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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장편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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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

온갖 곳을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

'마키, 어디 간 거야...?'

희망이 없어진 순간, 망상이란 이름의 괴물은 두려움을 먹고 커져만 갔다.

'혹시나...'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다짐하면서 억지로 망상을 피했다.

탁상위의 과도같은걸 볼때마다 가슴이 뛴다.

그런일이 일어나서,내가 범인으로 몰린다고해도,아무말도 할수없을것이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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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간호사가 당황한 듯이 말한다.

"에? 마키 양은 지금 부모님이랑 외출한 상태에요. 저희 병원 옥상은 열리는 날이 거의 없고요."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


'내가 과민반응... 한 걸까?'

최근, 마키 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 보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

생애 모든 것을 바쳐왔던 게 없어졌다면 당연한 것일까.

'내가 노래를 하지 못하게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네, 일단.... 알았습니다. 갑자기 질문해서 죄송해요.』




알았다는 간호사를 무시하면서 병원 밖으로 나간다.

목적지는, 마키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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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호노카. 일단은-마키를 만나러 가고 있어. 어, 어 확실히 말해 둘 테니까.』

길을 가다가 익숙한 이름에 주위를 둘러보니, 거기 있는 사람은..

『에리구나. 그런데, 마키를 만난다는 건 무슨 얘기? 알려줬으면 하는데.』

나를 만날 줄은 몰랐던 걸까, 살짝 당황한듯하다.


『아, 이번 라이브에 관한 얘기야. 손을 못쓰게 됐다고는 해도, 안무를 알려주면-언젠가 연습을 할 수 있겠지.』

지금 저 여자는, 손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에게, 춤을 시키고 싶다고 하는 건가?

『너어, 지금 환자에게 뭘 시키고 싶은 거야? 마키는 지금 쉬어야 해. 연습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아니, 연습을 시키고 싶은 것도 아니고. 이번의 연습 일정을 알려주는 것뿐이야. 마키가 연습을 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할 수 있도록.』

저 학생회장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빛부터, 묘한 자신감.

'확실하게 말해야겠어.'


『그래도, 연습은 절대 안 돼.』

'환자라고, 환자.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거야?'

『아니. 우리, μ's의 라이브도, 그만큼 중요해.』

왤까, 그 말이 내속의 심지를 불태웠다.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구나, 너. 여기서 말할게.

이번에 마키에게 연습 얘기를 꺼내면-난 라이브에 나가지 않을 거야.』

에리를 노려보고, 그대로 도망치듯 달렸다.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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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가 화가 많이 난거같아..어떡하지?』


『그렇지 않아, 호노카. 저건... 자기에게 화가 난 거야, 니코는.』






'너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야, 에리

다만... 견딜 수가 없어. 이렇게 바보 같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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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침이 사라진 시계.


춤추지 않는 무희.


그리고-사라지지 않는 내 마음속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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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아마 과학실에서 그 일이 일어났던 걸로 기억한다.

『마키..?마...키이이! 』

그래, 여기 내 앞에서 울고 있는 그녀가...범인이다.

'알고 있어, 실수 인건.'

실수로 그랬다고 해도.. 화를 참을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하루아침에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진..이 기분.


일단은 참을 수 있다.

내속의 원망감을 마음속에 넣어버리고 자물쇠를 잠가버린다.

『니코, 걱정했어?나는 멀쩡해, 괜찮아.』


『손이..손이..!』

알고 있어, 네가 그런 거잖아!

마음속에 넘치는 원망을 뒤로하고 한 번 더, 말한다.

『아니, 손은 괜찮아..일단은.. 혼자 있게 해줘.』

이것이,지금 할 수 있는 나의 최선이다.

『아니.. 그래도..!』



『나가아!! 』

그래, 이게.. 최선이야.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해? 이건 결국 너를 갉아먹기 시작할 거야.'

넌 닥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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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로부터 일주일-다시 마키를 찾아갔을 때는, 그녀는 확실히 달라져있었다,

얼굴은 움직이지 않고ㅡ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도망가 버린 걸까, 마키는..'

차라리 저번처럼 화를 내주는 게, 좋았을 텐데....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 건... 결국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는 것과 같은 일이다.

이제 더 이상 시계는..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마키가 스스로 이겨낼 수 있게 지켜봐 주는 것뿐.'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는 고장 나버린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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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한번 현재로-마키네 집~

『들어갈 수가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문전박대를 당했다.

"말씀대로..입니다. 당신은 이 집에 들어올 수 없어요. 이유는 아실 거라 믿습니다만."

『크.. 저는 마키를 만나야 해요! 』

난 꼭 들어가야 한다, 최근 마키의 상태는 확실히 뭔가 이상해..!


"아니, 당신이 옆에 있으면 마키 아가씨께 페가 될 뿐입니다. 그건 제가 허락할 수 없어요."

독한 말이ㅡ쏟아진다. 하나같이 맞는 말뿐이다.


『제가 한일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마키 곁에는 제가 꼭 있어야 해요! 』

"더 이상 민폐를 끼지 시면 경비원을 부르겠습니다. 당신, 염치도 없는 건가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감사하지 못할망정,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시고 있군요."


이것도 맞는 말.

상대는 정확한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 그에 비해서 나는?

'만나고 싶다..'는 것뿐.

지금 느껴지는 이 기분이 맞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확실히ㅡ쓸데없는 고집인 것이다,

정당성도, 동기도 없는 고집.

'그래도 물러날 수는 없어.'


『아니, 저는 들어가야만 해요.』

고집일지라도.. 지금의 이 찝찝한 기분이 거슬린다,

'확인을 해보고 싶어.'

『마키.. 여기 와서 한 번이라도 말을 한 적이 있나요?』

이 예감이 맞는다면.. 큰일이다.

"네? 그러고 보니.. 말을 한 적은 별로 없으신 거 같군요, 아니 안 하셨나?"


『아니. 아마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겠죠, 마키는 지금 아마..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일 거예요.』

'그리고 그건.. 나만이 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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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뭘하고있는거지?'


'니코와 말해보지 않는 거야? 바로 밖에 있는데. 인사라도 하는 건 어때.'


'닥치라고 했어, 넌. 뭘 하고 싶은 거야?'


'나야 물론ㅡ널 도와주고 싶은 거지. 그건 그렇고 너, 정말 초라한 모습이구나, 지금.'


'닥치라고 했어,,!'


'와우, 무섭네. 그래 봐야 네가 뭘 할 수 있지? 손도 못쓰는 병신이 된 주제에?'


'저것'이하는 말은 계속 나를 흔들고 있다,

'저것'은 나에게만 보이고, 나에게만 말한다.

'저것'이하는 말은 모두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일 것이다.

그래도.. 인정할 수 없어.

이 상태가 얼마나 오래갈 것인가.

'벌써 한 달째야, 너. 얼마나 날 괴롭히고 싶은 거야?'


'나는, 너야, 너는, 나고. 내가 없어지지 않는 것은 네가 날 없애고 싶지 않다는 것이겠지.'


'그래, 뭘 해야 내가 '날'없앨 수 있지?'


'글쎄, 나는 네가 니코와 화해하기를 바라고 있어, 저번처럼 진심을 숨기고 입에 발린 소리를 하는 게 아닌. 진심으로 그녀를 용서해주는 것.'


'아직은.. 니코를 용서할 수 없어. 이건 당연한 거야.'


'그럼 너는 날 계속 보고 있으면 되겠지.'


'닥치라고 했어,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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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 리릭.... 끼리....릭....


시계가 움찔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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