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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니시키노 마키, 특별한 치료

니시키노 마키, 특별한 치료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질병은 피해갈 수 없는 법.
신이 아닌 이상, 그리고 인간인 이상, 질병은 생활에 있어서 최대의 적이 될 수도 있다.

"하아..."

오늘따라 늘어지게 한숨을 내뱉는 아이돌 연구부 부장, 야자와 니코가 동아리실 책상에 얼굴을 묻는다.
아직 다른 멤버들이 오지 않은 상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던 마키가 슬쩍 시선을 돌린다.

"...뭐야. 어디 아퍼?"
"너도 내가 아픈 것처럼 보여?"
"그야 평소에 비해서는 묘하게 얌전하니까."
"네 머릿속에 들은 나의 이미지가 도대체 얼마나 이상하게 새겨져 있는지 묻고 싶지만... 됐어, 오늘은 참을래."

라는 의욕상실 선언을 내뱉으며 또 다시 얼굴을 묻는다.
도대체 뭘까. 오늘따라 니코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
매번 말을 걸면 얼버부리기 전용 대사인 '니코니코니-'도 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아서는,

'아픈 게 확실해.'

이래봬도 니시키노 마키는 의사 집안의 딸이다. 천천히 니코에게 다가가는 것까진 좋았으나.

"... 으..."

시름시름 앓는 소리를 내는 니코의 모습을 보니 더 이상 망설일 여지를 느끼지 못한 마키의 손이 서서히 행동을 가한다.
오른손이 니코의 흑발을 살짝 올려 이마 위에 올려진다.
그러자...

"뜨, 뜨거워?!"
"...감기인가... 요즘 신종플루가 유행이라든데..."
"바보야! 이렇게까지 열이 나면 양호실에서 쉬라고! 뭐하러 온 거야?!"
"이래봬도 아이돌 부장... 야자와 니코를 우습게 보면 곤란하지... 후후후... 니코니코니~..."
"네가 여기에 온 것 자체가 곤란하다고! 자, 빨리 양호실 가자, 데려다 줄게."

니코의 오른쪽 겨드랑이 밑으로 손을 넣어 그녀를 부축해준다.
마키보다 체구가 작은 니코였기에 쉽사리 부축할 수는 있었지만, 문제는 다른 쪽에 있었다.

"...고작 이런 독감따위로... 니코를 막진 못하지...!"

라고 말을 하면서 마키의 손을 거절한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걸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마키에게 니코가 여전히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를 유지하며 말한다.

"약값은 비싸다고오..."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어휴."
"감기가 아닐지도 모르잖아...!"
"백퍼센트 감기라니까. 그것도 독감."
"즈, 증거를 대에..."
"......"

지끈거리는 관자놀이에 잠시 손을 올려놓은 마키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니코의 상반신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고.

-쿵.

니코의 이마와 마키의 이마가 서로 마주보며 작은 마찰음을 낸다.

"역시 뜨겁잖아."
"이건 아이돌을 향한... 나의 정열..."
"이상한 소리 더 하면 기절시켜서라도 양호실에 데려갈 거야."

니코의 뜨거운 숨결이 마키의 안면에 정면으로 다가온다.
피부와 피부가 맞닿음과 함께 니코에게서 미묘한 향기로움마저 뿜어져 나온다.
바로 앞에 니코의 입술이 있다.
한 눈에 봐도 달콤해보이는 입술이.
이대로 살짝 마키가 입술을 내밀면...
키스도 가능할지도.

"......"

정신을 못차리고 있는 니코의 입술에게 마음대로 허락을 강요하는 건 마키로서 양심에 찔리는 일이지만,
그래도 좀처럼 없을 찬스.
니코의 입술 위로 시선 고정 완료.
목표를 포착한 마키가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천천히 전진...

"감기에 아주 잘 들어맞는 특효약은 '애정' 아이가?"
"붸에엣?!"

언제 들어왔는지 가볍게 윙크를 하며 감기 대처법 설명에 임하는 노조미의 등장에 마키가 괴상한 비명소리를 내지른다.

"아따,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데 참말로 방해해서 미안하데이. 근디 그거, 새로운 치료법인고?"
"치, 치료법은 무슨?!"
"그럼 키스?"
"아니라고!"

벌떡 일어나 소리치자, 니코의 입에서 또 다시 앓는 소리가 나온다.
순간적으로 목소리를 줄인 마키가 니코를 살며시 안아주면서 등을 어루만져준다.

"노, 놀라게 해서 미안해, 니코."
"......"

대답이 없는 니코를 지그시 바라보던 노조미가 음흉한 콧노래를 부른다.

"잠들었구마잉."
"...정말?"

"응. 양호실에 데려갈 기회는 지금뿐이레이."
"나, 나도 알고 있어."

당황해하는 마키에게 노조미가 가볍게 눈웃음을 지어준다.

"그라믄 난 간데이."
"니코 데려가는 거 안 도와주고?"

"감기약 사올 거니까 잘 챙겨주고 있으레이. 그 뒤에 데려다줘도 상관 없다 아이가?"
"뭐... 그렇긴 하지."
"잘 보살펴주고 있으레이."

일부러 자리를 비켜준 것일까.
동아리실에서 모습을 감춘 노조미가 세심한 배려의 증거로 문까지 닫아준다.
의자를 3개 연결해 니코를 눕힌 마키.
그러자 또 다시 앓는 소리를 내는 니코가 두 눈을 감은 채 중얼거린다.

"무울..."
"나 참."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작게 웃음을 내비친 마키가 물을 떠온다.

"자, 일어나서 마셔."
"...먹여줘어..."
"......"

도대체 어떻게 먹여달라는 것인지 잠시 혼동을 겪은 마키였으나.
이내 물컵에 담겨있는 물을 한 모금 입 안에 머금는다.
그리고...

쪽.

니코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겹쳐 조심스럽게 안으로 미지근한 물을 밀어넣어준다.
천천히.
니코가 깨지 않게끔.
다시 니코를 자리에 눕힌 마키가 입술에 묻어 있는 니코의 흔적을 손등으로 훔친다.

"트, 특별 치료는 한 번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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