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겨우 한 마디를 뱉었다.
대답이 돌아오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긴 연락의 공백은 서로에게 어색함을 남긴다.
니코 쪽에서도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
『마키. 방금 전엔 왜 도망친 거야? 아니, 그보다 이 근처에 사는 거였어?』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혼자 자취해.」
『일?』
「응.」
전화기를 잡은 손끝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
'제발 그 이상은 묻지 말아줘' 라는 바보 같은 심정이 니코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다.
충동적으로 전화를 걸어버린게 후회스러웠다.
지금까지 줄곧 니코와는 연관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왜 니코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지?
우연히 니코와 마주쳤을 때 느꼈던 기쁨 때문일까.
정확하게 말로 표현하기는 복잡한 감정이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외면하고 있던 현실과 마주하고 싶었다.
이 한통의 전화가 마키가 가진 최대한의 용기였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전화기 너머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한숨에 가까운 큰 호흡은 니코가 잔소리하기 전에 늘 하곤 했던 버릇 중 하나라는 것을 무심코 떠올렸다가, 마음속으로 가라앉혔다.
『아직 내가 불편해?』
「별로 그런 건 아냐. 전화를 못 받은 것도, 잠들어서였고.」
『그 말이 통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미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니코의 목소리가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올 때마다, 무언가가 가슴을 헤집는 것 같았다.
무의식중에 아픔이 느껴질 만큼 머리카락을 손으로 빙글빙글 꼬았다.
『마키. 사실 오늘 너랑 갑작스레 마주치고 놀라기도 했지만... 저기.. 으ㅡ 이런말 하기 진짜 창피한데.. 』
『정말 반갑고 기뻤어.』
「…….」
『내가 불편하다는 건 알아. 그래도 전처럼.. 아니지, 아냐.
다음 주 화요일 점심에 일정 없으니까 그때 만나! 직접 만나서 얘기해야겠어. 장소는 문자로 보낼 테니까.』
「생각해볼게.」
『뭐어? 슈퍼아이돌 니코가 기껏 시간을 내준다는데 그게 할 소리야? 무조건 나와! 알았지?』
「…….」
『그럼 그렇게 알고 있어.』
망설일 틈도 없이 치고 들어온다. 역시 니코.
「저기.. 니코.」
『왜 그래?』
「..아니야. 그때 봐.」
『그래. 먼저 끊을게.』
뚜ㅡ 뚜ㅡ 뚜ㅡ
한참 동안 핸드폰을 귀에서 떨어트리지 않았다.
방금 전 니코와 주고받은 이야기의 내용을 잊어버릴 것만 같아서, 급히 달력에 체크를 해두었다.
'화요일 - 니코와 만나는 날'
혹시 그날 다른 스케줄이 있으려나... 라고 말해 봐야, 시험 준비생에게 특별한 스케쥴이 있을 리 없다.
침대로 돌아가 시계를 쳐다봤다.
새벽 세 시.
이 시간에 눈이 뜨여있는 건 무척이나 생소한 경험이었다.
미처 깨닫지 못한 사이에 마음속에 커다란 벽이 생겨났다.
그 벽 너머의 세상은, 어쩐지 아무 감정도 느낌도 없는 흑백의 세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작은 분홍색 꽃이 벽의 틈을 파고들어와 고개를 내밀었다.
갑작스레 찾아온 작은 변화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그때, 다음날 라이브가 있는 전날의 밤처럼 혼자 잠들기 힘든 밤.
마키는 잠들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을 뒤로하고 이내 잠들었다.
평소엔 늘 겪곤 하는 외로움이라던가. 앞으로에 대한 걱정과 같은 자질구레한 잡념들은, 오늘만큼은 그녀의 수면을 방해하지 않았다.
-
툭, 툭.
저번 주에 비하면 날씨가 조금 풀려서 비교적 따듯해졌다.
그래서 옷장 안에 쳐박혀있던 블라우스를 꺼내 입었는데, 달라붙은 먼지가 신경 쓰여 몇 번이나 털어냈다.
오랜만ㅡ이라기에는 바로 저번 주에 마주쳤지만ㅡ의 만남이기에 작은 티끌이라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잘 지내고 있거든?'하는 최소한의 자존심.
저번 주에 니코와 마주쳤을 땐 정말 최악이었다.
머리도 감지 않았던 데다가 옷도 대충대충 차려입었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다녔던 마키의 모습.
니코가 실망해도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오늘은 나름 신경 써서 옷을 차려입고 나왔더니, 오고가는 사람들이 종종 빤히 쳐다보다가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니 조금 부끄럽다.
「너무 일찍 왔나..」
혹시나 싶어 너무 일찍 출발해버려서 십 분 가량 니코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누군가와 단 둘이서 약속을 잡은 건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대학 친구들이 다 함께 모이는 경우를 제외하면 사적인 만남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
심지어 그 만남마저 요 근래에 뚝 끊겨버려서, 말하는 방법도 잊어버린 기분이다.
니코가 약속장소를 아키바의 시가지로 정한 건, 오토노키에 다니던 추억을 떠올려주려는 배려일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꽤 떨어진 곳에 살아서 아키바까지 찾아오느라 두어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익숙했던 아키바의 거리를 눈으로 이리저리 둘러봤다.
그때와는 조금 달라진 몇몇 가게들과 알록달록하게 새로 단장한 거리, 거리에 흘러나오는 노랫소리.
끝없이 뮤즈의 노래가 흘러나올 것만 같던 이 장소는,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뮤즈의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아이돌이란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떤 것보다 밝게 빛나지만, 즐거운 시간은 오래 가지 않는다.
관객들이 흔드는 사이리움처럼.
이젠 누군가의 사이리움이 마키를 향할 일은, 아마 두 번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
빛이 없는 무색무취한 세계로 발을 뻗은 건 분명 스스로의 선택이었으니까.
마키는 후회하지 않는다.
「응. 후회 안 해.」
후회하지 않는다. 몇 번,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조금 우울해져서 고개를 휙휙 저었다. 친구, 특히 니코의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니 하늘에서 태양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핸드폰시계를 들여다봤다.
조금 있으면 니코가 나타날 시간이다.
긴장하는 자신이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대학을 입학하기위해 면접을 보던 날도 이만큼 긴장되지는 않았었는데.
손을 몇 번 꼭 쥐었다 폈다 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머니에서 담배를 한 가치 꺼내 불을 붙였다.
능숙한 손동작으로 라이터를 주머니에 집어넣은 후 한 모금을 빨아들였다.
스읍- 후.
지난 5년 간 늘은 건 담배밖에 없는 것같다는 별 의미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쯤, 저 멀리 사람들 틈으로 니코가 보였다.
분명 일반인처럼 보이도록 분장을 했지만, 니코라는걸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옷은 그럴듯하다 쳐도 눈에 띌 정도로 작은 체구, 빨간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쓰고 머리엔 모자까지 푹 눌러쓰고 있었으니.
불씨를 툭툭 털어내 휴대용 재떨이에 집어넣고 손을 작게 흔들자 니코 쪽에서도 크게 손을 휘둘렀다.
「니코.」
「쉿!」
니코가 깜짝 놀란 듯이 바로앞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등을 밀어댔다.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려고 이름을 부르는 거야!」
「푸흡-」
「..왜 웃어?」
「아니, 그냥……. 여전하다 싶어서.」
「여전하긴! 니코는 이제 슈-퍼 아이돌이라고? 평상시에 조심하는 건 당연하지.」
「알았으니까 손 좀 떼 줄래?」
-
「넌 토마토 좋아하니까 이거 어때? 디저트는 음- 다 먹고 정하자.」
니코는 여러 번 와본 듯 순식간에 메뉴를 시키곤 마키와 눈을 마주쳤다.
보석처럼 빨간 눈 속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잔뜩 담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 눈을 빤히 쳐다보기가 쑥스러워서 끊임없이 홀짝홀짝 물을 들이켰다.
침묵이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분명 니코 쪽에서도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할지 몰라서 곤란해 하고 있겠지.
「니코. 키가 줄었네.」
「뭐어-?」
니코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럴 리가 없잖아! 당연히 네가 예전보다 키가 큰 거지!」
「저기.」
「뭐!」
주변 테이블의 사람들에게서 시선이 쏟아졌다.
조용히 손짓하자 니코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닌지 재빨리 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썼다.
이런 장소에서 사람들이 니코를 알아본다면, 분명 식사를 제대로 하긴 힘들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서 이상한 말이나 하고. 엣취!」
「감기 걸린 거야?」
「너랑 만났던 날 낮에 라이브를 했거든. 그때 좀 무리했는지 컨디션이 안 좋아.」
니코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도중에도 틈틈이 휴지에 코를 풀어댔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절대 보지 못할 무방비한 모습.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 꼬리가 올라가 화들짝 놀랐다.
최근 들어서 이렇게 웃어본 적이 있던가?
오늘만 해도 몇 번째인지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이 웃은 것 같았다.
니코와 나눈 대화는 듣고 싶을 만큼 궁금한 이야기도,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짤막한 말, 그리고 받아쳐주는 상대.
그 두 가지만으로도 충분했다.
생각한 것처럼 어색하지 않았다.
중간 중간 끊어진다 싶으면 재빨리 누가 먼저랄것도없이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할까- 하고 고민했던 스스로가 바보처럼 느껴질 만큼.
「마키. 그동안 뭐하고 지냈어?」
적절한 타이밍이라 생각했는지, 니코가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물어왔다.
입이 바싹 말라 이미 얼음밖에 남지 않은 음료수 컵을 입에 가져다댔다.
「아직 의사가 되진 못했어.」
「아직?」
「그래, 아직.」
잔뜩 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니코도 뭔가를 느꼈는지, 방금 전의 물음을 마지막으로 창문 쪽으로 고개를 향한 채 턱을 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어눅어눅해진 창밖의 풍경과 니코의 선글라스는 무척 잘 어울렸다.
무슨 표정일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고민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다.
이쪽에서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뜻으로 얼음을 씹어 삼켰다.
오도독- 하고 부서지는 차가움이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주는 것 같았다.
「난 잘 모르지만, 원래 의사가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잖아? 그것도 꽤 긴 시간.」
「내 동기였던 애들은 전부 의사가 됐어. 면허시험에서 네 번이나 떨어진 건 나뿐이니까.」
「시험이야 다시 붙으면..」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지.」
「…….」
니코가 선글라스를 벗고 마키를 바라봤다.
표정에 미안하다는 의미가 담겨있었지만 애써 모른척했다.
「앞으로 몇 년이면 꿈에 닿을까? 닿을 수 있긴 할까?
어쩌면 평생 의사가 될 수 없을지도 몰라.」
「마키.」
「이젠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부모님이 깔아주신 길을 따라 걸어가기만 해놓고는, 내가 잘난 줄 알았어.
혼자선 아무것도 못하는 모자란 사람이라는 걸 진작 깨달았어야 하는데..!」
마음에 담아두기만 했던 말들을 억지로 잔뜩 꺼내서 상대방을 향해 내뱉었다.
듣는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질 정도의 자학과 자기비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도 모를 만큼 감정이 점점 더 격해져갔다.
왜?
어쩌면 이런 이야기를 하게 만든 니코에게 복수하려고,
그게 아니라면 일주일 전 밤하늘에서 봤던 흐린 별만큼이나 멀리 떨어져버린 니코에게 질투를 느낀 건지도 모른다.
「마키.. 이런 얘기 꺼내서 미안해. 난 그냥..」
「그냥 뭐? 내 꼴을 봐! 내가 왜 지금까지 니코한테 연락하지 않았다고 생각해?」
입술이 바싹 말라붙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되길 원했던 거 아니야?」
쿵.
니코가 양손으로 테이블을 내려쳤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마.」
전보다 더 빨갛게 빛나는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을 때, 눈에 맺혀있는 이슬이 보였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뭘 하고 지냈는지 궁금했던 것뿐이야. 악감정은 없었어.
기분 나쁘게 한 건 미안해.」
머릿속이 흰 종이로 가득 찬 것처럼 하얗게 됐다가, 불 붙은 종이처럼 새까맣게 타올랐다.
왜 니코가 사과하는 거지?
또 저질러버렸다.
그때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아니. 니코는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건 나야.
뒤돌아섰다. 다시 니코와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먼저 가볼게. 미안해, 니코. 미안..
당분간 연락하지 말아줘.」
뒤에 앉은 과거의 친구가, 조그마한 얼굴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벽을 세워 머릿속에서 니코의 모습을 없애버리려 애썼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서로가 마주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마키!」
파르르 떨리는 니코의 목소리가 억지로 세웠던 벽을 두드렸다.
잠자는 사이 찾아온 손님이 방문을 노크하듯, 조심스럽게.
「가지마.」
작은 손에 붙잡힌 블라우스의 뒤 끝자락에서 따스함이 전해져왔다.
투명한 유리문에 니코와 마키의 모습이 거울처럼 비추어졌다.
얼굴은 잘 비춰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두 사람 모두 우스꽝스러운 얼굴일 테니까.
-
「'뮤즈의 이름값으로 반짝 뜬 주제에 잘난 척 하지마'」
「내가 아이돌을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업계 선배한테 들었던 말이야.」
드문드문 서있는 가로등을 빼면 빛 한 점 없는 공원의 구석진 벤치.
니코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정말 포기하고 싶었어. 인터넷을 켜기만 하면 온갖 악성댓글들이 넘쳐났다구?
가창력이 어쩌니 몸매가 어떻다느니, 내 모든 게 하나부터 열까지 도마 위에 올려졌어.」
마키는 니코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담배를 하나 꺼내 불을 붙였다.
「뭐야, 너 담배 펴?」
못마땅해 하는 니코에게「응.」하고 짧게 답하고 연기를 가슴 속 깊이 들이마신 후 반대쪽으로 내뱉는다.
「딱히 배려해주지 않아도 괜찮은데- 매니저라든가 주변에 담배 피는 사람이 많아서 익숙해. 기침은 감기 때문이고.」라며 만류하는 니코에게 손을 가로저었다.
「내가 싫어서 그래. 다른 사람한테 연기 뱉는 거.」
탁한 연기가 몸 안에 가득 차면, 잠시 동안 머리가 맑아진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찾아오는 매캐하고 숨이 막히는 불쾌함은 니코가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
중지로 담배를 툭 쳐서 불씨를 꺼트렸다. 이번엔 마키가 먼저 말을 꺼낼 차례.
「니코. 방금 전엔 미안했어. 나쁜 의도로 말하지 않았다는 거 알고 있는데.. 나도 내가 왜 이런지 모르겠어. 그냥ㅡ」
그때 들린 소리는 아마 '꼬옥'이나 '푹-' 정도로 표현할 수 있었다.
「괜찮아.」
니코는 그 한마디만 하고 마키를 끌어안아주었다.
가슴속에서 뭔가가 쏟아져나오는 게 느껴졌다.
입에선 말 대신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작디작은 품에 안겨서 눈물을 조금, 아니, 지금까지 쏟아내지 못한 만큼 흘려냈다.
마키에게 필요한 건 걱정 섞인 조언을 해주는 부모님이나 가식 떠는 동기가 아니었다.
친구.
마음을 이해해줄수있고, 화낼 수 있고, 화해할 수 있는.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
손수건으로 눈 주변을 닦고 있자 니코가 종이 같은 걸 내밀었다.
가로등과는 멀리 떨어져있어 뭐가 적혀있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이건?」
「공연 티켓이야. 어디보자.. 2주 후에 내 단독 라이브가 있어. 무려 최전열이라구? 보러 올래?」
니코가 핸드폰 달력을 펼쳐보더니 뜬금없는 제안을 해왔다.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니코의 손이 보였다.
작은 손.
손을 붙잡으려다가 멈췄다. 니코에 대한 감정은 접어놓기로 했으니까.
「감기 걸렸는데 2주 후는 좀 짧지 않아?」
「이 정도쯤이야 며칠이면 나으니까 괜찮아!」
「역시 니코네.」
대충 둘러대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둠 속에서, 니코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따라 웃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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