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럽갤문학/장편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5(完)-

----------------

조금만 깊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던 사실 아니었을까.


왜 마키가 나를 피하려는지 알았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 이유가 있었을까?

나는 왜 지금까지, 진실을 피해왔던 걸까.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단지 사고였을 뿐이다.


단지 별거없는,단순한 사고.

-----------------

'니.. 코? 뭐야. 이거, 꿈이지?'

혹시나 해서 내 옆을 바라봤지만, 거기에는 니코 모습을 한 '내'가있었다.

'저건 진짜네.'


'진짜.. 니코야?'


뭘까, 갑자기 치켜드는 이 마음은.


뭘까, 왜 나는... 니코를 원망할 수가 없는 걸까.


『피하지 마, 마키. 내 눈을 봐.』

닥쳐, 네가 뭘 안다는 거야.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를 일으켜 세울 수는 없어, 니코.


『어리광 피우지 말라는 거야, 너』

허, 네가 그런 거잖아?!


마음속에서는 소리을 질러대고 있었지만, 왜인지 목소리는 절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니.. 알고 있었어, 이런 것쯤은.



그래도 상관없다.

이미 손을 못쓰게 된 순간, 나의 목표가 눈앞에서 무너져버렸으니까.

-------------------

『그래, 너는또ㅡ 도망가고 있구나, 마키.』

그녀가 혼자였다면 그녀는 도망갔겠지만.

'지금은 무리야, 너.'


그녀의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


절대 그녀가,이상한 길로 빠지지 않게 하리라.


『피하지 마, 마키. 내 눈을 봐.』

한번, 문을 두들겼다.

『어리광 피우지 말라는 거야, 너.』

두 번째, 문을 두들겼다.


세 번째까지, 가야 할까?


문을 부숴버렸다.

『마키, 나는.. 너의 손은.. 네가 그런 거야,마키.』

피하지 않을 거야. 설령 그게,너에게 상처가 된다고 해도.








『....... 뭐라고?』

오ㅡ케이. 정확히 적중했어.

-----------------------------

『마키, 나는.. 너의 손은.. 네가 그런 거야, 마키.』


『....... 뭐라고?』

'말했다, 말했다고. 지금, 너?'

옆에서 놀리는 듯이 말하는 나의 환상이 보인다.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지금... 뭐라고 말한 거야, 니코?』

그 순간, 내가 봉해버렸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

'그날', 과학실.





『쓱쓱ㅡ니코, 쓱쓱ㅡ마키, 쓱쓱ㅡ에리ㅡ치카!』

니코가 흥얼거리면서 청소를 한다.

『아니, 좀 조용히 하지는 못하는 거야? 니코.』


『흥, 예로부터 노동을 하면서 노래는 필수인 거야,마키.』


『허, 의미를 모르겠네..』

'저렇게 청소를 껄렁껄렁하게 하는 선배라니,

안 좋은 것만 가르치고 있잖아..'


『~~~~......~~~...~~.. 』


『니코,조금만 조심하라고. 거기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위험한 것들뿐이니까.』


『아아ㅡ니코니는, 괜찮아! 마치 나 조심하라고?』


꽝.


그 말을 하기가 무섭게ㅡ벽장에 부딪친다.




거기 있던 것은... 한쪽으로 치워놨던, 위험 딱지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화학약.


『니코!! 』

그녀를 밀친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악!!! 』


『....마키? 마키?』



『.............. 마키?』

그날의 기억은, 그것으로 끝이다.

-------------------------------

『뭐야,이거... 왜 진작에 말해주지 않았어?』


그렇다ㅡ

나는 지금. 내가 구해주고, 내가 다쳤다고 화를 내고 있었단 거다.


『내가 지금 뭔 짓을 한 거야?』


『마키가 잘못 생각했다고 생각해도, 나는 말해줄 수가 없었어.

.....어찌 보면, 나를 원망하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었지.』

그리고는 말한다.



『터무니없던 생각이야.』

------------------------------

너에게는 웃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너에게는 희망찬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나는... 욕심쟁이야.

-----------------------------

이것이 내가 봐오던ㅡ그리고 내가 그토록 동경하던 그녀.

'와. 뻔뻔한 것도 이쯤 되면... 능력이네.'

그녀는 이미 찬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리고ㅡ』

이것이 우리 둘의, 왜곡된 애증의 관계.

『니코, 너.. 정말 싫어. 그래도... 사랑해, 정말로.』



나, 머리가 어떻게 돼버린 거 아닐까.

-------------------------------

예상외로 들려온 건, 원망이 아닌..


『니코, 너.. 정말 싫어. 그래도... 사랑해, 정말로.』


『허?』

큰일이다.나름 마음을 단단히 먹고있었다고,나.

미친 거 아니야?

『뭐..라고?』


『정말 사랑한다고. 니코.』

나는 진지하게 마키가 머리가 다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쩔 수 없겠네. 그래..이것도,

 벌이라면.. 벌이겠지.'


『하... 하하.』

품에서 목걸이를 꺼내서, 마키에게 달아주었다.

오는 길에 사 왔던, 별거 없는 목걸이다.

'가치는, 상관없겠지.'

슬슬해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해봤지만.


탁. 하고, 목걸이를 열었다.

거기에 있던 건 작은 사진을 담을 수 있는 곳.

'..... 프러포즈를 이렇게 할 줄이야.'

『마키, 여기 이 사진을.. 너로 채우고 싶어. 마지막까지, 함께해줄래?』

'와, 진짜 오글거려.'

『참, 거지 같은 프러포즈네. 나쁘지 않아, 오히려 좋아해.』

기왕이면 반지로 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

오히려 이런 싸구려 목걸이가, 결혼의 증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리라.


『결혼은 언제 하고 싶어, 마키?』


『조용히 해, 지금은 재활이 먼저야. 니코, 반성하라고. 이렇게 된 건 너를 위한 거였으니까.』


마지막까지... 무드없구나.

이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인 걸까.



아... 오늘은, 편히 잘 수 있겠어.

------------------------------

이것이, 별거 없던 이야기의 종착점이다.


나는 공주를 구하고ㅡ


살짝 이상해져버린 공주는 나를 구했다.



시계는 이상하게나마 돌아가기 시작하고,

나는 미소를 되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