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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장편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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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니코가 왜 내 앞에서 울고 있는 걸까.

『마.. 키? 마키? 일어났구나! 』

'무슨 소리야, 나는 이렇게 멀쩡한걸. 걱정 많은 연인이라니까, 정말'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쓰다듬는다.

쓰다듬는다.

『어..?』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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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청소해야 해, 니콧』


『성적을 그만큼 받으면 당연한 거야,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고..!』


『조, 조용히 햇! 』

과학실은 고교 생활 3년 동안 잘 들러본 적이 없는 교과실이었다.

학교 성적에는 관심도 없었고, 학교가 끝나면 동아리 부실에 있었으니까, 줄곧..

『니코, 뭐 하고 있어?』

그래, 저 아이를 만나기 전까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청소를 시작하자고.』

청소 함을 여는 두 손이 부딪친다.

『붸에엣..!』

이런 걸로도 두근거린다니..

'확실히 요즘 둘이서만 만날 일이 없기도 했지? 이번 주말에는 수영장이라도 놀러 가볼까~'

실없는 생각을 하면서 빗자루를 들었다.

저 아이를 만난 것만 해도ㅡ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할 수 있으리라.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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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가 피아노 앞에 서있다.

『새로운 곡이야? 빨리 듣고 싶네, 니코』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긍정의 표시겠지.

『혹시, 우리 둘의 커플 곡이라도 되는 거야? 니코는, 그러면 정~말 기쁠 거 같아! 』

아무 말 하지 않고 피아노에 앉는다.

곡을 연주할 생각인 건가, 마키는?

'그래도 대답은 해줘야지..!흥, 하교할 때 두고 보자고,니콧.'

『니코. 내가 피아노를 칠 거라고 왜 생각했어?』

어?

『내가 왜 피아노를 칠 거라고 생각했냐고, 니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뭐라는 거야?피아노 앞에 서있었고, 원래 마키는 피아노 치는 걸 좋아하잖아?』

'왜 화를 내는거야?'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화 풀어, 마키.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잘못을 모른다니, 내 손을 이렇게 만든 건 너잖아?

네가 한 짓이 아직도 기억이 안 나나 보네, 야자와 씨.』


『뭐...?



마키의손을 바라본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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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는 이제 없다.


나의 세계는...소리를 잃었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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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똑같은 꿈이야.』

눈을 감으면 항상 그날의 기억만이 생각난다.

『벌써 한 달인가.. 』

옷을 챙겨 입는다.

의사는 희망이 없다고 했다.

'웃기는 소리야.'

나의 웃음을 되찾게 해준 그녀가 할 수 없다면 누가 할 수 있다는 걸까.


"항상 말씀드리는 거지만, 재활은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마키 양은 지금 손을 살리고 싶은 생각이 없어요."

헛소리다.

"이대로 가면 피아노는 물론, 의사 일도 못할 겁니다."

헛소리다.

이의사는 부정적인 말만 할 수 있는 건가.

거짓말이라도 환자에게 의지를 줄 수는 없는 걸까.

"마키 양의 상태는 현재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잖아요? 변하는 건 없을 거예요."

정말 싫어,이 사람.

『그럼 어떻게 해야 마키가 손을 쓸 수 있게 되는 거죠?』


"현재로서는 재활을 한다 해도 외과수술이나 악기 연주 같은 건 절대 무리입니다.

잘해봐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정도겠네요."

이 의사, 한 대만 때려달라고 하는 걸까. 지금

『네, 일단...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마키를 만나러 간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간병 정도다, 음식을 먹여주고. 옆에서 얘기를 해주고.

그 정도로 도움이 된다면 나는 기꺼이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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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봐도 적응이 안 되는 1인실이다.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곳이다, 여기는 차라리 병실보다는 집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아니, 보통 화장실에 부엌에 안에 카페까지 있는 곳을 병실이라고 하진 않잖아?'

드르륵,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어..?』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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