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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




아무도 없는 한적한 부실.

천천히 문이 열리며 그녀들이 들어온다.



“저기 니코. 초콜릿 만들었어? 응? 만들었지!”


“에? 당연하지. 너희들한테 주려고 사랑이 담긴 수제♡러브니코♡초콜릿을 잔뜩 만들어왔다고.”


“그런 걸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잘도 말하는 구나…….”


“먹고 싶어! 니코가 직접 만든 수제♡러브니코♡초콜릿 먹고 싶어!”






2월 14일.

BiBi 유닛 곡의 연습을 위해 모인 그녀들이었지만, 연습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어느 샌가 발렌타인 초콜릿 이야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시초는 아야세 에리였다.

초콜릿을 보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그녀로써 발렌타인데이는 그야말로 사랑의 결실, 1년이라는 긴 세월 사이의 하루뿐인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사물함은 후배들의 사랑이 담긴 초콜릿으로 가득 차있을텐데, 어째서 저렇게 니코가 직접 만든 초콜릿에 집착하는 것일까.



“…에리. 후배들한테 초콜릿 엄청 받았던데 질리지도 않는 거야?”


“후후. 간단하게 말해줄게.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한자어의 뜻을 말해보겠니, 마키?

기마욕솔노(騎馬欲率奴)”


“그건 ‘말을 타면 노비를 거느리고 싶어진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뜻이야.”



“그럼 계학지욕(谿壑之慾)은?”


“‘시냇물 흐르는 산골짜기의 욕심.’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했지.”



“등롱망촉(得隴望蜀)은? 삼국시대때 나온 말이지?”


“‘농나라를 얻고나니 촉나라도 얻고 싶다.’ 사람의 욕심은…….하.”



“결국 니코의 수제♡러브니코♡초콜릿을 먹고싶다는 거구나!”


“정답이야!”



그랬다.

그녀는 그렇게나 많은 초콜릿을 받았음에도 불과하고, 더욱 더 많은 초콜릿을 받고 싶었다. 남들 있을 때 겉으로는 곤란한 척, 부담스러운 척 하지만 속은 당뇨 걸릴 때까지, 비만 합병증으로 사망할 때까지 초콜릿을 먹고 싶은 것이었다! 


수많은 초콜릿 중에서 니코가 직접 만든 초콜릿을 먹는다면 후배들이 만들어준 형편없는 초콜릿보다 훨씬 맛있는, 입에 넣으면 황홀감을 느끼는 그야말로 신의 보배이리라!


하지만 그녀는 사실, 니코의 수제 초콜릿 보다 더 먹고 싶었던 초콜릿이 있었으니…….



“그 전에 노조미의 초콜릿을 먹어보고 싶어.”


“노조미의 초콜릿이라니. 뭔가 먹으면 행운이 온다던가 그런 건가.”


“스, 스피리츄얼-한 파워가 가득 담긴 초콜릿인건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노조미가 직접 만든 평범한 초콜릿이 먹고 싶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아야세 에리를 보고 그녀들은 충격에 빠졌다.

방금 전까지 하이텐션으로 초콜릿만 주절거리던 그녀가 갑자기 노조미 얘기를 꺼내더니 시무룩한 표정으로 추욱 늘어져버린 것이 아닌가.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오늘 아침 노조미는 자신에게 두 개의 초콜릿을 주었다고 한다. 기쁨에 겨웠던 나머지 바로 까서 먹어보았는데, 하나는 우메보시가 들어있는 초콜릿이었다.


우메보시 초콜릿은 한입 씹자마자 놀라서 뱉어버렸었는데,

‘에리치를 위해 직접 만든 건데 뱉어버리는 긴가?!’ 라고 말해서 나머지를 까서 먹었더니,

그것은 김이 통째로 들어간 초콜릿이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의 말을 따라 천천히 음미하며 목을 부여잡고 씹어 삼켰다.


그런데 그녀는, ‘그건 한국에서 주문한 김 초콜릿이래이. 맛있제?’ 라고 웃으면서 도리어 자신을 놀렸다고.


그 후에 그녀가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내들더니 그것은 The Moon 이었다.




‘뭔데 갑자기. 무슨뜻이야?’


‘혼돈……. 혼돈이래이. 지금 에리치는 혼돈을 느끼고 있구마…푸흡’


‘아 진짜!! 장난치지 말란 말이야!!’




결국 그녀가 직접 만든 초콜릿은 한입 씹고 뱉어버렸고, 타국의 이상한 초콜릿만 먹어버렸다는 이야기였다.



“응? 그러면 한번은 맛 본거 아니야?”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스피리츄얼 파워와 행운이 함께 하는, 노조미의 사랑이 담긴

♡러브노조♡초콜릿을 혀, 식도, 위, 간, 쓸개, 소장, 대장으로 맛을 느껴서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거라고!”


“…그냥 소화과정이잖아.”


“노조미가 우메보시 초콜릿 말고 다른 것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보장은 있어?


“그래서 그게 궁금해! 정말 그게 끝인지 아닌지! 혹시 나를 위해 정상적인 초콜릿을 하나 더 만들었는지 아닌지!”


“직접 물어보면 되잖아?”


“그렇지만 직접 물어보기엔 부끄럽잖아! 분명 이상하게 웃으면서 장난을 칠거라고! 나를 초등학생 보듯이!”



아야세 에리는 책상을 부여잡고 작은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흐아아아 라든지 으어어어 라든지 듣기 좀 거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이것은 누가 봐도 도와달라는 신호였다.


어쩔 수 없이 그녀들은 아야세 에리를 도와 노조미의 수제 초콜릿이 더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 그것을 얻어내기 위한 작전을 세우는데, 바로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이었다.












[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 #1 - 슬쩍 찔러보기 ]



“슬쩍 찔러보기……?”


“그래. 말 그대로 슬쩍 찔러보는 거야. 노조미는 아까 학생회실에서 호노카를 도와주고 있었어.”


“아하, 니코도 도와주러 온 척하면서 슬쩍 찔러보라는 거지! 갔다 올게!”


니코는 곧바로 학생회실로 뛰어갔다.

예상대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때문에 앓고 있는 호노카와 노조미가 보였다.

두 사람이 정리하기에도 정말 벅차 보이는 어마 무시한 물량. 즉각 했으면 저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텐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운 빠진 호노카와 노조미가 니코를 엄청나게 반겨주었다.

그녀들은 니코가 구세주라도 된 마냥 야자와 니코 만세삼창 까지 하며 그녀를 의자에 앉혔다.


“그러고 보니까 우미쨩이라던가 코토리쨩이라던가 어디 갔어? 보통 같이 붙어 다니지 않아?”


“으앙, 우미쨩은 후배들이 준 초콜릿을 억지로 먹다가 배탈 나서 보건실에 갔고, 코토리쨩이 그걸 따라가서 노조미쨩이 도와주러온거야!”


“걔도 참 고생이 많네…….”



니코는 쌓여있는 서류더미중 하나를 꺼내 천천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테니스부의 부활동비를 조금 더 늘려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당연히 거절 란에 사인을 하고 아이돌연구부의 부활동비 지원서를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녀들은 폐교를 막았는데, 모으고 모아서 모니터를 27인치로 바꿀만한 쥐꼬리만 한 활동비밖에 받지 못했다.


니코는 테니스부 따위에게 줄 돈이 있다면 아이돌연구부에 투자하는 게 훨씬 더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니콧치는 초콜릿 얼마나 받았댔제?”


“뭐? 무, 물론 전 세계의 팬들에게 70억-”


“마음으로?”


“응…….”



니코는 눈에 불을 키고 찾아낸 아이돌연구부 부활동비 지원서에 확인 사인을 하고, 노조미 쪽으로 눈을 돌렸다. 노조미가 가지고 있는 서류는

저번에 했었다는 회의에 대한 내용이 잔뜩 적혀있었다. 이제 학생부 소속도 아닌데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걸 보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니코는 이제 슬슬 ‘슬쩍 찔러보기 작전’을 실행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노조미를 볼펜 끝부분으로 툭툭 쳤다.


그리고선 그녀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모두에게 줄 초콜릿 만들었어?)”


“(에, 내는 그런 재주가 없데이?

아까 우미쨩이 배탈 난 이유가 내가 초콜릿에 일일이 파워를 불어넣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해서 역시 만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말 이제…….)”


“(으응, 그래서 하나도 안 만들었어?

노조미쨩이 만든 ♡러브노조♡초콜릿 먹고 싶었는데~♡)”


“(니콧치는 마키쨩한테 줄 초콜릿 만들었나? 마키쨩 신경 안 쓰는 것 같아도 은근 기대하고 있을거래이?)”




“다, 당연하지! 마키쨩한테 줄 거는 이렇게 따로! 하트 모양으로 만들어놨다고!”  



니코는 책상을 탁 치고 일어나

가방에 담겨있던 하트모양 상자를 꺼내서 노조미의 얼굴 앞에 가져다놨다.  

그것은 빨간색이었고, 핑크색 반짝이는 리본으로 귀엽게 장식되어있었다. 



“둘이 무슨 얘기 하는 거야? 호노카 빨리 끝내고 초콜릿 먹고 싶단 말이야…….으앙.”


노조미는 그렇구나~라며 그녀를 놀리는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그런 노조미의 반응에 자신이 들고 있는 초콜릿 상자처럼 얼굴이 빨개진 니코는

가방을 한 손으로 들고 그것을 다시 가방 속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선 마저 보고 있던 운동부 활동비 지원서에 ‘거절’ 사인을 했다.


“가, 갈게!”


“…이거 아이돌연구부 빼고는 전부 ‘거절’이래의.”


“모, 모, 몰라! 이만큼이면 많이 도와준 거지? 갈 거야! 가, 갈 거라고!”


“에에, 지금 완전 마키쨩 같았데이.”



니코는 붉어진 얼굴을 가리며 학생회실을 뛰쳐나갔다.

어째서 그 부분에서 자랑스럽게 마키만을 위한 초콜릿을 보여줬는지는 자신도 모를 것이다.


마키만을 위한 초콜릿.

그것은 어젯밤 8명의 초콜릿을 만들고 나서

특별히 조금 더 비싼 재료를 가지고 밤새워 만든 스페셜 ♡러브니코♡초콜릿이었다.


원래대로라면 방과 후에 몰래 마키에게 줄 생각이었으나 그 전부터 노조미에게 보여져 버렸으니…….




“그러고 보니까, 에리는 노조미한테 줄 초콜릿 만든 거야?”


“다, 당연하지! 나도 아침에 주려고 했는데 우메보시의 충격이 너무 커서…….”





덜컥.


문이 열리니 그곳에는 얼굴이 잔뜩 빨개진 니코가 들어왔다.


“니코! 물어보고온거야? 있데 없데?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나를 위한 초콜릿이!”


“미안. 못 물어봤어…….”


“니코쨩 얼굴이 좀 빨간데. 무슨 일 있었어?”


“어, 없었어! 다음! 다음 작전이야!”













[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 #2 - 가방 뒤져보기 ]



“가방 뒤져보기……?”


“그래. 말 그대로 가방을 뒤져보는 거야. 가방은 아마 그대로 교실에 두고 왔을거야.”


“오케이. 그걸 가져오면 되는 거지? 갔다 올게!”


“잠깐, 멋대로 뒤지면”


니코는 문을 힘차게 열고 뛰어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뛰어서 갔다 왔는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빵빵하게 부풀어있는 노조미의 가방을 가져왔다! 


“허억, 허억, 하. 이 정도면 초콜릿이 들어있을만 하지?”



마키는 주저하지 않고 노조미 가방의 지퍼를 열어젖혔다.

첫 번째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카드가 들어있는 케이스 5개. 그것도 같은 세트였다.


“어째서 같은걸 5개나 들고다니는거야?”


“그, 그야 카드는 계속 쓰면 닳기도 하니까 미리 몇 개씩 들고 다니는 거야. 그것보다 그만하자? 남의 가방을 멋대로”


“이건 뭐지?”



니코는 꽤 깊숙이 들어가 있던 무언가를 꺼냈다.

잘 접혀진 수건이었다. 아마도 연습 후에 땀을 닦는 용도일 테다.


“의외로 평범하네. 분명 부적 같은 걸로 닦을 줄 알았어.”


“아니 왜 땀을 부적으로 닦는 건데”


또 다른 물건으로는 조금 이상하게 생긴 염주 같은 물건이라던 지, 공책 몇 개, 보온병과 오컬트 관련 내용이 적혀있는 책이 들어있었다.


“이거, 코코아가 들어있어.”


“오. 이건 분명 에리를 위해서 만들어온거네.”


“오오! 이건 못본걸로 치겠어!”


이런 물건들 속에서 초콜릿으로 보이는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무언가 상자같이 생긴 것은 있었지만

그 역시도 안쪽은 만지면 안 될 것같이 생긴 조각상이 들어있었다.


이게 초콜릿인가 싶었지만 역시 만지면 안 될 것 같이 생겼기에 확인하지 않았다.

이것이 스피리츄얼 파워-라는 건가…….


“에, 의외로 별거 안들어있잖아."


“그래도 남의 가방을 그렇게 뒤지면 안 되는 거잖아! 너희들 생각 있는 거야?”


“방금 전까지 엄청 좋아했으면서.”


에리는 한숨을 쉬며 그녀들이 휘집어 놓은 물건들을 다시 차곡차곡 정리해서 가방 안에 넣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긴 염주 같은 물건부터, 깔끔하게 필기된 공책 몇 개, 따뜻한 코코아가 담긴 보온병과 오컬트 관련 내용이 적혀있는 책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건.







“어라, 이거 내 수건이잖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에.”



“에에.”



“에.”










에리는 수건을 접어 책상 위에 올려둔다. 나머지 물건들을 넣어 가방의 지퍼를 닫고 니코에게 건네줬다. 

그리고선 올려뒀던 수건의 냄새를 맡으며 말한다.















“……나도 빨리 돌려줘야겠네.”


“뭐를?!” 

 










[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 #3 - 직접 물어보기 ]



“아니, 직접 물어본다고?! 뭔가 더 방법 없는 거야?!”


“없어. 5천자 안으로 쓰려고 했는데 지금 4,309자거든.”


“무슨 소리야?!”



그녀들은 아야세 에리를 끌고 학생회실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에리는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엔 그녀들의 거침없는 행진에 질질 끌려갈 뿐이었다.


그렇게 계단 모서리에 발등을 부딪혀가며 도착한 학생회실의 문 앞.

아직도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서류에 에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쌓이는 거야”

그녀의 고등학교 인생 3년 동안 저렇게 쌓여있는 서류는 처음 봤을 것이다.

그야 호노카는 그녀처럼 서류를 바로바로 확인하는 타입이 아니고, 미루고 미루다 저런 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니까.



덜컹!



마키는 강하게 문을 열어 넘겼다.

지칠 데로 지쳐 엎드려있던 호노 카는 화들짝 놀라 그녀들을 쳐다봤다.



“호노카. 지금부턴 에리가 전부 다 하겠데. 너는 집에 가.”


“정말? 야호! 이예에에에! 고마워 에리쨩!”



호노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차게 가방을 매고 방방 뛰며 즐겁게 학생회실을 뛰쳐나갔다.

다시 한 번 주위를 확인하고, 그녀들은 매고 있던 가방 두 개를 에리에게 건네줬다.


하나는 에리의 가방, 또 하나는 노조미의 가방이었다.


“우리도 갈게.”


“뭔, 뭔, 뭔, 안 돼! 가지마! 가지마아아아아!!”


“마키쨩 있잖아, 니코가 줄게 있는데…….”


“가지말라고오오오오!!”



그렇게 그녀들은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 때 학생회실에 남아있는것은 노조미와 에리. 그리고 가방 두 개, 넘쳐나는 서류들뿐이었다.


희망을 잃은 에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서서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노조미의 앞에 서있을 뿐이다.


“에리치?”


얼굴이 잔뜩 붉어진 에리는 아무 말도 없이 먼저 가방 하나를 노조미의 어깨에 걸쳤다.


“…미안해. 너무 궁금해서 가방 속을 좀 뒤져봤어.”

그리고선 자신의 가방에서 네모난 보라색 상자를 꺼낸다.

하늘색 리본으로 장식된, 조금 투박해 보이는 생김새.


“처음 만드는 거라 조금 모양이 이상할 수 는 있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만들었으니까 받아줘.”


노조미는 싱긋 웃으며 상자를 받아든다. 교복의 치맛주머니에서 카드뭉치를 꺼내고 이리저리 돌려 섞는다.

그것을 서류로 어질러진 책상에 놓고 맨 윗장을 뽑아든다.




The Moon.




“잠깐, 이거 혼돈이라며. 지금 내 초콜릿이 혼돈이라는 거야?”


“푸흡. 거꾸로 돼 있잖나. 역위치는 그동안 해왔던 일이나 불안했던 일이 드디어 끝난다는 걸 의미한데이.”


“아, 그, 그런 거였구나……. 휴우…….”








“에리치. 한번 가방을 열어보래이.”


“내 가방? 갑자기 왜…….”




에리는 그녀가 말 한데로 자신의 가방을 열었다.

그곳에 들어있는 것은, 별 모양의 하늘색 상자였다.


분명 가방에 이런 것을 넣은 기억은 없다.

방금 초콜릿을 꺼낼 때에도 들어있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런 것이 들어있는지. 


“어, 어라, 이거”


“그것이……. 내의 스피리츄얼-이래이.”


노조미는 자신이 멋지다고 생각하는 별의 별 포즈를 다 취했다.


“에…….에……. 노……. 노조미이……. 너……. 만들어준거였구나…….”


눈물이 에리의 눈앞을 가린다. 이런 감동스러운 퍼포먼스에 어떤 사람이 눈물을 안 흘리겠나.


“당연하제. 그런 거 하나만 만들었겠나? 그건 그렇고 가방을 뒤졌다는 건 무슨 소리?”


“미, 미안해애! 노조미가 초콜릿을 하나 더 가지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어! 그렇다고 물어보기엔 너무 부끄러워서 조금 뒤져본 것뿐이야!”



노조미는 자신의 가방을 이리 저리 뒤져본다.



“그렇구마. 그럼 수건은 잘 가져갔고?”


“그, 그거 노조미가 가져간 거였어?! 왜 가져간 거야!”


“그야 에리치가 내껄 가져가뿌려서 쓸게 없었데이.”











학생회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어째서 노조미가 자신이 수건을 가져갔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에리로써는 정말 혼돈이 아닐까 싶다.


에리는 젖 먹던 힘까지 총동원하여 머리를 풀가동하였다. 가져간 것을 보지 않은 이상 절대로 들킬 일이 없었을 텐데.


“어라, 장난이었는데 진짜인가 보구마.”


“노, 노조미이이!!”


“푸하핫. 코코아 먹으면서 이거 같이 정리하제이. 호노카쨩 정말 가버린것 같으니께.”





“알, 알았어.”

































“초콜릿, 고맙데이.”








“응…….나도 고마워. 노조미.”






























그리고 집에 와서 상자를 열어봤는데, 초콜릿과 함께 편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 이 중 3분의 1은 우메보시 초콜릿이고, 나머지는 정상적인 초콜릿이다.

정상적인 초콜릿에는 에리치를 위한 사랑의 파워를 담았으니 잘 구별해서 먹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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