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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2- 「...오랜만이야.」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겨우 한 마디를 뱉었다.대답이 돌아오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긴 연락의 공백은 서로에게 어색함을 남긴다.니코 쪽에서도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 『마키. 방금 전엔 왜 도망친 거야? 아니, 그보다 이 근처에 사는 거였어?』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혼자 자취해.」 『일?』 「응.」 전화기를 잡은 손끝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제발 그 이상은 묻지 말아줘' 라는 바보 같은 심정이 니코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다. 충동적으로 전화를 걸어버린게 후회스러웠다.지금까지 줄곧 니코와는 연관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왜 니코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지?우연히 니코와 마주쳤을 때 느꼈던 기쁨 때문일..
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1- 「후우ㅡ」 아직은 추운 3월의 늦은 밤. 추위가 느껴져 숨을 불어냈지만 입김은 나오지 않았다.바람이 살짝 불어와 단추가 풀린 재킷을 뒤로 밀어내려했다.대충 옷을 여미고 팔짱을 꼈더니 한결 따듯해진 기분. 마키는 비니를 눌러쓰고 지겨울 만큼 익숙해진 거리를 주욱 훑어보았다.이 방향으로 한참 걷다보면 모퉁이, 그 모퉁이를 돈 다음 좀 더 걸으면 편의점. 집 근처의 편의점은 썩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끼니를 값싼 돈으로 해결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적었다. 손가락으로 세려면 손을 열 번은 쥐었다 폈다 해야 할 만큼 편의점을 제집처럼 들락날락했더니, 이젠 편의점 직원이 주로 사는 물품을 기억할 정도였다.『어서 오세요! 담배는 늘 피던걸로 드릴까요? 아, 오늘은 토마토샌드위치가 떨어졌는데ㅡ』같..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 아무도 없는 한적한 부실.천천히 문이 열리며 그녀들이 들어온다. “저기 니코. 초콜릿 만들었어? 응? 만들었지!” “에? 당연하지. 너희들한테 주려고 사랑이 담긴 수제♡러브니코♡초콜릿을 잔뜩 만들어왔다고.” “그런 걸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잘도 말하는 구나…….” “먹고 싶어! 니코가 직접 만든 수제♡러브니코♡초콜릿 먹고 싶어!” 2월 14일.BiBi 유닛 곡의 연습을 위해 모인 그녀들이었지만, 연습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어느 샌가 발렌타인 초콜릿 이야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시초는 아야세 에리였다.초콜릿을 보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그녀로써 발렌타인데이는 그야말로 사랑의 결실, 1년이라는 긴 세월 사이의 하루뿐인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사물함은 후배들의 사랑이 담긴 초콜릿으로 가득 차..
호노카의 저녁 어두운 밤이 찾아올 무렵, 호노카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창문 밖에선 달빛이 쏟아져 그녀의 방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엔 노트북 하나가 올려져 있었고 그곳에는 어라이즈의 영상이 끝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호노카는 그 영상을 끝까지 보게 되면 다시 반복해 처음부터 보는 것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어라이즈의 노래는 멈출 줄 몰랐다. 방 가득 계속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방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시야를 비추는 유일한 빛은 형광등이 아닌 달빛이었다. 호노카는 되풀이해서 재생하는 것을 수십 번 한 뒤 어느 순간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그만두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침대로 향해 등을 맞대고 두고 누워버렸다. 호노카의 눈빛에는 어쩐지 서글픈 분위기가 자리 잡고 ..
폐교, 그리고 나타난 길 그날 학교 복도 벽면에 붙어있던 말을 잊지 못한다. 단 두 글자였다. 가장 큰 크기로 맨 위쪽에 쓰여있던 소식은 더할 말도 없었고 덜어낼 말도 없었다. 폐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너무나 컸던 그 말이었다. 평소처럼 우미와 코토리와 학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날도 빵을 사 먹으러 교실을 나가려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여러 사람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갑작스러운 말에 우미와 코토리는 서둘러 학교의 게시판으로 가 보았다. 그러나 소문은 사실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게 폐교라는 말이 쓰여있던 탓에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우미나 코토리도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살짝 몸이 흔들려 뒤로 넘어질 뻔했다. "호..
다시 시작하기 마구 쏟아지는 한밤 도시의 불빛들은 호노카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히 밝았다. 그녀는 지금 오토노키자카 앞, 눈이 부시는 밝은 거리의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과 높은 건물들 틈에서 호노카는 귀에 헤드폰을 착용하고 걷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무슨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뮤즈의 해체 후 공허해진 마음은 이리저리 휩쓸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 눈앞의 환상적인 불빛은 그런 것을 다 치워버리고 호노카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와, 예쁘다.” 그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어라이즈의 모습이 큰 건물의 대형 모니터에서 나타났다. 그곳의 그녀들은 프로로서의 전향을 알리며 무대에서 신곡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부럽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지만,..
재밌는 날들 “호노카?” 우미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호노카는 잠시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생각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 우미는 놀란 표정으로 호노카를 바라보고 있었고 갑자기 심각한 것 같은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되묻는 호노카의 말에 그런 감정이 담겨 있었다. 우미는 호노카가 단순한 물음에 심하게 놀란 것 같아서 어리둥절했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오토노키자카의 아침 햇빛이 우미의 뒷머리를 향해 따뜻해지는 동안 호노카는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있었다. 우미의 한 손에는 펜이 들려있었고 그 손 밑에 적혀있는 가사들 주변엔 지우개의 흔적들이 가득 남았다. “무슨 생각하길래 그렇게 놀란 건가요?” 호노카는 그냥 살짝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별일 아니야. 그런데 왜?” “..
오해 "니코, 할 말이 있어" 에리치카가 찾아온것은 점심시간이었다언제나처럼 부실에 있던 나는 지금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고있다 "에리쨩, 니코는 아직 밥도 못먹었는데~""그렇게 오래 안 걸릴테니까""으, 으응 니콧" 에리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대답했다. 분위기 무서워- "어디로 가는거야?""옥상" 표정으로 보아 에리가 한다는 말은 중요한것이 틀림없다.다만, 뮤즈와 관련된것이라면 굳이 부실에서 나올필요가 없을텐데개인적인얘기한거다거의 붙어다니는 노조미도 떼놓고 왔다는것은 노조미한테도 얘기못할 상황이란건가...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옥상에 도착해 있었다 "들어가""니콧" 어째 태도가 범죄자라던가한테 구는것 같은데... "니, 니코니- 에리쨩 무슨 ㅇ"쾅-! 에리는 밖으로 따라 나와선 옥상문을 거칠게 닫았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