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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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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돌아가자, 니코」 마키「정말로 니코는 나보다 나이만 많았지, 아직도 어린애네. 언제나 늦고. 매일같이 기다리는 건 언제나 나잖아」 마키「뭐, 그래도 오늘은 별로 안 늦었으니깐 돌아가는 길에 크레이프 사줄게」마키「니코는 딸기맛을 좋아했었지? 난 블루베리지만. 나눠 먹을까?」마키「그나저나 최근 들어서 연습이 영 재미없네」 마키「아직 돌아가기는 이르니깐 조금 더 이야기하다가 가자」마키「아니면 니코네집에 같이 갈까? 니코 동생들도 보고 싶고」마키「어때? 좋아? 아, 역시 무리려나...」마키「그래도 언젠가는 초대해줘?」 마키「자, 그럼 슬슬 시간도 됐으니깐 돌아갈까」마키「내일 또 보자」마키「당연히 내일만이 아니라 모레도, 앞으로도 계속이지만」마키「그게 당연한 거잖아?」 에리「마키...」마키「무슨 일이야, 에리?」에리「이제 그만두지..
마키「10년간의 첫사랑」 「니코니코니-! 안녕! 마키짱!」「...뭐야, 아침부터」「아니, 마키짱. 쉬는날이잖아? 그래서 놀러왔지」「돌아가」「너무하네, 정말. 기껏 니코가 여기까지 찾아 와줬는데 차 정도는 대접해줘야 되는 거 아냐?」「멋대로 찾아와서 그렇게 말해도...일단 들어와」 이 사람은 그때 이후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아무리 세상에 휩쓸렸어도 변하지 않는다. 「커피로 할래? 아니면 다른 거?」「니코는 교토산 특제차가 먹고 싶은데에」「오케이, 30엔줄테니깐 자판기 커피나 먹고 와」「아, 알았어! 알았다고, 정말. 커피로 줘. 그럼」「설탕하고 프림은 두스푼씩이면 되지?」「응」 그녀를 위한 커피를 타고, 스스로를 위한 블랙커피도 잔에 따른다.그리고 그녀에게 커피를 갖다주고는 자신 몫의 커피를 살짝 들이켰..
마키「혼자만의 졸업식」 하얀 숨이 토해진다.처음 만났던 봄이 지나가고,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여름이 지나고, 처음으로 서로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마주 볼 수 있었던 가을이 지나가고, 처음으로 입을 맞췄던 이 겨울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사랑스러웠지만 그렇기에 바라보기 괴로웠다.자신은 대체 어떤 말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그리고 그녀는 어떤 말을 할까. 「마키짱...」「졸업 축하해, 니코. 니코도 얼마 뒤면 대학생이네」「...응. 그렇게 되겠네」「니코가 무사히 졸업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었는데」「너무하네, 정말」「정말로...축하해. 진심이야」「고마워...마키짱한테 축하 받을 수 있어서 기뻐」 그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말은 나누지 않았다.그저 서로를 바라보며 가볍게 웃고는 그녀가 돌아..
마키「봄이 지나고 봄이 온다」 봄이 오기만을 계속해서 기다렸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를 계속. 「린들도 졸업이다냐...」「그러네, 들어온지가 엊그제만 같은데」「처음에는 마키짱하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나도 마찬가지야, 하나요」 3년간 많은 것을 얻었다.소중한 친구를, 즐거운 추억을, 자연스러운 미소를, 그리고 사랑을.3년간 하나를 잃었다.너무나도 소중했던 사람을. 「그러고보니깐 우리가 처음 들어왔을때는 이 학교도 엄청 조용했었다냐」「신입생이 거의 없었으니깐」「그, 그래도 결국에는 떠들썩한 학교가 되었잖아」「자랑 같지만 우리의 공도 있겠지, 전부 호노카들 때문이야」 그리고 당신 때문이야.뮤즈를 만들자고 제안한 건 호노카지만, 뮤즈가 있을 곳을 지켜준 건 당신이었으니깐.포기하지 않고, 지켜주었으니깐. 「하나..
니코「전해주지 못할 편지를 쓴다」 ※원작하고는 상관없는 패러렐 월드 바깥은 벌써부터 겨울이 찾아오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었다.무성하던 나뭇잎은 진작에 다 떨어져 뼈대만 남아 있었고, 꽃들도 잔뜩 웅크린채로 다시 한번 봄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라보며 나는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는 눈을 꿈뻑이며 다시 한번 펜을 들어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추워지는데 모두들 감기는 걸리지 않았을까.어디 아프거나 하지는 않을까.잘 지내고 있을까.이루고 싶던 꿈들은 이루었을까.언제나 웃으면서 지내고 있을까. 『잘 지냈었나요, 모두들. 너희들이 이 편지를 보고 있다는 것은 아마도 제가 죽었다는 거겠죠. 너희들에게 미리 말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쓰는 것만도 숨이 벅차온다.손은 이미 자신의 손이 아닌 듯 아무런 감각도..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니시키노 마키라는 여자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의내린다면 완전무결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으리라.의사라는 남 부럽지 않은 직업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집안, 명석한 두뇌, 외모, 심지어 노래나 춤 같은 것도 완벽한 말 그대로 신에게 사랑받으면서 만들어진 인간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비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밝혀지는 순간 상기했던 모든 것을 잃게 될 비밀을.아니, 한명은 알고 있겠지.그렇지만 그 한명도 그 비밀에 대해서 털어놓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는 것을. 「내일부터 태풍이 온대」「번거로워지겠네」「상관없잖아, 어차피 차로 움직이니깐」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숨을 토하게 만드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볍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공범을 쓰다듬는다.공범이라..
호접지몽 정신이 들고 보면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그리고 내 눈 앞에는 모두가 있었다. 「니코」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그 날의 미소를 지으면서.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아, 이것은 꿈이구나. 「왜 그...」 눈 앞에 서 있는 환영(幻影)의 멱살을 잡는다.너는 그녀가 아니야.그러니깐 웃지마.그녀와 같은 표정으로 웃지마. 「니코짱! 왜 그...」「사라져! 사라져버려! 사라지라고!」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건데.이런 꿈은 바라지 않고 있었단 말야.그러니깐 제발 사라져줘. 「니코ㅉ...」「가만히 있어, 호노카」「마키짱...괜찮아?」「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응? 그러니깐 잠깐만 빠져 있어 줘」「...알았어」 환영이 환영들을 이끌고 사라져도, 눈 앞의 환영은 사라지지 않는다.아니,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더 강렬한 존재..
NTR 「나 코토리짱이랑 사귀기로 했어」「그러니깐 그렇게 알아줬으면 좋겠어」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지만, 무심코 던진 말에도 누군가들은 경악하는 법이다.한명은 확실하게 혼이 빠져나간듯 하지만. 그리고 그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사람은 깨가 쏟아지는 커플이 되어서 모두의 위장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호노카짱! 입술에 밥풀 묻었어」「아, 진짜네...음...그럼 떼.줘♡」「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부끄러워...」「안 떼어주면 계속 이러고 다닐거야?」「호노카짱도 참」 그런 말을 하면서 입술로 밥풀을 떼어주질 않나. 「그러고보니 코토리짱은 귓불이 약했던가」「잠깐, 호노카짱! 여기서 그런 걸 말하면 안...꺄아앙!」「역시 코토리짱의 그런 반응은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