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노카의 섹시-드레스!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매번 무난한 의상만을 고를 수는 없다.

변화를 요구할 때 시각적으로도 가장 많은 영향력을 선사하는 게 바로 무대 의상!

그래서 뮤즈 역시도 이번에 새로운 콘셉트를 추구하고자 의상 담당인 코토리가 몇 가지 후보안을 들고 왔다.

 

“정확히 3개를 골라봤는데...”

 

머리 위에 있는 벼슬이 추욱 처진 모습이, 그간 코토리의 고심을 그대로 나타내는 듯한 흔적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3개를 골라봤어. 예쁘고, 귀엽고, 그리고 섹시.”

“섹시 콘셉트는 저번에 시도했다가 실패한 거 아니었어?”

 

마키가 눈을 흘기며 묻는다.

9명이나 되면서 이상하게도 ‘섹시’라는 단어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는 게 바로 뮤즈다.

어라이즈만 해도 멋있고 섹시한 콘셉트를 전면으로 내세울 수 있는데, 뮤즈는 공교롭게도 그게 없다.

 

“그래서 이번에 한 번 본격적으로 도전해볼까 해.”

 

코토리가 결의에 가득 찬 눈빛을 선보인다.

그와 동시에 큰 가방 안에서 3벌의 의상을 척! 하고 꺼낸다.

 

“이게 뭐니?”

 

에리의 질문에 코토리가 잘 물어봤다는 듯이 외친다.

 

“아까 내가 말한 3가지 이미지를 대표할만한 무대 의상이야! 우리 중 누군가가 이걸 입고 모델이 되어줬으면 해.”

“모델?”

“응! 3벌의 의상을 입어봐서, 우리와 가장 잘 어울릴 만한 이미지를 고르는 거야.”

“그 모델은 누구인데?”

“그야 당연히 호노카지!”

 

모두의 시선이 호노카에게 향한다.

순간 이목을 받게 된 호노카가 빵을 먹다가 갑자기 채를 한 듯 몇 번 콜록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 장면을 어이없다는 듯이 보던 마키가 다시 코토리에게 묻는다.

 

“호노카로 괜찮은 거야?”

“아니, 낸 괜찮다고 생각한데이.”

 

코토리 대신 답변한 것은 다름아닌 노조미였다.

 

“사실 어떻게 보면 호노카가 뮤즈를 대표하는 인물 아이가? 실제로 리더이기도 하고...”

“그건 맞지만...”

“그리고, 카드가 내게 말했데이! 모델은 호노카가 제격이라고!”

 

라는 말을 하면서 카드를 꺼내보인다.

하지만.

 

“앗, 미안하데이. 나도 모르게 버스 카드를 꺼냈네.”

“......”

“어쨌든 카드가 그렇게 말했다 아이가.”

“버스카드 충전해달라고 말하는 것을 잘못 들은 게 아니고?”

 

의구심 가득한 눈초리의 마키였지만, 에리가 노조미의 말에 공감의 한 표를 행사한다.

 

“나도 호노카가 입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해. 센터에 가장 많이 서는 경우가 많은 게 호노카이기도 하니까. 호노카가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입으면 우리 역시도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도 있기도 하고.”

“그리고 사이즈로 따지면, 평균 정도 되는 게 호노카 아이가.”

“...노조미, 평균 몸매 사이즈는 제외해.”

 

에리가 살짝 눈초리를 주자, 노조미가 혀를 빼꼼 내밀며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전 학생회장과 전 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결국 호노카가 당첨.

전 학생회 멤버에 현 학생회 멤버이기도 한 우미도 호노카가 입는 게 좋다는 의견을 더하며 최종적으로 호노카가 의상을 입게 되었다.

 

“자, 그럼 호노카. 1번 의상부터 입으면 돼.”

“으, 응.”

 

커튼이 처져있는 반대편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 호노카.

나머지 8명은 호노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대략 5분 후.

 

“짜, 짜잔~...”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의 호노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1번 의상의 콘셉트는 아름다움.

 

“어, 어때?”

 

호노카가 어색한 웃음을 선보이며 묻자, 우미가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외친다.

 

“완전 예뻐요!!! 호노카!!! 결혼해주세요!!!”

“......”

“......”

 

또 다시 호노키치의 기질이 발동된 우미의 발언에 모두가 침묵을 유지한다.

이윽고 자신의 추태를 눈치챈 우미가 헛기침으로 다시 평상심을 되찾으며 말한다.

 

“나, 나쁘진 않군요. 으흠.”

‘나왔구만. 호노키치 대마왕.’

 

모두의 예상대로 우미의 폭주가 곧장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호노카와 1번 의상의 콘셉트가 잘 어울린다는 뜻이 되는 게 아닐까.

뒤이어 2번 의상을 갈아입고 나온 호노카.

이번 콘셉트는 바로 ‘귀여움’이다.

 

“...코토리. 휴지 있나요?”

“휴지? 왜... 우, 우미?! 코, 코피가!!”

“아아... 출혈로 쓰러질 거 같아요...”

 

호노카의 귀여움을 어필하는 2번 복장으로 인해 우미에게 출혈 데미지(?)가 선사되었다.

결국 휴지를 돌돌 말아 한쪽 코를 막은 우미가 심사위원 업무를 속행.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3번 콘셉트, 섹시 콘셉트의 차례다.

호노카의 섹시 의상이라.

과연 잘 어울릴까.

모두의 궁금증과 함께, 드디어 호노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으... 치마가 엄청 짧은데...”

“......!!!”

 

사과처럼 빨갛게 물든 호노카가 모습을 드러낸다.

허벅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초미니스커트. 게다가 망사 스타킹에 상의는 가슴과 허리라인이 그대로 드러나는 타이트함을 자랑한다.

세상에.

여고생이 이렇게 섹시해도 되는 것일까.

그것보다, 맨날 빵만 먹어서 다이어트 다이어트를 울부짖던 호노카에 비해서 몸매가 이상적으로 좋아보인다.

 

“아... 신이시여.”

 

털썩.

 

“우, 우미?!”

“정신차려! 우미!!”

“누, 누가 양호 선생님을...!”

 

호노카의 섹시 드레스에 그대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우미 덕분에 투표는 10분 뒤로 연장이 되었다.

다시 교복 차림으로 돌아온 호노카가 진땀을 닦으며 말한다.

 

“이야~ 그렇게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어보는 건 처음이야.”

“노 브렌드 걸 때도 거의 그 정도 노출도 아니었어?”

 

니코가 태클을 걸어보지만, 코토리가 옆에서 호노카의 말을 덧붙여준다.

 

“섹시 콘셉트를 전면으로 내세운 의상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보다 슬슬 투표 용지 걷으려고 하는데. 1번부터 3번까지 어느 의상이 어울리는 거 같은지 적어주면 돼.”

 

투표 용지 수거를 재촉하는 코토리의 말에 우미의 뇌세포가 빠르게 회전한다.

볼펜을 쥔 손은 심지어 바들바들 떨기까지 한다.

 

‘귀여움도, 그리고 예쁜 것도 괜찮았어요. 호노카는 뭘 입어도 여신이니까요. 하지만... 3번은... 3번은... 섹시 드레스는... 최고였다구요!완전 에로에로했어요, 호노카!! 부디 그 의상을 다시 입어줬으면... 아, 그래도 다른 사람들한테 그런 호노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진 않아요. 더러운 눈으로 감히 나의 호노카를!!! ...하지만 섹시 드레스도... 으으... 고민이에요, 소노다 우미, 일생일대의 위기라구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급과 동급의 고민을 시작한 우미.

결국, 개인적인 욕망을 앞세워서.

천천히 3번, 섹시 드레스를 적는다.

 

‘그래요, 분명 다른 사람들도 호노카의 섹시 드레스를 적을 거예요! 분명히! 왜냐하면 뮤즈에게 지금까지 없던 시도였으니까!’

 

그리고 10분 후.

투표 결과.

귀여움 8표, 섹시함 1표.

 

“어째서인가요?!”

 

책상을 두 손으로 내려치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우미였지만, 모두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보인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섹시 드레스는 좀 시기상조인 듯한 느낌이...”

“하나요! 그건 도전정신이 약해서 그래요!”

“우미, 너 같이 탐욕에 일그러진 눈빛으로 물들 관객들을 생각하니 3번은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에리야말로 저를 너무 이상하게 평가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마음으로...”

“카드가 내게 2번을 고르라고 말했데이.”

“버스카드라구요, 그거!!”

 

어떻게 해서든지 3번을 선택하고 싶은 우미였으나.

결정타가 날아온다.

 

“나도 직접 입어보긴 했는데... 역시 3번은 안 될 거 같아.”

 

호노카의 한 마디에 결국 우미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섹시 드레스.

호노카의 섹시함을 전면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이렇게 허무하게 날아가버린 것이다.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그랬어요... 크윽!”

 

오늘따라 우미의 그 한 마디가 그녀의 진심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