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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토죠 노조미, 노조미는 사기꾼?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때로는 진실과 거짓이 구별되지 않는 콘셉트를 지니게 마련이다.

그중에서도 과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스피리추얼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토죠 노조미는 특히나 이런 논란의 대상에 자주 오르곤 한다.


"저번에는 그냥 어물쩡 넘어갔지만, 오늘은 확실히 해야겠어."


뮤즈를 대표로 칼을 뽑은 것은 다름이 아닌 야자와 니코.

테이블을 한 손으로 내려치며 한층 여유롭게 타로카드를 매만지는 노조미에게 말한다.


"너, 사실 그 스피리추얼, 콘셉트지?"

"아따, 남의 캐릭터 설정을 아무렇지도 않게 붕괴시키려고 하는구마잉."

"세상에 스피리추얼이 어디 있어? 그런건 순전 사기라고, 사기."

"그럼 실험해볼까?"

"......"


노조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가늘어진다.

매번 능글맞게 웃는 노조미의 표정이 좀처럼 보기 드문 진지함이 곁든 얼굴로 변했기에 순간적으로 니코도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의구심 많은 불쌍한 중생들을 위해 내 친히 스피리추얼함을 보여주겠다 아이가."

"흥! 한 번 해보시지."

"오케~"


테이블 위에 노조미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타로카드를 일정한 진열법(스프레드)으로 나열한다.

정육각형 한 가운데에 타로카드가 놓여있는 형태.

노조미를 제외하고는 타로카드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거의 없기에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니코."

"왜, 왜."


지목을 당했는지 살짝 움찔한 니코의 답변에 노조미가 육각형 한 가운데에 위치한 타로카드를 가리킨다.


"이거, 한 번 열어보레이."

"...뒤집으면 갑자기 폭발하거나 그러진 않겠지?"

"설마. 무슨 함정카드도 아이고. 그런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레이."

"조, 좋아. 까짓거 해주겠어!"


오늘이야말로 노조미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 약점을 잡겠다는 니코의 결심이 확연하게 묻어나온다.

매번 와시와시(조물조물 공격)를 당하던 이 설움을 오늘에서야 한꺼번에 풀겠다는 심정과 함께 뒤집은 카드.

타로카드, 연인(Lover).


"니코, 이 카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기가?"

"사랑?"

"그렇데이. 사실 이 스프레드에 의해 나온 카드는, 미래의 반려자를 가리키는 카드레이."

"바, 반려자라고?!"


니코보다도 더 놀란 인물은 뒤에서 구경꾼 역할을 수행하던 니시키노 마키였다.

붉은색의 곱슬머리 소녀가 벌떡 일어나서 노조미를 향해 언성을 높인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무슨 뜻이야! 바, 반려자라니?! 앞으로 겨, 결혼할 배우자를 뜻하는 거야?!"

"응."

"니, 니코가 겨, 결혼?! 우, 웃기지 마! 그, 그런 건 인정할 수 없어!"


멀찌감치서 린이 에리를 보면서 '그건 에리 유행어인데...'라는 딴지를 걸어보지만, 에리는 조용히 하라는 듯이 린을 향해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입술에 갖다 댈 뿐이었다.

한편, 전혀 예상 밖이라고 할까. 얌전한 니코의 미래 배우자를 알아낼 수 있는 타로카드 결과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나의 스피리추얼함으로 알아낸 결과..."


노조미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는 당사자(니코), 그리고 마키.


"이니셜이... M으로 시작하네."

"어째서!!!"


니코와 마키가 둘 다 강력한 항의의 표시한다.

그 와중에, 곰곰이 생각에 잠긴 하나요가 나지막이 말을 한다.


"M이라면..."

"미(M)나미 코토리?"


하나요의 혼잣말에 린이 자연스레 코토리를 입에 올린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코토리 쪽을 향하게 되는데.


"에? 나?!"


코토리가 자신을 가리키며 노조미에게 되묻는다.

노조미가 해명을 하기도 전에, 마키가 먼저 목소리를 높인다.


"말도 안 돼! 의미를 모르겠어! 어째서? 전혀 연관도 없잖아!"

"그, 그러게! 니코도 전-혀 납득 못하겠는데?! 왜 코토리야! 왜냐고!"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하늘에 의해 정해지는거 아닌기가. 그것보다 진정 좀 하그레이. 니코가 열을 내는 건 알지만, 왜 마키가 유독 그렇게 화를 내는고?"


노조미의 말에 순간 마키의 말문이 탁 막힌다.

물론 노조미를 포함해서 니코와 마키를 제외하고 다른 이들은 왜 마키가 열을 내는지 충분히 알고 있다.

괜히 니코마키라 불리는 게 아니다. 이미 이 두 소녀의 관계는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런 걸 잘 인지하지 못하나 보다.


"...노조미."


결국 참다참다 못한 마키가 성큼성큼 노조미를 향해 걸어간다.

그리고 내민 것은...


"얼마면 돼."

"응?"

"얼마면 되냐고! 그 연인운!"

"글쎄..."

"여, 연인운 따위는 내가 사버리면 되잖아!"


오...

작게 탄성을 내지르는 뮤즈 멤버들.

반면,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개진 마키와 더불어 니코 역시도 창피하다는 듯이 마키의 옷소매를 잡아당긴다.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그치만... 열 받는다고! 카드 따위한테 니코를..."

"이 바보야! 이건 단순한 점이야, 점! 장난으로 보는..."

"장난이라도 싫은 건 싫어!"


둘 사이의 말다툼을 보던 노조미가 피식 웃어 보인다.


"사랑싸움이 너무 뜨거워서 가만히 있질 못하겠다 아이가."

"사, 사랑 싸움 같은 거 아니야!"

"자자, 알았데이. 근데 마키, 이거는 알아두레이."


노조미가 한쪽 눈을 감으며 귀엽게 윙크를 해보인다.


"M이라는 것은, 성이 아니라 이름이라는 걸."

"이름이면..."

"축하한데이, 마(M)키."

"...!"


이제야 상황을 파악한 니코와 마키가 화악 붉어진 얼굴로 서로를 외면한다.

그제야 카드를 정리한 노조미가 니코에게 슬쩍 떠보기 질문을 던진다.


"이래도 내 스피리추얼한 파워를 부정하고 싶은기가?"


양 손으로 빨개진 볼을 가리고 있던 니코가 살짝 마키를 바라본다.

자신을 위해 그렇게까지 변론해준 마키의 노력을 못본 척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트, 특별히 인정해주겠어."

"고맙데이. 신용사회 아이가. 앞으로도 자주 노조미의 점술코너 이용해주레이."

"흐...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