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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마음으로 무지개를 만든다면 -上-





당신의 주변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생각날만한 소중한 사람들이 존재하나요?

혹시 지금은 아니더라도, 과거에는 그런 사람들이 얼마만큼 존재했었나요?



춥디 추운 1월. 아직 고등학교 3학년인 제 주변에는, 소중한 사람이 잔뜩 있어요.



가족은 물론, 같은 반의 마키쨩 이라든지, 같은 부에서 스쿨 아이돌 활동을 했던 μ's의 선배들 이라든지.

졸업 전까지 보지 못할 것 같았던 귀여운 후배들까지.



으으, 잔뜩 이라고 말해봤자 별로 없네요.

하지만 단 한명. 정말로 소중해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 단 한명 있습니다.



모두가 특별해서 모두가 소중한 내 주위 사람들. 그 와중에서도 가장 특별하게 여길 수 있는 사람이랍니다.



그런데 어쩌죠, 그 사람과 다른 대학에 붙어버려서 더 이상은 매일 만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요즘에 이런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그 아이가 저를 떠나면, 어쩌죠?

저에겐 단 하나밖에 없는 제일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인데.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행동패턴과 넘치는 생기, 긍정적인 무지갯빛 오라를 가져서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항상 행복하고 기운차게 만들어주는 사람.




특별이라는 단어로도 이 감정을 전부 담기에 부족한-






“그거, 사랑이래이.”


“에엑?! 그, 그럴 리가!”


“참 말로 모르고 질문한 거였나? 하여간 요즘 아들은 다 둔해빠졌데이.”






저는 제 마음을 정확하게 알 수 없었어요. 사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요.


알고 있음에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이 감정. 손을 맞잡으면 터질듯이 쏟아져 나오는 그 감정들.

소중하고 특별한 사람. 그 경계를 이미 한참 넘어버린 것 같은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그렇게 고민하며 마키쨩, 린쨩과 함께 하교하는 와중 대학생인 노조미쨩이 우연히 안부전화를 해서 끙끙 앓고 있는 저에게 도움을 주기위해 다가와 주었습니다.


두 명을 먼저 보내고, 카페에서 함께 마주보고 앉아 그 아이에 대한 마음을 한 없이 털어놓았죠.




어릴 적부터 함께해 왔던 그 추억들은 제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주었고,

항상 밝게 웃어주는 그 미소를 전해 받으면, 심장에 날개가 돋아나 어딘가로 자꾸만 날아가려는 느낌이 들었어요.


‘카요찡 너무 좋아!’라면서 제 품에 안겨 들어오는 그 아이를 보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아팠어요. 이 좋다는 말 한마디가 제가 말하고 싶은 ‘좋아’와는 다른 뜻일 테니까 말이죠.


혹시, 이것이 가끔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그것이 아닐까 생각 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아이를 ‘좋아’해서는 안 됩니다. 절대 그 근처에도 접근해서는 안 되고,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사랑이라니.

어째서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죠?




사랑은 서로가 주고받는 것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그 아이, 린쨩은 저를 ‘사랑’하지 않고 ‘좋아’하는 것뿐이니까요.

만약 신이 제 마음을 알아 그 아이와 저를 이어준다고 해도, 세상은 저희를 받아주지 않을 거니까요.


저의 소중한 주위 사람들이 저를 기피하고, 증오하고, 혐오할거에요.

그렇다면 저로 인해 그 아이의 소중한 사람들마저 곁에서 떠나보내게 되겠죠.


제가 행복해진다고 해도, 린쨩이 불행하다면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에요.

그야 제 진정한 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러니까 제 마음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저 사랑과도 비슷하지만, 굉장히 특별한, 사랑이 아닌 감정일 뿐이에요.















































그렇게, 믿고싶어요.

































“…내도 에리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데이.”



“그렇게, 세상의 시선을 등지고 살아가는 게 정말로 행복해?”



“그게 아니다. 어째서 세상이 느그들을 받아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긴가?”



“노조미쨩도 그저 외면하고 있는 것뿐이잖아. 사랑이란 것을 인정했기에. 좋아한다는 걸 표현했기에 결국,”



“그 말은, 이제 그 마음이 사랑이란 걸 알게 됬다는기네. 내는 간데이?”









노조미쨩은 제가 먹은 커피 값까지 모두 계산한 뒤 문을 열고 나가버렸습니다.

솔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노조미쨩이 정말로 저를 설득시키는 건 아닐까 해서요.


알고있어요. 이 감정이 ‘사랑’이라는 것을. 하지만 끝까지 인정해서는 안 돼요.




린쨩은, 나를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세상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는 멍하니 카페 밖으로 나가 집으로 향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둘이 아직도 하교를 하고 있네요. 걸음이 그렇게 느리지는 않을 텐데 말이에요.

저는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그 둘을 미행했죠. 앗, 조금 미안해서 어쩌죠? 미행이라니, 범죄 같아!


어쨌든, 그 둘은 굉장히 사이 좋아보였습니다. 부러울 정도로요.

사실 ‘사랑’을 인정하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 아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이에요.


린쨩에게서 그런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야 절대로 그러지 않을 거리라 믿었으니까요.


그 아이는 마키쨩에게 직접 만들었다는 목도리를 둘러주었습니다.

매일같이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만들었다는 노란색의 목도리.





파란 하늘에 떠있는 구름이, 거센 비가 만들어준 아름다운 무지개를 두른 듯 마키쨩에게 목도리는 정말로 잘 어울렸습니다. 


끝부분에 그려진 고양이 자수가 왠지 그 아이를 연상시켜서, 곧 제 생일도 다가오니까 당연히 저를 위해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것이 괜한 기대였을까요.


 





“잘 어울린다 마키쨩! 사랑해!”


“아 진짜! 부끄럽게 큰 소리로 말하지 말라고!”


“어째서 마키쨩이 부끄러워지는 거야? 부끄러워할 건 내쪽이다냐!”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좋아’가 아닌 ‘사랑’이였습니다.

‘정말 좋아’도 아닌, 그보다 훨씬 더 높은 차원에 있는 단어였습니다.


둘이서 무엇을 했기에 아직도 이 근처를 맴돌고 있었던 것일까요? 이 상황에서 당연히 생각하는, 생각할 수밖에 없는 행동을 했을 겁니다.


만약에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제 마음을 인정하고 그 아이에게 고백했더라면-


















…안돼요. 이런 이상한 상상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말이에요.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크게 다쳐버려서 이미 부서질 대로 부서져버린 마음의 ‘짝’사랑이라고는,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요. 이건 조금 과한 우정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함께해와서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이 눈앞에서 깨어져버렸으니, 조금 충격 받았을 뿐이에요. 


그러니까 그저 우정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어요.


노조미쨩은 저를 보고 자기합리화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정말로 쓸데없이 모두에게나 착한사람.





그래서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한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에게 버려진 불쌍한 사람.




동정하지는 않아요. 그렇게 해서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니까요.

린쨩이 행복하다면, 저 역시 행복합니다. 이렇게 해서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걸까요? 저는 분명 행복한데 말이에요.

분명 긍정적인 오라를 가져서 자신뿐만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도 항상 행복하고 기운차게 만들어주는 사람일 텐데.


그래요. 기쁨의 눈물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요?


저는 이렇게, 끝까지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바보에요. 나조차도 싫어하는데 이런 바보를 린쨩이 좋아할 리가 없죠.






그치? 린쨩.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행복해?

‘좋아’하는 사람과 있을 때 보다, 훨씬 행복해?






그렇구나.







린쨩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하니까.






나는 괜찮아. 








저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서있을 수 없었습니다. 계속 있다간 발무리에 눈물웅덩이가 만들어질 것 같았거든요. 










만약 사람의 눈물로도 무지개가 생긴다면, 사람의 마음만으로도 무지개가 생긴다면.


제가 울면서 지나간 골목길에서는 비처럼 쏟아지는 눈물이 모여 무지개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네요.


매일 매일 언제나 눈부시게 걸려있는 무지개가 그 아이의 옷자락을 따라 아름답게 떠올라있겠죠. 


그리고 언젠가 무지개를 보고서는 알아차리겠죠.

마음에 가둬두고 들키지 않게 숨기는……그래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이 감정을 말이에요. 








사람의 마음으로는 무지개가 생기지 않는 이유.


신은 아름다운 무지개가 슬픔의 증거가 되어버리는, 그런 잔혹한 세상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일곱 빛깔이 모여 만든 구름님의 예쁜 목도리.

구름님이 모두 떠나가 텅 비어버린 공간에 무지개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지금 제 마음에 떠오른 무지개는, 정말로 아름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