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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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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천사와 해바라기 -2- 「에리쨩... 괜찮은 거 맞지? 응?」 나도 모르게 다그치듯이 물었다. 불안함이 목소리에 묻어나 가늘게 떨렸다.옆에 선 우미와 코토리, 그리고 1학년들까지. 모두가 경직된 표정으로 에리를 바라봤다. 에리가 가벼운 한숨을 내쉰 다음 다시 숨을 들이켰다.그 숨쉬는 소리가 병실안에 가득 울려퍼졌을 정도로, 다들 호흡하는것조차 잊어버리고 에리가 할 말에 집중했다. 에리는 입꼬리를 올리며 작게 고개를 저었다. 「평생, 제대로 걷지 못할 수도 있대.」 에리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웃었다.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웃고있는 에리의 얼굴은 우는것보다도 훨씬 슬퍼보였다. 에리의 시선은 우리를 향하고 있었지만, 눈동자 속에는 우리가 담겨있지 않았다.하늘이 비치는 연못만큼 맑고 푸르던 에리의 눈이, 바닥이 갈아엎어진 웅덩이처..
추락한 천사와 해바라기 -1- 평화로운 일상이, 호노카와 함께 잡은 손이.지금 이 순간 하나하나가 내겐 너무나 소중해서, 언제까지고 계속 되길 바랐다. 장애물이 나타난다면 서로 어깨를 기대며,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누가 보란듯이 자신만만하게 외칠 때도 있었다.언제든지 호노카와 함께라고, 그렇게 생각했었으니까. 하지만 장애물은 생각한것보다 수십배만큼이나 거대했다.가까이 다가가려 하는것만으로도 짓눌리고 상처를 입었다.아픔을 참고 온힘을 다해 밀어내려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커지기만 해서, 포기하고 싶어졌어. - 「우와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8월의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꽤 긴 시간동안 걸어다녔기에 땀이 뺨을타고 주르륵 흘러내렸지만.그 노력을 보상해주려는 듯, 알록달록 예쁜 꽃으로 가득 찬 공원이 눈앞을 반겨주자 기운이 잔뜩 ..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 아무도 없는 한적한 부실.천천히 문이 열리며 그녀들이 들어온다. “저기 니코. 초콜릿 만들었어? 응? 만들었지!” “에? 당연하지. 너희들한테 주려고 사랑이 담긴 수제♡러브니코♡초콜릿을 잔뜩 만들어왔다고.” “그런 걸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잘도 말하는 구나…….” “먹고 싶어! 니코가 직접 만든 수제♡러브니코♡초콜릿 먹고 싶어!” 2월 14일.BiBi 유닛 곡의 연습을 위해 모인 그녀들이었지만, 연습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어느 샌가 발렌타인 초콜릿 이야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시초는 아야세 에리였다.초콜릿을 보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그녀로써 발렌타인데이는 그야말로 사랑의 결실, 1년이라는 긴 세월 사이의 하루뿐인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사물함은 후배들의 사랑이 담긴 초콜릿으로 가득 차..
오해 "니코, 할 말이 있어" 에리치카가 찾아온것은 점심시간이었다언제나처럼 부실에 있던 나는 지금 영문도 모른채 끌려가고있다 "에리쨩, 니코는 아직 밥도 못먹었는데~""그렇게 오래 안 걸릴테니까""으, 으응 니콧" 에리는 뒤도 돌아보지않고 대답했다. 분위기 무서워- "어디로 가는거야?""옥상" 표정으로 보아 에리가 한다는 말은 중요한것이 틀림없다.다만, 뮤즈와 관련된것이라면 굳이 부실에서 나올필요가 없을텐데개인적인얘기한거다거의 붙어다니는 노조미도 떼놓고 왔다는것은 노조미한테도 얘기못할 상황이란건가...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옥상에 도착해 있었다 "들어가""니콧" 어째 태도가 범죄자라던가한테 구는것 같은데... "니, 니코니- 에리쨩 무슨 ㅇ"쾅-! 에리는 밖으로 따라 나와선 옥상문을 거칠게 닫았다.그..
만남으로부터 *대략 sds - 보쿠히카 사이. 호노에리 --------------------- 아름다운 파란색 눈과 반짝이는 금발. 좀처럼 보기 힘든 외모의 손님이 처음 호무라에 왔을 때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오토노키자카 학원의 입학식. 흩날리는 벚꽃의 아래서 그 아름답고, 이국적인 모습을 다시 봤을 때,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한 눈에 알아봤었고, 새로운 학생회장의 취임식. 강당의 연단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선서하던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했었어. 학교의 폐교가 결정되고 방과 후까지 학생회실에 남아 고민하는 모습을 봤을 때, 폐교는 나에게도 큰 문제로 남아 함께 고민했어. 텅 빈 교실. 홀로 앉아 있던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을 때, 마주잡던 그녀의 손은 정말로 따뜻했었지. 그녀와 함께 보내온 매일매..
아야세 에리의 러시아어 교실 ~정전 편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때로는 러시아어 수업의 선생으로 활약할 때가 있다.현재, 제2외국어 중에서도 러시아어를 담당하고 있던 강사 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린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고, 현 학생회는 이사장과 합의를 봐서(당사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비밀이다) 야야세 에리를 임시 러시아어 선생으로 임명을 하게 되었다.그러나 첫 번째 수업은 가르치라는 러시아어는 안 가르치고 연이은 하라쇼 찬양으로 악평 중에 악평을 받게 되었으니... ‘좋아, 이번에는 만회하겠어!’ 주먹을 살짝 쥐어보이며 수업을 나가려던 에리가 학생회실에서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던 찰나였다. -딸깍! “꺄악?! 뭐, 뭐야!!!” 갑자기 깜깜해진 교실 때문에 에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가뜩이나 비도 오는 와중이라 불이 꺼지면 말 그대..
아야세 에리의 러시아어 교실 ~하라쇼 편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이할 때가 종종 있다.그중에서도 근래에 들어서 가장 위험한 위기를 맞이하게 된 인물이 오토노키자카 학생회실 안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어, 어째서 내가?!” 스타일 좋은 금발미인, 아야세 에리가 손으로 책상을 내려치며 항의하듯 말한다. “왜 내가 러시아어 수업을 담당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그치만...” 코토리가 난감하다는 듯이 옆에서 딴청을 피우는 호노카와, 그리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 우미를 바라본다.상황을 설명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하는 에리에게 우미는 어쩔 수 없이 자초지종을 설명해주기 시작한다. “에리도 알고 계시죠? 저희 학교는 제2외국어 강사를 외부 시간제 강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요.”“그거야 잘 알고 있어. 일단 나도 학생회장이었으니까.”“..
그 무엇보다 달콤한 그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순간 노조미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가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호흡, 어째서인지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시야. 평소보다도 훨씬 더 뜨거운데도 이상하리만치 싸늘하게 떨려오는 몸. 참으려고 했지만, 목을 타고 올라오는 간지러운 느낌에 밭은 기침을 내뱉는다. "콜록!"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감기였다. 노조미는 한 팔로 침대를 짚어 몸을 지탱하며 일어서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질 않는지 이내 침대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혼자 살 때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는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며 노조미는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도저히 학교를 갈 몸 상태가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