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키노 마키라는 여자에 대해서 간단하게 정의내린다면 완전무결이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의사라는 남 부럽지 않은 직업과 그를 뒷받침해주는 집안, 명석한 두뇌, 외모, 심지어 노래나 춤 같은 것도 완벽한 말 그대로 신에게 사랑받으면서 만들어진 인간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비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밝혀지는 순간 상기했던 모든 것을 잃게 될 비밀을.
아니, 한명은 알고 있겠지.
그렇지만 그 한명도 그 비밀에 대해서 털어놓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는 것을.
「내일부터 태풍이 온대」
「번거로워지겠네」
「상관없잖아, 어차피 차로 움직이니깐」
그런 실없는 소리를 하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숨을 토하게 만드는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가볍게 자신의 눈 앞에 있는 공범을 쓰다듬는다.
공범이라기보다는 열려서는 안 되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존재지만.
방금 전 까지 피웠던 담배의 냄새로도 눈 앞에 있는 사람의 채취는 덮지 못한다.
마치, 어린 시절 좋아했던 사탕과도 같은 냄새.
그 냄새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를 끌어당겨 그대로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췄다.
너무나도 익숙해진 살결의 감촉이 혀를 스치고, 뜨거운 숨결이 머리 위로 전해진다.
순간적으로 머리가 아찔해질 정도로 달콤한 색향이 풍기고, 어려보이는 모습에서는 연상되지 않는 그런 요염한 반응에 한층 더 갈증이 샘솟는다.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강렬하게 낙인을 새기듯이 어깨에 입을 맞추며 손을 아래로 뻗는다.
어설프게 살짝 부풀어 오른, 그렇지만 터무니없이 부드러운 그런 언덕을 지나자 그녀의 몸이 마치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면서 자신에게 파고든다.
그녀를 안고 있으면 어딘가 모르게 자신의 생명이 빨려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지금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런 느낌 속에서 느껴지는 쾌감에 의식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나 빨래 걷어야 되는데, 마키짱」
「빨래는 끝나고서라도 걷을 수 있으니깐」
창가에서 보이는 하늘은 곧 태풍이 올 것을 예고하기라도 하듯 꾸물거리고 있었다.
이래서야 그녀가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겉보기와는 달리 의외로 성실하니까.
「그러고 보면 그 때도...」
「응?」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그녀의 치마 속으로 손을 밀어넣으면서 생각한다.
그때도 이렇게 꾸물거리다가 비가 왔었지, 하고.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던 날을 떠올렸다.
아니, 떠올려버리고야 만다.
소중한 것을 잃고, 소중한 것을 얻었던 순간을.
고등학교 시절, 그녀와 나는 스쿨아이돌이라는 것을 했었다.
처음에는 반쯤 억지로 끌려가듯이 한거였지만, 나중가면 나름 정도 들었고 무엇보다도 그녀와 만나게 되었으니 불만 자체는 없었다.
그리고 그녀와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그녀가 멀리 떠나버리지 않을까, 그녀를 놓쳐 버리지는 않을까 하고.
그러나 결코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그녀를 대했다.
속에서는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검은 욕망이 소용돌이 치고 있었지만 그런 것을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숨기고.
그리고 그 날도 그녀와 나는 같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멀게만 느껴지는 집까지의 거리도 그녀와 같이라면 터무니없이 짧게만 느껴져서 아쉬웠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저 조금이라도 천천히 걸으면서 그 시간을 늘리려고만 했을 뿐.
그녀와 정신 없이 이것저것 얘기를 나누다가 각자의 집의 갈림길에서 우리는 헤어졌다.
내일도, 모레도 이렇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녀가 떨어뜨리고 간 걸로 보이는 지갑을 발견했다.
그날도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가 올 듯이 꾸물대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돌려줘야 된 다는 마음에 급하게 그녀를 쫓아갔다.
여차하면 그녀의 집에 가서 우산을 빌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계산도 어느 정도는 깔려 있었지만.
그리고 그렇게 그녀를 쫓아간 내 눈에 보이는 것은 그녀가 낯선 남자의 손에 붙잡혀서 끌려가는 모습이었다.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게 입을 막고, 움직이지도 못 하게 허리를 끌어안고 그녀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멍해졌었지만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 그 둘을 따라갔다.
그 남자가 그녀를 끌고 간 곳은 공사가 중단된 공사현장.
거기서 그 남자는 자신의 더러운 욕망을 그녀에게 분출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파악한 순간 내 몸은, 머리보다도 빠르게 움직였다.
주변에 널려 있던 벽돌을 집어들고 자신의 몸 아래에서 울부짖는 그녀의 옷을 벗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 남자의 머리를 내리쳤다.
비명소리와 함께 그 남자가 머리를 감싸쥐고 바닥을 뒹굴고, 그녀가 제대로 옷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놀란 눈으로 날 바라봤지만 그런 것은 신경쓰지도 않고 다시 한번 머리를 내리쳤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얼마나 내리쳤을까.
들고 있던 새빨간 벽돌이 원래의 색보다도 새빨갛게 물들고, 남자의 머리에서 튀어서 내 옷에 달라붙은 피가 굳어가기 시작할 즈음에서야 내리치는 것을 중단했다.
남자는 이미 숨이 끊긴 것 같았고 그녀는 그때까지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자신과 쓰러진 남자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마키짱...」
「괜찮아, 니코. 괜찮아.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니코를 괴롭히려던 사람은 내가 지금 이렇게 처리했으니깐」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이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집안도, 명예도, 부모님도, 다른 뮤즈의 멤버들도, 쌓아온 인생도, 앞으로의 인생도 어느 것 하나 신경쓰지 않고 이 사람을 위해서 사람을 죽였다.
사람을 죽인다는 공포감도, 내 손으로 생명을 끝장낸다는 죄책감도 없이 사람을 죽였다.
그런 것 보다도 그녀가 소중했으니깐.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녀를 가볍게 끌어안으며 위로해주고, 시체를 처리했다.
다행히도 공사가 중단된 지 오래 된 곳이었기에 당분간 그곳으로 사람이 올 걱정은 없었고, 그 판단은 주효해서 아직까지도 그 일이 공론화 된 적은 없다.
지금 와서는 증거도 남아 있지 않겠지.
아무튼 그런 곳에 있던 도구를 끌어모아 그 남자를 벽에다가 묻어버리고, 그녀의 옷을 추스린 후 그 장소를 빠져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살인을 저지른 것 치고는 지나치게 덤덤한 대응이었지만, 그 당시의 나는 더한 것도 할 수 있었다.
아니, 지금도 마찬가지겠지.
공사장을 빠져나오자마자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를 계속해서 끌어안았었다.
몸에서 무언가 잃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것이 빠져나간 기분이었지만, 반대로 다른 무언가가 그 공간을 채워주고 있었다.
그렇게 인간을 잃고, 사랑을 얻었다.
그렇기에 지금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감사하고 있다.
그 남자가 그녀를 노렸던 것을.
그녀가 지갑을 떨어뜨렸던 것을.
그 남자를 죽였던 것을.
그녀의 앞에서 그 남자를 죽였던 것을.
단순히 기절만 시켜도 되는 것을 죽여버리기까지 한 건, 어쩌면 내 욕망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스스로에게 살인이라는 족쇄를 채우고, 그 족쇄에 그녀를 같이 엮는다.
그녀는 나의 공범은 아니지만, 증인이니깐.
아니, 내가 그렇게 되게 만들었으니깐.
그렇기에 우리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다.
내 죄가 사라지지 않는 한은.
「마키짱」
「왜」
「그날 어째서 그런 짓을 했던거야」
「좋아했으니깐」
그래서 갖고 싶었던 거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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