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들고 보면 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그 날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리고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아, 이것은 꿈이구나.
「왜 그...」
눈 앞에 서 있는 환영(幻影)의 멱살을 잡는다.
너는 그녀가 아니야.
그러니깐 웃지마.
그녀와 같은 표정으로 웃지마.
「니코짱! 왜 그...」
「사라져! 사라져버려! 사라지라고!」
어째서 사라지지 않는 건데.
이런 꿈은 바라지 않고 있었단 말야.
그러니깐 제발 사라져줘.
「니코ㅉ...」
「가만히 있어, 호노카」
「마키짱...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깐, 응? 그러니깐 잠깐만 빠져 있어 줘」
「...알았어」
환영이 환영들을 이끌고 사라져도, 눈 앞의 환영은 사라지지 않는다.
아니, 사라지기는 커녕 더욱 더 강렬한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니코」
「내 이름을 부르지마! 어째서...어째서...그 녀석의 모습으로! 그 녀석의 목소리로! 그 녀석의...그 녀석의...」
이렇게까지 닮아 버리면 의심의 방벽이 사라지게 되어 버린다.
꿈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는데도, 그럼에도 꿈이라고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
꿈이 현실을 잠식해 나간다.
내가 알고 있던 '그녀'가, 가짜 '그녀'에게 먹혀서 사라진다.
「나는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나한테 왜 그러는지도 몰라」
그만둬.
그런 식으로 나한테 말을 걸지마.
날 위로하려고 하지 마.
날 설득하려고 하지 마.
「그렇지만 네가 나한테 이러는 건 싫어. 나는 너를 누구보다도 좋아하니깐」
「그러니깐...!」
좋아한다고 말하지 마.
그리고 이렇게 입을 막지 마.
그녀가 하던 식으로 키스하지 마.
「미안해. 나는 이런 문제에는 바보라서, 니코가 나한테 왜 이러는지는 알 수 없지만...그래도 한번만 용서해 줘」
「그래서는 안 돼. 아니, 그럴 수 없어」
「어째서? 내가 대체 니코한테 무슨 잘못을 한 거야?」
「너는 죽었으니깐, 내 앞에서 죽었으니깐」
그러니깐 죽은 사람의 추억을 끄집어내지마.
죽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지도마.
잊게 해줘.
아니, 잊지는 못 하더라도 적어도 추억으로만 남게 해줘.
이런 식으로 다시 보는 건 싫어.
「니코」
「그래서 네가 싫어. 그 녀석과 같다는 점에서 더 싫어」
「피곤했나 보구나.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싫어한다거나 하는 말은 하지 말아줘, 다른 사람한테는 들어도 상관없지만 니코한테는 듣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좋아해.
가짜인 걸 알고 있는데도 어쩔 수 없이 네가 좋아.
꿈이라고 해도 좋아해.
그렇지만 그래서는 안 돼.
그녀를 배신하게 되는 일이니깐.
그렇기에 싫어.
그러니깐 제발...
「날 놔줘」
부탁이야.
제발, 제발, 더 이상 날 흔들지 말아줘.
「니코. 네가 지금 나한테 왜 이러는지 솔직히 말해서 아직은 이해 못하겠어. 그렇지만...」
「...그만 둬, 말하지 마」
「어떻게든 너하고 화해할 거야. 어떻게든 다시 날 보면서 웃게 해 줄게」
「그만해!」
「그러니깐 조금만 기다려줘」
환영이 사라진다.
물거품처럼.
모든 것이.
실제와도 같았던 환영이.
아니, 어쩌면 환영과도 같았던 실제였을지도 모른다.
다시 꾸고 싶지 않은, 그러면서도 다시 꾸고 싶은 꿈일지도 모른다.
「...코」
「으...음...마키짱?」
「왜 그래, 어디 아파? 생전 안 자던 늦잠이나 자고」
「뭐야, 꿈이었나」
「꿈? 무슨 꿈?」
「글쎄, 기억이 나질 않네. 굉장히 슬펐던 거 같기도 하고, 기뻤던 것 같기도 하고」
「뭐야 그게. 아무튼 아침 준비했으니깐 빨리 씻고 와」
「오오, 쌩큐」
나도 참.
요즘 들어서 기력이 허해지기라도 한 걸까.
아아, 몸 관리 좀 해야지. 안 되겠네.
「그러고보니깐 니코」
「응?」
「안녕, 그리고 오랫만이야(ひさしぶ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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