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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니코마키, 선물교환

니코마키, 선물교환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법.
오토노키자카 학원 아이돌 연구부 부장, 야자와 니코는 연습이 끝나자마자 난데없이 코토리를 불러 이렇게 말했다.

"너희 가게에 자리 남는 데 없어?"
"...우리? 메이드 카페?"
"응. 거기."
"있긴 한데..."

미나린스키로 유명한 코토리의 메이드 카페는 시급이 매우 쎈 편이다.
코토리야 자기만족으로 하고 있지만, 니코에게 있어서는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보다도 훨씬 더 좋은 조건과 환경을 갖추고 있는 자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거, 다른 사람들한테는 말해주지 마. 특히나 마키한테."
"왜? 비밀로 해야 할 이유가 있어?"
"어, 어쨌든! 알겠어? 비밀이야!"
"어... 응."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궁금증을 표시하는 코토리였지만, 니코의 강경한 태도에 뭐라 더 이상 토를 달 수가 없었다.






연습이 끝난 이후.

"니코, 같이 돌아-"
"미안, 너 먼저 가. 난 다른 곳에 볼 일 있어."
"......"

연습이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달려가는 니코의 뒷모습.
흩날리는 작은 체구의 소녀를 멀뚱히 바라보던 마키가 살짝 볼을 부풀린다.

"...뭐야. 평소때는 먼저 같이 가자고 하더니만..."

노을지는 태양을 향해 뛰어가며 어느순간 모습을 감춰버린 니코를 살짝 원망하듯 마키가 투정을 부려본다.

"의미를 모르겠어, 정말...!"

그렇게 말한 마키는 자신의 손가방 안에 들어 있는 작은 봉지를 내려다본다.
엉망진창으로 되어 있는 초콜릿.
그것도 수제.

"......"

곧 있으면 발렌타인 데이.
니시키노 마키는 니코에게 직접 자신이 만든 초콜릿을 전해주고 싶어서 남들에게 들키지 않을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니코는 마키를 피하고 있다.
어째서?
왜?

"...니코는 바보..."






10일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니코는 여전히 연습이 끝나자마자 어디론가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멤버들 사이에서도 니코의 행방에 대해 궁금히 여겼지만, 니코 본인은 아무에게도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오로지 코토리만이 니코를 걱정스럽다는 듯이 바라본다.
마치.
자신이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듯한 그런 눈빛으로.





"하아... 피곤해 죽겠네. 정말로."

다시 교복으로 갈아입은 뒤에 메이드 카페 밖으로 나온 니코가 작은 어깨를 스스로 토닥이며 하늘을 바라본다.
육체적으로도 피곤하지만, 정신적으로도 매우 피곤한 상태.

"...위험해. 정말로."

살짝 달아오른 현기증에 순간적으로 비틀거린 니코가 다시 정신을 붙잡는다.
요 근래 너무 무리한 것일까.
애초에 노동이라는 것도 해본 적이 없는데, 여러 사람을 상대하면서 최근 자신을 너무 혹사시킨 감이 없지않아 있다.
코토리처럼 깔짝 자기만족 수준으로 메이드 일을 하고 끝내는 것도 아니고.
정식으로 시급을 받으면서 최대한 받을 수 있을 만큼의 노동을 해야 했기에 니코의 입장에서는 그만큼 고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방과 후에는 뮤즈의 연습시간도 있다.
솔직히 말해서 무리라고 할 수 있다.
연습과 아르바이트의 병행이라니...
...하지만.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꿈이니까..."

라는 말을 하며.
점점 니코의 시선이 하늘이 아닌 바닥으로 향한다.
무너지는 작은 체구의 여린 소녀.
사람들 한 가운데에서 의식을 잃은 니코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이들이 니코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헉... 헉..."

거친 숨을 토해내며 오밤중에 뛰어가는 니시키노 마키는 자신의 할아버지가 원장으로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이제 막 자려고 한 순간에 걸려온 전화 한 통.
그 전화에 마키는 밤이 늦었음에도 병원으로 뛰어올 수밖에 없었다.

-미, 미안해... 마키... 니, 니코가... 

코토리의 사과로 시작된 사건의 전모.
난데없이 니코가 아르바이트 자리를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 코토리는 니코와의 약속때문에 그동안 그녀의 행적에 대해 비밀로 해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리고 갑자기 쓰러졌다는 이야기도...

"바보... 정말 바보야...!!"

마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
만약 니코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앞으로 니코를 영영 볼 수 없게 된다면?
마키의 심장이 점점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녀의 여린 마음속이 니코의 생각과 걱정으로 인해 갈기갈기 조각나는 고통마저 선사해주는 듯했다.
카운터에 있는 간호사 언니의 인사도 무시하고 니코가 실려왔다는 병실로 뛰어간다.
그녀의 곱슬머리가 찬 밤공기의 이슬로 적셔졌을 무렵.

"응? 무슨 일이야. 네가 왜 여길?"
"하아... 하아..."

흰색의 순백한 병실 가운데에 상반신을 일으키고 앉아있던 니코가 마침 과자를 먹고 있었는지 마키를 향해 인사한다.

"니코니코니- 산책하기 좋은 밤이-"
"...왜 그랬어..."
"뭐가?"
"왜 나한테 아무런 말도 안 하고 무리하면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 거야!! 왜!!"

성큼성큼 다가간 마키가 가녀린 니코의 양 어깨를 붙잡는다.
병실 침대 위로 뚝뚝 떨어지는 마키의 눈물.
그 눈물은 뜨겁다 못해 니코에게 있어서 화상조차 입힐 정도의 고통마저 선사한다.
양심의 가책이라는 이름의 고통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그녀는 왜 마키에게 비밀로 한 것일까.
다른 누구도 아닌 마키에게.

"내가... 못 미더워서 그런 거야...?"
"아니야."
"그럼 어째서..."

방금 전까지 보여주던 장난스러운 웃음을 거둔 마키가 작게 한숨을 토해낸다.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니코의 시선이 올곧게 마키에게로 향한다.

"나 역시 대학에 가고 싶으니까."
"...!"

순간 마키의 사고가 정지한다.
니코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떠나보낸 아이.
어머니에게 부담을 지게 하고 싶지 않아 니코는 스스로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무리를 하면서까지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그게 뭐야..."

하지만 마키는 섭섭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만큼은 니코의 모든 것을 털어주길 원했다.
누구에게도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지 않는 소녀.
야자와 니코.
그랬기에 지금껏 줄곧 혼자서 아이돌 연구부를 지켜왔다.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기만을 기다리는 고독한 공주님.
이번만큼은 마키가 이 공주님을 구해주는 왕자님이 되고 싶었다.




병실에서 퇴원한 니코는 생각지도 못한 부름을 받게 되었다.

"야자와 니코."

교무실로 자신을 부른 담임선생님이 작은 종이를 건네준다.

"이게 뭔가요?"
"장학금이야."
"...네??"
"뭐였더라... 아이돌 특기생? 여하튼 그런 쪽으로 해서 너에게 후원이 들어왔단다. 이 장학금이면 대학도 문제 없이 갈 수 있을 거야."
"자, 잠시만요."

머릿속에 드는 의구심.
그리고 그 의구심은 확신이 된다.

-후원, 니시키노 재단.





"마키!!"

1학년 교실 복도에서 마주친 마키를 향해 니코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부른다.
그러면서 마키의 옷소매를 낚아챈다.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라니."
"장학금! 네가 꾸민 짓이지?!"
"...나, 난 몰라."
"......"

늘상 말하지만, 마키는 거짓말이 매우 서툴다.
사람의 시선을 피하고, 얼굴이 살짝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충분히 알게 해준다.

"이런 식의 동정이라면 난 필요 없어."
"동정 따위가 아니야."
"그럼 이게 뭔데-!"
"그건..."

마키가 질끈 두 눈을 감는다.
그리고 이렇게 외쳤다.

"바, 발렌타인 선물!"
"......"
"이, 이건 부가 선물!"

이라고 말하면서 여태 건네주지 못한 엉망진창 초콜릿을 건네준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버린 니코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마키를 바라본다.
뭐라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만큼 초콜릿은 참 못 만들었다.

"맛... 없으면 먹지 마..."
"바보구나. 정말로."

니코는 마키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솔직하지 못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상냥한 아이.
분명 자신의 금전적인 사정을 알고 나서 필사적으로 장학금에 대해 가족들에게 부탁했을 것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는 마음.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
그게 과연 싸구려 동정심일까?
...아니.
적어도 마키란 소녀에게 있어서 그런 건 생각할 수조차 없다.
니코는 그 사실을 알기에.
마키의 엉망진창 초콜릿을 받아든다.

"진짜..."

살짝 눈시울이 붉어진 니코가 애써 손등으로 눈물을 훔친다.
자신은 이만큼이나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누군가로부터 이렇게 사랑을 받는다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난... 알바하느라 준비도 못했는데..."
"그런 거라면 괜찮아."

마키가 니코의 눈물을 슬쩍 닦아준다.

"이미... 나도 니코한테 과분할 정도로 많은 선물을 받았으니까."

옆에서 밝게 웃어주는 소녀, 야자와 니코.
그녀의 존재만으로도 마키에게는 커다란 선물이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그녀들만의 발렌타인 선물 교환.

"대신, 오늘부터 같이 돌아가는 거야!"
"뭐야, 그동안 내가 같이 안 가줘서 심심했어? 마키는 부끄럼쟁이!"
"시, 시끄러워! 의미를 모르겠어,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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