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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소노다 우미, 우산

소노다 우미, 우산(Umbrella)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아이돌 활동 이외의 생활이 존재하는 법.
그중에서도 특히나 스쿨 아이돌 활동과 병행하는 멤버들 중 하나인 소노다 우미는 방과 후, 궁도부 고문을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의 호출을 받게 되었다.

"우미, 솔직히 말하자면..."

선생은 잠시 자신의 관자놀이를 지그시 누르며 하고자 하는 말을 정리해본다.

"너 정도급의 궁도 실력을 가지고 있는 여고생은 드물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나지막이 내뱉는 한숨.
그 한숨의 의미를...
우미 역시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난 네가 스쿨 아이돌 말고 궁도부에 전념했으면 좋겠단다."

그리고 우미의 그 추측은.
현실이 되었다.






스쿨 아이돌 활동이 힘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궁도부와 병행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우미의 생활에 강하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어렵네요."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내 우산을 들고 펼치려는 순간.

"호노카?"
"아, 우미-!"

마침 잘 됐다는 듯이 우미의 곁으로 다가온 호노카가 미안하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호노카는 자신과 다르게 아이돌 연구부 활동이 먼저 끝나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다.
그런데 남아있는 이유는-

'...그렇군요.'

호노카의 상태를 확인한 우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늦은 하교 원인을 알아낸다.
바깥에는 비가 한창 내리는 상황.
하지만 호노카는 우산이 없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 우미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같이 쓸래요?"
"정말? 고마워-"
"호노카가 우산 잊어버리는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요."
"너무해, 오늘 한 번 뿐이라고. 어쩌다가... 그래, 어쩌다가 아침에 늦잠을 자서 우산을 깜빡하고 온 것은..."
"그 늦잠자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잖아요."
"우으..."

우미한테 혼나는 일 역시도 한두 번 수준이 아니다.
이제는 익숙해졌는지 우미가 파란색 우산을 활짝 펴고서 호노카에게 손짓한다.

"자, 이제 집에 가요."
"미안해, 우미."
"미안해할 거 없어요."

라고 말하면서 우산을 살짝 호노카쪽으로 더 기울여준다.
어차피 우미는 건강하니까.
반대쪽 어깨가 비에 조금 젖는 거라도 상관은 없다. 자신보다 호노카가 비에 젖을까 봐 하는 걱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우미."
"네?"
"아까 선생님한테 무슨 말 듣고 온 거야?"
"...글쎄요."

구태여 말해주고 싶지 않다.
분명 사실대로 털어놓으면, 호노카는 분명 이렇게 말할 테니까.

-우미가 하고 싶은 거라면.

"저기, 호노카."
"응? 왜?"
"제가 뮤즈를 관두고, 궁도부 활동에 전념한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건-"

호노카의 시선이 우미를 올곧게 바라본다.
거짓 없는 눈빛.

"우미가 하고 싶은 일이야?"
"......"
"스쿨 아이돌은 하고 싶지 않은 거야?"
"아니요..."
"궁도부는?"
"그것도 역시 하고 싶어요."
"그럼 간단하네!"

호노카가 활짝 웃어보이며 우미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준다.

"둘 다 하고 싶다면, 둘 다 하면 되는 거야."
"한 쪽을 선택해 집중할 수 있다면... 더 좋은 효율이 나올 텐데요?"
"우미가 원하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하고 싶다'는 거야? 아니면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는 거야?"
"......"
"스쿨 아이돌도, 그리고 궁도부도. 우미에게 있어서 하고 싶은 '꿈'이라면, 난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하는 걸 추천하고 싶지 않아. 왜냐하면-"

호노카의 오랜지색 머리카락이 바람이 찰랑인다.
부드러운 그녀의 입술이 살짝 움직이며 우미의 심정을 뒤흔드는 발언을 들려준다.

"선택받지 못한 꿈이... 불쌍하잖아?"

...우미는 순간 호노카의 말을 되새긴다.
선택받지 못한 꿈.
한 쪽을 포기해야 하는 꿈.
포기할 수밖에 없는 꿈.
현실 앞에 부딛쳐, 자신도 모르게 이득이 되는 방도를 고르고.
그리고 포기한다.
현실이란 목적지를 향하면서...
우미는 자신도 모르게 길가에 떨어뜨렸을지도 모른다.
또 다른 꿈이라는 이름의 유실물을.

"하고 싶으니까... 모두 하는 거군요."
"응. 간단하잖아?"
"아하하..."

누구보다도, 가족만큼 소중한 존재, 코우사카 호노카.
그녀의 지나친 활발함이 우미에게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가 되어준다.
그리고 아마-

"에잇-!"
"호, 호노카?!"

난데없이 우미와 팔짱을 낀 호노카의 적극적인 스킨십 공세에 적잖이 당황해한다.
의외로 볼륨감이 좋은 호노카의 가슴이 팔 언저리에 다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비에 젖고 있는 우미의 반대편 어깨도 불쌍하니까 이렇게 서로 찰싹- 달라붙어서 가자, 응? 어때?"
"정말... 호노카도 참..."

어쩔 수 없는 아이라는 듯이 바라보던 우미는 아무런 말 없이 호노카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걷기 힘들지 몰라도, 우미는 전보다 더 행복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미의 또 다른 한쪽 어깨는.
호노카의 배려에 의해 더 이상 비에 젖을 일이 없게 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