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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마키「7cm의 거리」

니코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지만 나보다 키가 작다.

아니, 멤버들 중에서 제일 작다.

어느 면에서 봐도 제일 작다.



「왜 그래, 마키짱?」

「아니, 아무것도」

「그것보다 오늘 연습은 얼마나 힘드려나아...」

「난 별로 안 힘든데」

「네, 네. 자, 빨리 연습하러 가자. 니코는 오늘도 힘낼거니깐!」



그렇지만 이렇게 보는 그녀는 너무나도 눈부시게 밝게 빛나고 있어서...그렇기에 서글펐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7CM.

좁혀지기에는 힘든 거리.




「에리짱들도 졸업이다냐...」

「어쩔 수 없잖아. 3학년이었는걸」

「그래도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 서운하다냐. 마키짱은?」

「나야, 뭐...별로.」

「니코짱하고도?」

「하, 하아? 갑자기 니코가 여기서 왜 나오지는 진짜로 의미를 모르겠거든!?」

「그렇지만 린이 보기에는 마키짱, 왠지 쓸쓸해 보인다냐...」

「기분탓이야! 기분탓!」



슬퍼해도, 울어봐도, 애원해봐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받아들여야만 한다.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638일.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거리.




「마키, 괜찮은건가요?」

「어? 뭐, 뭐가?」

「뭔가 요즘 들어서 넋을 놓고 있는 것 같아서...」

「괘, 괜찮아! 요즘 생각할 게 좀 많아서 그런거니깐!」

「그렇습니까...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자, 그럼 연습을 계속하죠」



보고 싶어도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없다.

못난 자존심이 벽이 되어서 자신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그 벽을 넘을 힘도 없는 자신을 발견하고 좌절하게 된다.

어른이 되기에는 아직 멀은 것 같다.

그녀와 나의 거리는 -97일.

좁히고 싶지만 좁힐 수 없는 거리.




「아, 이거 괜찮겠네. 어때, 니...아」



그녀가 떠난 지 100일 가까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녀의 흔적에 붙잡혀서 살아가고 있다.

눈을 뜨고 있어도, 눈을 감고 있어도 어디에나 그녀가 있다.




「저기, 손님...그거 사실건가요?」

「아뇨...나중에 다시 올게요」



그녀가 사라지고 나서 모든 것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연습도, 공부도 전부 재미가 없다.

그저 해야 되기에 하는 것 뿐.

어느 것에서도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숨을 쉬고 있는 것 마저도 지루하기 짝이 없다.

나는 앞으로 뭘 보고 웃어야만 하는 걸까.


~♪


「여보세요」

『안녕, 마키짱. 오랫만이네』

「니, 니코!? 어, 어쩐 일이야?」

『응? 아아. 마키짱이 잘 지내나해서. 그것보다 뭐야, 연락도 한번 안하고. 뭐, 니코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그, 그건...」

『됐어. 마키짱이 그럴거라는 것쯤은 예상했었고. 어쨌든 지금 잠깐 만날래? 공원에서』

「갈게!」



그녀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도 그녀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자신을 살짝 타이르고,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그녀의 목소리를 잊지 않은 자신을 칭찬하면서 달린다.

어른 같은 건 되지 못했다.

그녀를 잊지도 못했다.

벽을 넘지도 못했다.




그렇지만...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이렇게나 행복하다.

벽을 넘지는 못하지만 돌아서 갈 수는 있다.

잊지 못한다면 잊지 않으면 된다.

혼자서 어른이 되지 못한다면 둘이서 같이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면 된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되면 나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그리고 그녀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아니, 내가 어떤 표정을 짓더라도 7CM 아래의 그녀는 날 보면서 웃어주겠지.

누구보다도 밝은 미소로.

내가 좋아하는 미소로.

그녀와 나의 거리는 지금 0을 향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