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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소노다 우미, 선물(present)

소노다 우미, 선물(present)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생일날에는 친한 친구에게 축하받고 싶은 마음은 간직하고 있다.
소노다 우미, 그녀 역시도 뮤즈 멤버들, 그중에서 절친인 코우사카 호노카와 같이, 함께, 영원히... 는 좀 그렇고, 어쨌든 자신의 생일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하아..."

연신 한숨을 내쉬며 버스에 몸을 실은 우미는 깜깜한 밤하늘 속을 뚫고 움직이는 버스의 차창 바깥으로 시선을 돌린다.
현재 시각, 저녁 10시.
스쿨 아이돌과 동시에 궁도부 부원으로 활동중인 우미는 오늘, 중요한 궁도부 대회 때문에 타 지방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궁도부 부원뿐만 아니라, 문자로 뮤즈 멤버들에게도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긴 했지만.
정작 중요한 호노카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호노카..."

자신이 먼저 문자를 보내볼까 고민했지만, 그건 마치 일부러 축하 메시지를 달라고 투정부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며 스스로 거부했다.
같이 대회에 참가한 부원이 차라리 자신이 호노카에게 문자를 대신 보내줄까도 했지만.
우미는 그 제안을 거절했다.
호노카는 분명 자신의 생일을 알고 있다.
틀림없이 연락할 여력이 되지 않아 잠시 메시지를 못 보낼 뿐이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했어, 우미. 아! 그리고 생일 축하해."
"네. 고마워요."

우수한 성적을 거둔 궁도부인지라 부원들도 한껏 들뜬 표정으로 우미에게 축하 메시지를 선보인다.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에도 연신 우미는 스마트 폰을 놓지 못한다.
호노카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호노카의 모습이 보고 싶어.
호노카의 온기를 느끼고 싶어.

"도대체 무얼 하길래 연락 한 통 없는 건가요, 호노카."

이쯤 되니까 조금은 호노카가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우미는 호노카를 자신만의 태양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소극적이고, 남들 앞에서는 제대로 나서지조차 못하는 소노다 우미.
하지만 그런 우미를.
호노카는 언제나 이끌어줬다.
밝은 세계로 데려다 줬다.
그리고 지금은 이렇게 뮤즈라는 새로운 그녀만의 세계로 데려다줬다.

'우미, 스쿨 아이돌이라고!'
'너라면 충분히 할 수 있어!'
'귀엽다고, 우미!'

호노카의 한마디 한마디가 우미에게는 격려가 되고 응원이 된다.
그 한마디가 우미에게는 활력으로 작용한다.
호노카가 있기에 우미는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춥네요..."

3월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제법 쌀쌀하다.
빨리 집에 돌아가서 몸부터 녹이자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우미.
그러나...

"...!"

골목길을 도는 순간, 낯선 형체가 보인다.
사람의 인영.

'치한인가요...!'

요즘들어 사회가 매우 흉흉하다. 특히나 여고생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우미에게 있어서 낯선 이는 조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도망? 아니면 신고?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하지만, 낯선 이가 우미를 먼저 발견했는지 성큼성큼 다가온다.
순간적으로 도망을 선택한 우미가 뒷걸음질을 치려고 하는 찰나.

"우-미!"

익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간지럽힌다.
우미 자신만의 태양, 코우사카 호노카.
있을 리가 없는 소녀가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골목에 멀쩡히 서 있는 게 아닌가.

"호노...카?"
"응. 나야."
"아... 네?! 저, 정말... 자, 잠깐만요!"

황급히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본다.
현재시각.
저녁 11시 30분.

"호노카!"

난데없이 우미의 감정이 격해지기 시작한다.
큰 보폭으로 걸어와 호노카의 양 어깨를 잡는다.

"왜, 왜 이 시간까지 혼자 있는 거예요!"
"그야..."
"지금이 몇 시인지 아세요?! 사람이 많은 곳도 아니고, 골목길은 위험하다구요!"

만약에.
이 골목길을 지나는 사람이 우미, 자신이 아니라 치한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호노카는?
자신만의 태양인 호노카는 어떻게 되는 건가?

"왜... 여기서..."

우미의 감정은 눈물이라는 형태로 변환된다.
생일날, 자칫 잘못했다가 자신때문에 호노카가 불행한 일을 겪으면 우미는 무슨 기분으로 호노카를 만나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아깝다."

호노카가 주머니에서 작은 손수건을 꺼내 우미의 눈가를 닦아준다.
옅은 파란색을 지닌 손수건.

"선물로 주려고 열심히 포장한 건데."
"...!"

우미의 눈동자가 커지기 시작한다.
소노다 우미를 상징하는 컬러, 블루(Blue).
그리고 호노카가 건네준 선물.

"폰을 잃어버려서... 연락 못한 거, 미안해. 그리고-"

눈물방울을 흘리고 있는 우미와 달리.
호노카는 활짝 웃으며 그녀의 눈물을 닦아준다.
우미만의 태양이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을 선보여준다.

"Happy Birthday."

호노카의 한마디에 우미는 다리에 힘이 풀리는 기분을 느낀다.
지금까지 초조해하던 모든 감정이 호노카의 축하에 눈이 녹듯 사라진다.
역시 우미는...
호노카와 함께 생일을 보내게 된 것에 감사할 뿐이다.

-와락!

우미가 갑작스레 호노카를 안아주자, 도리어 당황한 쪽은 호노카였다.

"우, 우미?"
"고마워요, 호노카."

그동안 언제 올지 모르는 우미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추웠을까.
차가운 호노카에게 우미는 자신의 따스한 온기를 나눠준다.
태양의 따스함.
차갑게 식은 태양에게 이번에는 우미가 그 따스함을 나눠줄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