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때는 한창 스쿨 아이돌이 유행하던 시기.
그중에서도 스쿨 아이돌을 통해 어느정도 인지도를 높인 대형 학교, UTX는 이번에 은퇴를 하게 된 유명 그룹, 팀 밀키 스위티를 두고 고민에 휩싸이게 된다.
스쿨 아이돌 중에서도 상위 클래스를 달리는 건 아니지만, UTX라는 학교 이름을 홍보하는 데에 어느정도 큰 공로를 세운 것이 바로 밀키 스위티이기 때문이다.
4인조 그룹이지만, 그중 3명이 이번 년도를 통해 졸업을 하게 되었다.
남아있는 인물이라고는 토도 에레나 한명 뿐.
"후우..."
에레나가 나지막이 한숨을 쉬며 학교 고위 간부층들과 함께 심사위원석에 앉는다.
밀키 스위티의 유일한 멤버, 토도 에레나.
하지만 3명이나 졸업을 해버렸기에 사실상 팀을 유지하는 건 어렵다.
그래서 이렇게 UTX는 기존 멤버인 토도 에레나를 포함해서 또 다른 제 2의 스쿨 아이돌, 밀키 스위티 2기를 만들기 위해 학교 내에서 스쿨 아이돌 후보생을 추스려 면접을 보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에레나로서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해서 자신과 스쿨 아이돌을 해야 할 인물을 자신의 손이 아닌 어른들의 손에 의해서라니.
'이건... 더 이상 스쿨 아이돌이 아니잖아. 오히려 일반 아이돌이랑 다를 바가 뭐라고...'
그런 투정을 부려보는 에레나였지만.
어른의 사정에 여고생의 투정이 통할 리가 없다.
"으으으!!"
오른쪽 귀 부근에 새하얀 꽃 머리핀을 착용하고 있는 갈색 세미롱 머리스타일의 여고생, 유우키 안쥬가 긴장된 탓인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켜보지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깜짝!
주변에 대기중이던 스쿨 아이돌 후보생들이 안쥬를 바라본다.
그와 동시에 안내원이 조용히 하라는 경고를 내리자, 안쥬가 어색하게 웃으며 사과한다.
"죄, 죄송합니다~..."
스쿨 아이돌이 되고 싶어 면접에 지원을 하긴 했지만.
안쥬보다도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처음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지만... 갑작스레 자신이 없어진 안쥬가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그때.
"벌써부터 한숨을 쉬다니. 긍정적이지 못하구만."
"...?"
슬쩍 옆을 바라보며 말을 걸어온 상대를 바라보는 안쥬.
그녀의 시선에는 작은 체구의 은색 단발머리를 지니고 있는 여고생이 작게 웃으며 안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가지고 스쿨 아이돌, 할 수 있겠어?"
"하, 할 수 있어요!"
"말로만?"
"......"
"정신차리라구, 후보생. 여기는 전쟁이야, 전쟁. 밀키 스위티 2기 멤버가 되기 위한 전쟁."
"전쟁... 인가요?"
"물론! 그 유명한 토도 에레나와 함께 UTX가 달성하지 못한 스쿨 아이돌의 정상을 노리는 거야. 어때?"
"흐음..."
잠시 고민을 하던 안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보인다.
"꼭 정상을 노려야 하나요?"
"그야 당연하잖아. 스쿨 아이돌은 더 이상 애들 장난이 아니라고. 학교의 명예가 걸려 있는 대표적인 홍보 수단이야."
"그러면 스쿨 아이돌이 아니라 일반 아이돌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그런 질문은 나한테 하지 말고 심사위원들에게 하라고. 유우키 안쥬."
순간 자신의 이름을 호명한 은발 여고생의 말에 츠바사가 놀란 눈동자로 묻는다.
"어, 어떻게 제 이름을 아세요?"
"이름표를 보고."
"......"
하기사.
생각을 조금만 해보면, 오른쪽 가슴에 달려 있는 명찰을 보면 이름을 알 수 있지 않은가.
반사적으로 안쥬의 시선이 은발 여고생의 주기표로 향한다.
"키라... 츠바사?"
"잘 부탁해, 같은 후보생끼리 열심히 해보자고."
작은 체구의 소녀, 츠바사가 손을 내밀며 장난끼 가득한 미소로 말하자 안쥬 역시 어색하게 웃으며 마주 악수한다.
"자, 잘 부탁해요."
"123번부터 130번까지 들어오세요."
"네~!"
안내원의 말에 따라 8명의 소녀들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다.
교장을 포함해 학교 간부진들이 8명의 소녀들을 관찰하듯 뚫어져라 바라보기 시작한다.
'...바보같아, 정말.'
푸른색의 긴 생머리를 지니고 있는 에레나는 볼펜을 굴리면서 못마땅하다는 듯이 자신의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 심사위원들을 노려본다.
밀키 스위티 2기를 뽑기 위해 마련한 오디션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은 계속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학교측에 불만을 어필할 수는 없었다.
속으로는 꿍하지만, 에레나에게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용기가 없다.
겉보기에는 쿨한 여고생의 이미지지만, 속내는 의외로 용기가 없는 그런 아이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이 대신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해줬지만...
'이제부터는 나 혼자인가...'
조금 씁쓸함을 느낀 에레나가 8명의 소녀들을 바라본다.
"배, 백이십삼번, 유우키 안쥬입니다!"
오른쪽 귀 부근에 흰색 꽃 악세사리를 달고 있는 제법 귀여운 세미롱 스타일의 여고생이 살짝 말을 버벅이며 말한다.
긴장된 탓일까.
의자에 앉으면서 잘못 앉아 넘어질 뻔한 실수를 저지르는 둥, 교복 치마가 말려 올라가 '꺄악!'하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소란을 일으키는 둥.
온갖 마이너스적 요소들만 보여준다.
'123번은 덜렁이란 말이지...'
에레나가 자신의 종이에 벌써부터 123번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그와는 상반되게, 작은 체구의 소녀 키라 츠바사는 겉으로 봐도 귀여운 인상을 그대로 살리는 자기소개로 어필한다.
"124번 키라 츠바사입니다. 잘 부탁해요~♡"
애교가 철철 넘쳐 흐르는 소녀다. 에레나도 조금은 얼굴을 붉힐 정도로 그런 귀여운 소녀의 파급력은 심사위원들을 술렁이게 만든다.
하지만 귀여운 인상이 스쿨 아이돌의 전부는 아니다.
"그럼 간단히 질문 하나 할게요."
날카로운 인상을 지닌 심사위원 한 명이 직설적으로 이들에게 묻는다.
"여러분들은 스쿨 아이돌이 되기 위해 이 오디션에 지원했습니다. 맞나요?"
"예! 맞습니다."
"그럼 여러분들은 학교의 홍보 수단을 위한 '도구'가 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순간적으로 에레나가 입술을 잘근 깨문다.
학교를 위한 도구.
UTX는 분명 이번에 밀키 스위티를 통해 제대로 스쿨 아이돌을 통한 부가가치를 맛보게 되었다.
이제는 2기 멤버를 통해 본격적으로 러브라이브 진출 뿐만 아니라 상위권 진입을 노릴 터.
하지만...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서 저희들의 꿈을 희생하라는 말씀이신가요?"
방금 전까지 덜렁이로 낙인찍힌 123번, 유우키 안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을 이어간다.
"스쿨 아이돌이라는 것은... 동경의 대상인 아이돌 활동을 저희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꿈을 이뤄가는 그런 게 아니었나요?"
"......"
"만약에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죄송하지만 전 이번 오디션, 관둘게요."
안쥬답지 않게 진심으로 화가 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이탈한다.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던 츠바사가 안쥬의 손목을 낚아챈다.
"잠깐만."
"말리지 마세요, 츠바사 씨! 저는..."
"그게 아니고."
뒤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츠바사가 귀엽게 윙크하며 심사위원에게 말한다.
"저도 아직 꿈속에서 헤엄치고 싶은 나이인지라... 어른의 사정 속에 들어가서 무리한 아이돌 활동은 정중히 거절할게요."
"츠바사 씨..."
"뭐, 나도 대기실에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같은 생각이었어. 그래도 동료가 있으니까 나가는 길은 외롭지 않겠네."
두 소녀가 나란히 심사위원들에게 허리를 숙여 죄송하다는 사과를 하면서 얌전히 오디션 장을 벗어난다.
그와 동시에 심사위원들이 살짝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지어 보이지만, 이내 남아있는 스쿨 아이돌 후보생과의 면담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에레나의 마음속으로는...
지루하기만 하던 오디션이 막을 내린 지 오래였다.
"거기 둘!"
츠바사와 안쥬를 부르는 낯선 목소리.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린 둘이 순간적으로 작은 비명을 내지른다.
"토도..."
"에레나 씨?!"
"너희 둘, 미안하지만 나랑 같이 가줘야겠어."
"네? 저, 저기..."
안쥬가 불안정한 눈동자로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하는 관계로, 츠바사가 대신 사정을 묻는다.
"무슨 이유에서요?"
"왜냐하면-"
에레나가 급하게 뛰어오느라 소진된 체력을 거친 호흡으로 잠시 회복시키고서.
이내 이들을 다급하게 쫓아온 이유를 설명한다.
"너희랑... 스쿨 아이돌을 하고 싶으니까."
"그치만 저희는..."
"교장 선생님한테 가서 말할거야. 너희가 아니면 나 또한 스쿨 아이돌 그만두겠다고."
단호한 에레나의 말에 오히려 딴지를 건 쪽은 츠바사였다.
"그쪽이 생각하는 만큼 우리는 그리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대단하지 않아도 돼. 실력이 없어도 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 명심해줘."
에레나의 올곧은 시선이 안쥬와 츠바사를 향한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스쿨 아이돌로서의 마음가짐.
그리고 초심(初心).
"스쿨 아이돌은... 우리들은 학교의 홍보 수단이 아니라, 우리들의 꿈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
"이 약속 하나만 지켜주면... 우리 셋은 잘 해내갈 수 있을 거야."
에레나가 활짝 웃으면서 둘을 향해 손을 내민다.
"어쩔 수 없네, 정말."
머리를 긁적이며 한쪽 손을 잡는 츠바사.
그리고...
"그야 당연하죠!"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미소를 선보이며 에레나의 손을 잡아주는 안쥬였다.
"그런데 말이야... 나, 밀키 스위티 2기를 달고는 활동하고 싶진 않은데."
츠바사의 말에 에레나가 고민을 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츠바사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이 말한다.
"하긴. 우리들만의 스쿨 아이돌 이름을 가지고 싶으니까."
"저- 저! 좋은 이름이 생각났어요!"
부디 자신의 의견을 들어달라는 듯이 방방 뛰면서 한쪽 손을 번쩍 들어올린 안쥬를 향해 에레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묻는다.
"말해보렴."
"에헴! 그러니까..."
풍성한 갈색 머리카락을 찰랑이며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그룹명.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 계속해서.
스쿨 아이돌계의 전설로 남을 명칭.
"A-Rise,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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