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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야자와 니코, 한 번의 실패 -1-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과거는 있기 마련이다.

야자와 니코.

오토노키자카 학원 2학년.

졸업을 위해 준비중인 3학년 선배를 대신해 부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니코로서는 실로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왜 하필이면 자신이 부장인가?

아이돌 연구부에는 실력자가 많다. 그 실력자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시라카와 미나미.

자신과 같은 학년이면서 아이돌 대뷔를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 여고생이다. 귀여움으로 따지자면 니코가 한 수 위일지 모르지만, 춤이라든지 댄스, 리더십은 미나미가 훨씬 니코를 웃돈다.

그래서 내심 당황스러웠다.

자신이 생각해도 부장 자리는 미나미가 더 어울렸으니까.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정해진 것을.


"에... 그러니까..."


니코가 아이돌 연구부 부장 자리를 차지하게 된 이후 처음으로 가지게 된 동아리 모임.

현재 아이돌 부는 니코를 포함해서 총 7명. 그중에는 미나미도 포함되어 있다.


"조, 좋아! 내가 부장을 맡게 된 이상, 우리들의 목표는 하나다!"


라고 호기있게 외친 니코의 슬로건은 다름아닌...


-러브라이브 출전!


"어때, 괜찮지?"


"......"


"...?"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자 오히려 당황한 쪽은 니코.

왜 이리도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일까.


"새, 생각해봐. 러브라이브라 하면 스쿨 아이돌의 정점이잖아. 한 번쯤은 노려봐도 되지 않아?"


"니코 선배. 우리는 그저 취미 생활로 하는 건데 러브라이브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안 그래도 A-Rise라든지 다른 곳도 장난 아니던데..."


"게다가 여기서 연습을 과하게 하면 학업에 지장이 생길지도..."


스쿨 아이돌이라고 해서 학업에 다른 메리트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일반적인 학생과 똑같이, 평범하게 학교 생활까지 겸해야 한다.

한 마디로, 스쿨 아이돌에서 러브라이브 출전을 목표로 한다면 크게 말해서 학업에도 지장이 생길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A-Rise 급 정도로 인지도를 쌓게 되면 본격적으로 아이돌 진출을 노려볼 수준까지 넘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일개 고등학생 아닌가.

여기서 학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이돌 활동에 박차를 가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게 보장되지 않은 불투명한 미래라면 더더욱.





니코가 부장을 맡게 되면서부터 부원들은 하나둘씩 부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게 되었다.

유령 부원이 되거나, 혹은 퇴부를 하기 위해 찾아오거나.

경우는 두 가지의 수로 나뉘었다.

아니, 한 가지 예외적인 사례가 있었다.


"난 니코의 말에 찬성해."


그녀와 같은 학년인 시라카와 미나미는 니코의 말에 옹호를 하고 나섰다.

유일한 동료이자 이제 몇 남지 않은 아이돌 연구부의 임원.


"둘이서 힘내보면 되지 않을까?"


미나미가 내민 손은 니코에게 응원이 되었다.

버팀목이 되었다.

넘을 수 없는 라이벌이라 생각했던 미나미는 그런 식으로 니코에게 있어서 정신적인 안식처가 되었다.






연습은 고달팠다.

강도가 높아져서 고달팠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돌 연구부에는 더 이상 입부 희망자가 생기지 않았고, 미나미와 니코는 둘이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엄연히 한계라는 것이 존재했다.

학교는 점점 폐교 수순을 밟아갔고,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의 수는 나날이 줄어갔다.

신인 부원을 받지 않으면 동아리로서의 존속이 위험하다.


"굳이 내가 말 안해도 알겠지? 니코."


학생회실로 니코를 부른 아야세 에리는 딱 잘라 말했다.


"너희들끼리 스쿨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동아리로서의 목적을 명확히 했으면 좋겠어."


"목적이라는 게 뭔데."


"러브라이브 출전은 너와 미나미의 개인적인 목표야. 하지만 너희가 아이돌 연구부 소속인 이상, 주기적으로 신입생을 받아 동아리로서의 활동을 지속할 필요가 있어."


"어차피 학생 수도 줄어들고 있잖아."


"최소한 노력은 해달라는 뜻이야."


의자에 걸터앉은 에리가 자신의 금발을 쓸어내린다.


"무리한 부탁이라는 거 잘 알고 있어. 매번 입학생은 줄어들고, 조만간 폐교까지 갈 수도 있다고 이사장님이 말씀하셨으니까."


"학교가 폐교되지 않게 하는 게 학생회로서의 임무 아니야?"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어."


"책임을 각 동아리들에게 떠넘기지 말라고."


"난 그런 말 한 적 없어."


"적어도 나한테는 이렇게 들렸는데?"


니코의 표정이 점점 굳어가기 시작한다.

동시에 에리의 얼굴 역시도 평소와는 다르게 살짝 감정이 격해지려는 티를 낸다.


"동아리 부장들이 제대로 된 성적을 못 내니까 학교의 자랑거리가 없어지고, 폐교 수순을 밟게 되었다고."


"니코, 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 에리를 말린 것은 이제 막 학생회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부회장, 노조미였다.


"그쯤하그레이, 둘 다."


"......"


"......"


문을 닫고 제자리에 앉은 노조미가 둘을 번갈아본다.

학교를 위하는 마음으로 가득찬 에리.

그리고 동아리 활동에서 어떻게 해서든 활로를 찾고 싶은 니코.

둘의 생각은 일심동체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한 장소를 잃고 싶지 않다.

물론 노조미 역시도 같은 생각.

하지만 이렇게 감정 싸움을 해봤자, 서로에게 상처만 될 뿐이다.


"지금은 우선 다른 방도를 생각해야 좋지 않은기가?"


"그런 게 있으면 진작 했겠지."


솔직히 에리로서는 마땅한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할머니가 나온 이 학교를 지키고 싶다.

학생회장의 자리에 앉은 에리로서 두 손 놓고 점점 학교가 축소되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니 더 답답할 노릇이다.


"어쩔 수 없지."


책상 위를 손바닥으로 탁! 내친 니코가 자신만만한 목소리를 낸다.


"이럴때는 아이돌 연구부가 협력해주겠어."


"협력? 고작 2명만으로?"


"바-보. 아이돌은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만큼 사람들을 끌어들이느냐에 따라 다르지."


"......"


"학생회가 해줄 것은 하나밖에 없어. 이번 오픈 캠퍼스 때, 우리에게 강당 사용권 일부를 부여할 것. 알겠어?"


"2명밖에 없는 동아리에게 강당 사용을 허가해야 하다니. 내 입장도 좀 생각해주는 게 어때?"


"신청 양식에는 걸리는 게 없잖아."


"물론 없지. 하지만 이건 기억하는 게 좋을거야, 니코."


에리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변한다.


"우리 학교의 강당 사용 권한은 '추첨'으로 정해진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