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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마키「10년간의 첫사랑」

「니코니코니-! 안녕! 마키짱!」

「...뭐야, 아침부터」

「아니, 마키짱. 쉬는날이잖아? 그래서 놀러왔지」

「돌아가」

「너무하네, 정말. 기껏 니코가 여기까지 찾아 와줬는데 차 정도는 대접해줘야 되는 거 아냐?」

「멋대로 찾아와서 그렇게 말해도...일단 들어와」




이 사람은 그때 이후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아무리 세상에 휩쓸렸어도 변하지 않는다.




「커피로 할래? 아니면 다른 거?」

「니코는 교토산 특제차가 먹고 싶은데에」

「오케이, 30엔줄테니깐 자판기 커피나 먹고 와」

「아, 알았어! 알았다고, 정말. 커피로 줘. 그럼」

「설탕하고 프림은 두스푼씩이면 되지?」

「응」



그녀를 위한 커피를 타고, 스스로를 위한 블랙커피도 잔에 따른다.

그리고 그녀에게 커피를 갖다주고는 자신 몫의 커피를 살짝 들이켰다.

그녀는 이렇게 쓴 걸 뭐하러 먹냐고 그러겠지만 취향 문제니 어쩔 수 없다.

오히려 그녀에게 그렇게 밋밋한 걸 어떻게 먹냐고 되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그것보다 진짜로 무슨 일이야. 커피만 마시려고 온 건 아닐거고」

「그냥, 마키짱이 심심해 할 것 같아서」

「저언~혀 안 심심하거든!  어제까지도 계속 수술 하다가 밤 늦게야 돌아왔는데 이런 아침부터 찾아와서는...」

「그렇지만 니코도 스케줄상 휴일을 만들기가 쉽지 않으니깐」

「그럼 더 오지 말아야지. 니코도 쉬어야 될 거 아냐」

「괜찮아. 마키짱 얼굴을 보는 게 더 힐링이 되니깐」

「읏...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의미를 모르겠네, 정말」



이 사람은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그리고 거기에 하나하나 일일히 반응하는 자신도 살짝 싫어진다.



「그리고 말이지. 실은...」

「실은?」

「마키짱, 어차피 제대로 밥도 안 먹고 다닐 거 아냐. 저번에는 칼로리 메이트로 때우다가 니코한테 걸린 적도 있었고」

「그야 그렇지만...」

「그래서 오늘은 이 초 인기 아이돌 야자와 니코님이 특별히 닥터 니시키노 선생님한테 밥을 해주겠다는 말씀입니다!」

「필요없...」

「자, 자. 그러지 말고 일단 장부터 보러가자! 준비해! 준비! 니코는 이미 다 됐으니깐!」

「잠ㄲ...」



싫어하는 자신을 억지로 외출복으로 갈아입히고는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녀를 힐끗 바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이런 점에서는 그때와 달라진 게 없구나 하고.




「흥흥, 자 그럼 뭐부터 살까나...마키짱은 어떤 게 먹고 싶어?」

「별로. 특별히 먹고 싶은 건 없거든」

「그으~래? 그럼 마키짱이 싫어하는 거만 사버릴까나?」

「하, 하아!? 누가 그러게 놔둔대?」

「마키짱이 제대로 말 안한 게 잘못이거든?」

「아, 알았어! 알았다고! 겨울이니깐 굴튀김이 좋아, 굴로 하자! 굴!」

「굴인가아...응, 좋네. 그럼 바로 가자」




정말로 한치도 방심할 수 없는 사람이다.

어린애 같이 굴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낸다.

그런 점은 부럽다고 생각하면서도 배우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긴 하지만.




「자, 굴이 어딨으려나...」

「어머나, 야자와 니코씨 아니세요?」

「맞는데...누구시죠?」

「정말이네요! 니코씨의 팬이예요! 팬!」

「정말요? 니코니코니-! 기쁘네요!」

「꺄아아아악! 그걸 바로 앞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어요! 혹시 이 동네 사세요?」

「아뇨, 실은...」




그걸 계기로 조금씩 사람들에게 둘러쌓이는 그녀를 보면서 실소가 튀어 나왔다.

작금의 그녀는 전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시피한 초 인기 아이돌.

그녀가 언제나 했던 말대로 그녀를 보는 사람들에게 미소를 짓게 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그것의 결실을 얻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루어보면 그녀가 쉬는 날은 거의 없을텐데도 그런 얼마 안 되는 쉬는 날에 찾아와 준 것에 대해서 고마워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인 감사합니다! 니, 니코니코니-!」

「네, 즐거운 하루 되세요! 니코니코니-!」

「...」

「미안, 기다리게 했네. 마키짱」

「별로. 이렇게 될 거라는 것쯤은 예상했었고. 그것보다 빨리 사서 돌아가지 않을래?」

「아, 아아. 그랬지. 응, 진짜로 미안」

「미안해 할 거 없다니깐」




언제부터 이 사람은 자신에게 맞춰주게 된 것일까.

예전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맞춰주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녀가 자신에게 일방적으로 맞춰주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이 마치 자신만을 내버려 두고 저 멀리 나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썩 좋지만은 않았다.




「자, 그럼 집에 갈...으왓, 비 오네」

「정말이네. 지금이라도 우산 사 올까?」

「아니 아니, 됐어. 사실 니코는 이런 일도 있을 까 해서 우산을 하나 가지고 다니거든. 같이 쓰자」

「둘이서 될까?」

「괜찮아. 니코는 0.5인분이니깐 마키짱까지 포함해도 1.5인분이라서 문제없어」

「내가 왜 니코보다 두배는 무겁다고 취급받아야 되는지 모르겠거든?」



이러쿵저러쿵 하면서도 그녀가 내미는 우산안에 들어간다.

신장 차이 때문에 우산을 잡는 건 결국 내가 되었지만.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이런 적 있지 않았나?」

「뭐를?」

「둘이서 같은 우산을 썼던 적 말야」

「그런 일도 있었나」

「뭐, 기억 못하면 됐지만」



기억 못 할리가 없다.

그때도 이렇게 갑자기 비가 내렸고, 그녀는 자신에게 오늘과 똑같이 같이 쓰고 가자고 권유해주었으니깐.

그렇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는 꺼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저것도 전부 낯익은 거 투성이구나아」

「그만큼 붙어 다녔으니깐」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익숙해진건가, 무섭네」

「나이를 먹을수록 느는 건 옛날 생각뿐이라더니 니코도 그렇게 된 거 아냐?」

「으엑, 그건 좀 싫은데. 그냥 추억을 되새긴다고 표현하자고」

「네, 네」




조금씩 발을 내딛으면서 말없이 그녀의 옆모습을 관찰한다.

그때보다는 조금은 성숙해졌지만 아직도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얼굴.

트윈테일의 머리는 졸업과 동시에 풀어 내려, 지금은 무대에 설 때 가끔씩 하는 것 외에는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아직도 누구보다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고야 마는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신의 모습은 어떻게 비춰질까.




「돌아갈 때는 어떻게 돌아가야 되려나, 차도 안 가져왔는데」

「그럼 그냥 자고가지 그래. 어차피 방은 남아도니깐」

「그래도 돼? 그런 거라면 사양않고」




그런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면서 그녀의 모습을 계속해서 관찰하다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껴지던 기시감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니코...그...」

「응? 왜? 무슨 일 있어?」

「아니, 아니야. 아무것도」



물기 하나 느껴지지 않는 자신의 어깨와는 달리 조금씩이나마 확실하게 젖어가고 있는 그녀의 어깨.

마치 자신을 감싸기라도 하듯이 스스로의 어깨를 바깥으로 빼고 있는 그녀를 보고 떠올렸다.




그래, 그날도 이런 상황이었었다.

뮤즈에 관한 얘기와, 라이브에 관한 얘기,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도 그녀는 조금씩, 그렇지만 확실하게 자신의 어깨를 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날도 하나도 젖지 않고 집에 돌아갔고, 그녀의 어깨는 푹 젖은 상태가 되어서 돌아갔다.




그녀는 그때부터 자신에게 맞춰주고 있었던 것이다.

누나처럼, 엄마처럼.

그리고 그것은 지금에 와서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볍게 행동하고 있어도 본질적인 것만은 변하질 않는다.




「니코」

「응?」

「잠깐만」



그런 그녀의 어깨를 감싸쥐고 우산 안으로 끌어당긴다.

놀라서 평소보다도 더 커진 그녀의 눈을 보지도 않고 자신의 어깨를 빼서 그녀를 비에 젖지 않게 보호한다.




「됐어, 그나저나 빨리 가자. 슬슬 배고프고」

「아, 으, 응! 그러고보니깐 니코도 배 고프네!」




혼자 앞서나가는 짓은 용서하지 않는다.

어린애 취급받는 것도 사양이다.

그저 이렇게 같이 걸어가고 싶다.

손을 맞잡고, 발을 맞춰가면서.





내 10년간의 첫사랑은 앞으로도 길어질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