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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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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그리고 나타난 길 그날 학교 복도 벽면에 붙어있던 말을 잊지 못한다. 단 두 글자였다. 가장 큰 크기로 맨 위쪽에 쓰여있던 소식은 더할 말도 없었고 덜어낼 말도 없었다. 폐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너무나 컸던 그 말이었다. 평소처럼 우미와 코토리와 학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날도 빵을 사 먹으러 교실을 나가려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여러 사람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갑작스러운 말에 우미와 코토리는 서둘러 학교의 게시판으로 가 보았다. 그러나 소문은 사실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게 폐교라는 말이 쓰여있던 탓에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우미나 코토리도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살짝 몸이 흔들려 뒤로 넘어질 뻔했다. "호..
다시 시작하기 마구 쏟아지는 한밤 도시의 불빛들은 호노카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히 밝았다. 그녀는 지금 오토노키자카 앞, 눈이 부시는 밝은 거리의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과 높은 건물들 틈에서 호노카는 귀에 헤드폰을 착용하고 걷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무슨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뮤즈의 해체 후 공허해진 마음은 이리저리 휩쓸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 눈앞의 환상적인 불빛은 그런 것을 다 치워버리고 호노카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와, 예쁘다.” 그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어라이즈의 모습이 큰 건물의 대형 모니터에서 나타났다. 그곳의 그녀들은 프로로서의 전향을 알리며 무대에서 신곡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부럽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지만,..
재밌는 날들 “호노카?” 우미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호노카는 잠시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생각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 우미는 놀란 표정으로 호노카를 바라보고 있었고 갑자기 심각한 것 같은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되묻는 호노카의 말에 그런 감정이 담겨 있었다. 우미는 호노카가 단순한 물음에 심하게 놀란 것 같아서 어리둥절했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오토노키자카의 아침 햇빛이 우미의 뒷머리를 향해 따뜻해지는 동안 호노카는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있었다. 우미의 한 손에는 펜이 들려있었고 그 손 밑에 적혀있는 가사들 주변엔 지우개의 흔적들이 가득 남았다. “무슨 생각하길래 그렇게 놀란 건가요?” 호노카는 그냥 살짝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별일 아니야. 그런데 왜?” “..
니코 "백합영업이라는 거, 알고있어?" "백합영업이라니요?" 금시초문. 옛날부터 내려져온 이 말은 분명, 지금같은 상황에 쓰이는 말일겁니다. 모처럼 뮤즈의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기에 드디어 새로운 곡이 완성된 것인가 싶었지만, 저의 기대는 이번에도 산산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니코...이 사람은 도대체 또 어떤 쓸데없는 것을 알아온 걸까요. 최근 '인기아이돌의 길을 걷기 위한 비결을 알아냈어!'라며 복도에서까지 설레발을 치고 다니더니, 고작 이런 쓸데없는 말을 하려고 모두를 소집한건가요. 정말이지 선배로써 존경할 만한 구석이 없는 사람입니다. 차라리 호노카가 들고있는 빵을 선배로 모시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건 니코에게는 실례겠지만, 모처럼 호노카를 열심히 일하게 할 기회가 이렇게 흐지부지하게 사라져 가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모든걸 쏟아부었던 돔에서의 마지막 라이브가 무사히 끝났다. 꿈에도 그리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크나큰 축복이었지만, 그렇기에 오늘이 이렇게 끝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약속하나 없이 어느새 이렇게 부실에 모여 파티를 하고 있는걸 보면. "앞으로 매년 오늘 꼭 모이는거야! 한명도 빠짐없이 모여서, 오늘처럼 다 같이 놀고, 가끔 라이브도 하고!" 날씨마저 맘대로 바꾸는 추진력의 소유자인 우리 대장님의 말씀이니 아마 틀림없이 매년 모이게되겠지, 흐흥~프로 아이돌 니코니-가 돈 한푼 안 받고 라이브에 섭외라니, 이런거 μ’s가 아니면 어디서도 안되는거라구!...뭐, 이런말을 하려면 일단 제대로 데뷔를 해야되겠지만 말이다. 뒷풀이 파티도 끝나고, 우리들은 부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