만 아플 뿐이다. 지금 내가 해야 하는 건 단 한 가지.
나는 니코쨩의 손목을 잡고 선물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뛰어갔다.
니코쨩은 조금 놀란 목소리로 내 이름을 한 번 불렀다.
넘어질 것 같았다면 미안. 아까까지만 해도 조금 졸렸는데, 덕분에 완전히 깨버렸어.
고마워, 니코쨩.
입 밖으로는 절대 낼 수 없지만, 항상 하고 싶었던 한마디.
말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말해 줄 테니까.
마지막으로. 이 짧은 순간이 어째선지 영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수명이 다할 때 까지 여러 가지 형태로 모양을 바꿔가면서, 계속해서 나의 곁에 머물러 줄 것이라고.
이 기분은 뭐랄까.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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