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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모든걸 쏟아부었던 돔에서의 마지막 라이브가 무사히 끝났다. 꿈에도 그리던 그 자리에 설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크나큰 축복이었지만, 그렇기에 오늘이 이렇게 끝나가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다,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약속하나 없이 어느새 이렇게 부실에 모여 파티를 하고 있는걸 보면.

"앞으로 매년 오늘 꼭 모이는거야! 한명도 빠짐없이 모여서, 오늘처럼 다 같이 놀고, 가끔 라이브도 하고!"

날씨마저 맘대로 바꾸는 추진력의 소유자인 우리 대장님의 말씀이니 아마 틀림없이 매년 모이게되겠지, 흐흥~프로 아이돌 니코니-가 돈 한푼 안 받고 라이브에 섭외라니, 이런거 μ’s가 아니면 어디서도 안되는거라구!...뭐, 이런말을 하려면 일단 제대로 데뷔를 해야되겠지만 말이다.

뒷풀이 파티도 끝나고, 우리들은 부실을 나서 각자의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에리와 노조미, 니코는 조만간 다시 뵙도록 하죠. 린, 마키, 하나요, 내일 봅시다."
"마키쨩, 니코쨩한테 진심을 담아 뜨거~운 한마디 전해주려면 지금뿐이다냐!"
"붸에에에? 무슨소리하는거야 정말! 이미와칸나이!"
"어라아~마키쨩, 니코니-의 매력에 벌써부터 빠져버린거야? 돠뭬돠뭬돠뭬에에~니코니-는 모두의 것.이.야?"
"...기분나빠."
"뭐야 정말!"

하하하하하하
ㅋㅋ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푸하하하핫!
풉, 푸훕...!

벌써 시계는 4/2일 새벽을 가리키고있다, 이제는 모두 발길을 돌려야 할 시간이지만 다들 애써 언제나처럼 시덥잖은 말을 주고받으며 웃기만 할 뿐, 누구하나 갈림길에서 멀어지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여기선 내가 먼저...

"아하핫...그러면 내는 이만 가보겠구마, 밤도 늦었고. 내일...아니지, 오늘부터 대학생활도 시작이고말이제."
"엑, 노조미?"
"응? 와그라노 니콧치? 설마 첫날부터 자체휴강? 게으른아이한테는 벌을 줘야..."스윽
"아냐 그런거!...응, 자주 얼굴 비출테니까. 그 동안 우미랑 코토리가 수고 좀 해줘? 그리고, 하나요. 믿고있어."
"으...응! 니코쨩, 열심히할게!"
"우미쨩이랑 코토리쨩만 수고해달라니 호노카를 뭘로보는거야..."
"그럼, 가자. 노조미, 니코."

3학년, 아니 졸업생 셋이 나란히 걷기 시작한지 30분 쯤 지나자 이윽고 혼자서 길을 걷고있었다. 하얗게 불태웠다며 쓰러진 주인공의 짤방을 보며 어이없어하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이라면 그 느낌을 알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힘들어...당장 몇 시간 뒤부턴 강의도 들어가야되는데...심지어 첫날이라고...강의 끝나면 사무소에 가서 레슨도 받아야되고...얼른 들어가서 자야지...하루정돈 쉴 걸 그랬나봐...'

오토노키자카를 졸업한 나는 대학생활과 사무소 연습생 생활을 동시에 시작했다. 보통의 상식이라면 말도안되는일이지만, 아마 μ’s의 야자와 니코이기에 누릴 수 있는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특권이 아닐까? 아직까지는 앞이 보이질 않는 길이지만, 그래도 이제부터가 시작이니만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자. 그렇게 다짐하며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집 근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엣...뭐야, 여기가 어디...돔!?!?"

정신을 놓고 걷다보니 어느새 다시 돔으로 돌아와버렸다. 아하하...젠장, 피곤해 죽겠는데. 다시 온 만큼 반대로 또 걸어가야된다. 좌절감이 밀려왔지만, 별달리 성장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건 내가 사나이가 아니기 때문인건가? 같은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버스나 타던가 이도저도아니면 택시를 탈 요령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문이...열렸네?"

아무도 없는 돔의 객석 문이 마치 들어오라는 듯 활짝 열려있었다, 온몸이 피로를 외치며 극구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체 어느 기관의 의지로 시행된건진 몰라도 자연스레 꿈의 문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내일 곧바로 자이언츠의 홈 경기가 있는 만큼 스테이지는 그 몇 시간만에 대부분 철거되고. 「우리들은 하나의 빛」을 할 때 탔던 꽃 모양 무대장치만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어두컴컴한 돔 안에 한줄기 빛을 받고있는 꽃 주변엔 정적만이 남아 고독함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문득 왜 이렇게 피곤한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나는...

"왠지 허무하구마, 니콧치."
"흐이이이이익!?!? 노조미?"
"어이쿠, 놀라게했네, 미안하데이~"
"미, 미안하데이가 아니잖아!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온거야? 설마 니코를 쫓아온거야?"
"응...그게, 왠지 이런저런 생각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무작정 걷다보니 어느새 돔 앞이었구마, 마침 니콧치가 들어가길래 내도 들어와봤다."

노조미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있었으리라, 이제부터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다른 누구와도 다른 자기 자신만의 앞날을 열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어찌보면 어제의 라이브는 다른 누군가의 곁에서 함께 달려갈 수 있었던 마지막 목표. 그 목표를 완수한 지금, 나는 허무함과 두려움이 섞인 피로감을 느끼고있는 것이다.

"노조미,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들어줄래?"
"음, 얼마든지 해 보그라."
"나, 어렸을때부터 도쿄돔 라이브를 항상 꿈 꿔왔어. 아이돌이 돼서, 돔을 꽉 채운 수만명의 관중들 앞 무대 위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면서 찬란하게 빛나는...그 목표는 이뤘지만, 왠지 그 뒤로 뭔가 허무함이 가시질 않아. 마치 더이상 내가 빛날 일은 없을 것 같은, 이게 하늘이 주신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들고..."
"우리, 이제부터 앞을 향해서 서로 도와줄 수 없는 힘든 길을 혼자 달려나가지 않으면 안 돼. 그렇게 생각하니까 두렵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고... 노조미는 어떻게 생각해?"

언제나 우리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던 μ’s의 어머니 노조미라면, 내 불안함을 포근히 보듬어주리라. 그런 나의 기대는 역시 너무 큰 응석이었나보다.

"니콧치, 내도. 내도 앞날이 무섭구마."
"...대학에 진학은 했지만, 아직 내가 원하는게 정말 뭔지. 앞으로 뭘 해야 할 지 감도 안잡히는걸, 그런 의미에서 사실 난 니코가 너무 부러워, 니코는 벌써 자기 진로를 다 정해놓고 그 길을 따라 죽을 함을 다해 달려가면 되니까. 내가 아는 니코라면 분명 성공할 수 있을거라도 믿어. 하지만, 하지만 난..."
"노조미..."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무대옷을 입고 노래하던 우리들 따라다니던 불빛도 이젠 없다. 지금부터는, 4월 2일부터는 그 모든 도움없이 스스로 라이브를 성공시켜야한다. 모든게 새로 시작된다. 역시, 이런 중압감은 노조미라고 해도 간단히 무너뜨릴 수 있는게 아니구나...

"...노조미, 저 꽃을 봐."
"저거, 아까...아니, 어제 공연 때 쓴 거구마, 와 저것만 남아있는겨?"
"노조미 덕분에 조금 마음이 정리된 것 같아. 노조미. 우리는, 우리는..."

모든게 끝났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지금,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지금, 정적만이 남아 고독을 흘려보내는 이 어두운 스테이지 위에 선 우리는, 우리는...

우리는, 하나의 빛이다.

고독감은, 두려움은 상관 없다. 우리는 스스로의 빛을 믿으며, 앞으로 걸어간다. 지금까지도, 지금도, 지금부터도.

"너희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후훗, 네."
"물론이다요!"
"네, 넵...!"
"당연하다냐!"
"더 말할필요도 없는 일이라구?"
"그래, 두사람도, 나도, 그리고 모두도."
"에엣, 다들...언제온기고?"
"뭐, 너희랑 비슷한 이유일려나, 노조미를 보내고 집으로 가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였달까?"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질리지도 않는 연결고리다, 그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우리들은 모였다, 조명도 음악도 의상도 없지만, 꽃을 딛고 선 우리들은.

희미한 예감에서부터 시작한 우리들은, 절대 끝나지 않는, 안녕이란 말에 안녕을 고하는.

우리는, 하나의 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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