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세 에리, 가장 오래된 팬
야야세 에리의 동생, 아리사는 본의 아니게 반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되어버렸다.
아리사의 유명사에 커다란 일조를 기한 인물은 바로 자신의 친언니인 아야세 에리.
'아리사, 너희 언니 말이야. 무대에서 보여주는 모습도 평상시처럼 쿨해?'
'에리 언니, 너무 쿨해서 좋아~!!'
'나도! 아리사, 사인 좀 받아주면 안 될까?'
'좋겠다... 우리 언니도 에리 언니처럼 쿨했으면...'
대부분 이런 식으로 에리의 친동생임을 부러워하는 의견들이 많이 들려온다.
쿨한 이미지, 스타일 좋은 언니.
그게 아야세 에리의 대표적인 트레이드 마크가 아닐까.
"...이런 말들이 우리 반에서 자주 들려오는데. 어떻게 생각해? 언니."
식사를 하던 도중, 아리사의 말을 듣고 있던 에리가 난데없이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사례라도 들린 것일까. 눈물까지 글썽이며 콜록이던 에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쿠, 쿨하단 말이지..."
잠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지기 시작한 에리가 머리를 굴려본다.
아이돌은 귀여운 존재. 귀여움을 어필해야 한다. 귀여움은 영어로 큐트(Cute). 하지만 자신의 이미지는 큐트보다 쿨(Cool)로 굳어지는 게 아닌가.
좋지 않다.
아이돌은 자고로 귀엽고 사랑스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식사를 하다 만 에리가 황급히 자리를 뜬다.
"언니, 어디 가는 거야?"
"아리사. 밥 다 먹고 잠시 내 방으로 올 수 있니?"
"응... 상관 없는데."
"고마워. 그럼 20분 뒤에 오렴."
고개를 갸우뚱하며 에리의 알 수 없는 이상징후를 바라본다.
이유가 뭘까. 자신이 못할 말이라도 한 것일까?
하지만 아리사의 고민은 그리 오래 갈 필요도 없었다.
"어때? 아리사. 귀엽지 않니?"
"......"
큰 키의 언니가, 쿨함의 상징인 언니가, 어른스럽고 동경의 대상으로 보이는 언니가 리본과 프릴이 잔뜩 달린 의상을 입고 귀엽게 윙크를 해 보이는 게 아닌가.
본인도 부끄러운지 얼굴은 이미 제철을 맞이한 사과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지 오래다.
"언니. 이상해."
직설적인 답변을 들은 에리가 고개를 푹 숙인다.
에리의 여동생 경력(?)만 근 10년이 넘어가는 베테랑인 아리사로서 말하길.
"아무리 봐도 이상해. 언니랑 안 어울려."
"아, 아리사? 그렇다고 이 언니의 노력을 너무 부정하지 말아주렴..."
"그치만 안 어울리는 걸."
에리는 이상한 방면으로 집착이 강하다.
자신이 생각하는 걸 그대로 밀어붙이는 이상한 고집. 뮤즈에 들어가기 전에는 학교의 역사를 주구장창 읊조리기만 하는 설명회로 학생을 끌어들여 폐교를 만회해보겠다는 고집도 부린 적이 있었다.
덕분에 유키호는 하루종일 졸기만 하다가 집으로 돌아간 적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언니. 아리사는 말이야, 언니가 좀 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무슨... 뜻이니?"
"언니는 언니만의 이미지가 있어. 그런데 그 이미지를 보편적인 아이돌의 이미지로 맞추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기존의 언니 이미지가 더 망가지는 거 같아."
"......"
"이거 하나는 기억해줘, 언니. 언니의 팬은 스쿨 아이돌 이전부터 언니를 알고 지냈던 사람들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에리를 가장 잘 알고 있기도 한 아리사도 매우 실망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보편적인 아이돌의 취향에 맞추려고 하는 에리의 방향성은 명백히 잘못되었다.
적어도 아리사는 그렇게 생각한 것이다.
아이돌이란, 모르는 사람을 자신의 팬으로 만드는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어렴풋이나마 에리라는 인물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매력을 좀 더 깊이 어필해야 한다.
에리는 에리만의 매력이 있는 법.
보편성보다는 개성이다.
그 점을 망각하고 있던 에리는 아리사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한다.
"고마워. 언니가 보지 못한 점을 우리 아리사는 잘 보고 있었구나."
"그야 나는 언니의..."
잠시 말을 끊은 아리사가 살짝 홍조를 띄운다.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
"비밀~!"
아리사는 의문부호를 머리에 띄우는 에리를 향해 혼잣말로 속삭인다.
에리의 가장 오래된 팬이 바로 본인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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