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언제나 2차원의 모습만 비춰지는 것은 아니다.
러브라이브.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올라간 콘텐츠로서, 그중에서도 니시키노 마키 역을 맡고 있는 Pile은 오늘도 작은 콘서트를 마치고 무대 위를 내려온다.
공연 뒤에 찾아오는 허무함.
늘상 가수가 꿈이었던 Pile은 한 번의 실패를 겪은 적이 있다.
가수로서의 실패.
그리고 성우로서의 성공.
물론 성우로서 가야 할 길은 아직 한참 멀었지만 말이다.
"수고했어."
"수고하셨습니다!"
비슷한 타이밍에 내려온 선배 가수에게 활짝 인사를 건넨 Pile에게 스탭 중 한 명이 웃으면서 넌지시 말한다.
"오늘 라이브 공연에 생일 축하 파티 있었던 거, 몰랐지?"
"네. 전혀 생각도 못해서..."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열심히 라이브에 열중하던 그녀였지만, 갑작스레 팬들이 준비한 생일 파티에 순간 감동한 나머지 눈시울을 붉히고 만 그녀.
그 모습이 떠오른 탓일까.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어색하게 웃어 보인다.
"전 그런 거 좀... 약하다고 해야 할까..."
"어머, 러브라이브 콘서트에서는 잘 안 울었잖아?"
"3th 라이브때는 엉망진창이었다구요!"
멤버 모두가 울음바다가 되어 한동안 대기실에서도 서로 눈물을 닦아주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Pile에게 있어서 러브라이브란 바로 그런 것.
두 번째 꿈을 꾸게 해준 만남.
그 만남을 소중히 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래하고, 그리고 즐기고 온 것이다.
"옷 갈아입고 올게요."
그렇게 스탭에게 말을 전하고 탈의실로 들어간 Pile.
그러나 그곳에는 먼저 온 손님이 있었나 보다.
"아..."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Pile이었기에 순간 당혹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반면, 화장대 앞에 앉아있는 여성은 Pile과는 다르게 침착함을 유지하듯 말한다.
"덜렁이."
"......"
상당히 공격적인 단어 선택에 일순간 뿔이 난 Pile이었다. Pile도 나름 한 성격 한다는 여자인데, 가만히 앉아서 덜렁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보다!
"죄, 죄송합니다."
"......"
작중에서나 기가 쎄지, 사실 Pile은 낯선 사람 앞에 잘 천연덕스럽게 대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옷만 입고 바로 나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걸음을 옮기던 Pile.
한편, 무대 의상인지 모르겠지만, 웨딩드레스 때 머리 위에 쓰는 베일을 착용하고 있어 여성의 용모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짧은 단발에... 꽤 미인형으로 보이는데.
"라이브, 재미있어?"
"네... 그야 뭐."
"무대 위에서 웃고 노래하는 네 모습, 정말 보기 좋다고 생각해.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쭉 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
"너와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짧은 시간이겠지. 하지만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난 언제나 너와 함께하고 있고, 그리고 앞으로도 네 곁에 있을 거라는 사실을."
한순간이나마 Pile의 눈빛에 보인 여성의 머리색.
일본인이라고 말하기 힘든 자주색의 머리색깔에 Pile은 본인도 모르게 자신의 손을 여성의 베일의 끝으로 향한다.
그러나.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릴 시간이야."
스스로 베일을 벗은 여성이 Pile과 시선을 마주한다.
언제나 Pile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바로 그 존재.
붉은 장미의 공주가 Pile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준다.
"Happy Birthday, My Hime."
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모습을 감췄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다는 것처럼.
아니, 없었던 게 아니다.
늘상 Pile의 곁에 존재했지만, 알아차려주지 못한 것일 뿐.
"......"
남겨진 베일을 집어올린 Pile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그 베일을 가슴 속 깊이 끌어안는다.
붉은 장미의 공주님으로부터의 축하 메시지.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풀리는 신데렐라의 마법같은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그 마법은 Pile에게 있어서 영원히 기억될 또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한 번의 실패에 이은 또 한 번의 성공.
러브라이브와의 만남.
그리고...
"고마워, 마키."
니시키노 마키와의 만남이 있기에 Pile은 앞으로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다.
안녕하세요.
니시키노 마키 역의 Pil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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