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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SuperMoon을 꿈꾸는 SuperStar







슈퍼문,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져 달이 커보이는 현상.

사실 슈퍼문은 눈으로 봐봤자 조금 더 잘보이는 평범한 달 일뿐인데,

사람들은 어째서 이것에 쓸데없는 의미부여를 하면서 즐거워 하는 것일까.



“마키쨩, 마키쨩. 슈퍼문은 영어로 이렇게 쓰는건가?”



Soofermun, 어느샌가 내 공책귀퉁이에 적혀있는 이상한 영어단어.

평소에 영어랑 얼마나 벽을 치고 살면 저런 스펠링이 나올 수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쓰면 그렇게 되는건데.”


“에, 분명 발음대로 적으면 맞는 것 같은데말이다냐…….”


“Supermoon이야. 린은 정말 영어를 못하네.”



나는 볼펜으로 이상한 슈퍼문을 까맣게 칠해놓고, 아래에다 제대로된 슈퍼문을 적어놓는다.



“…그럼 슈퍼스타는 어떻게 쓰는지 알아?”  


“Superstar잖아?”


“아니, 그건 제대로 알고 있으면서 왜…….”


린은 정말 알 수없는 사람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호노카와는 살짝 다른 방식으로 나를 귀찮게 군다.


사실 나는 린이 정말로 싫었다.

스킨쉽에 익숙치 않은 나를 이리저리 만져대고, 가끔은 강제로 껴안기도 하고,

손을 잡는 것을 좋아한다던가, 내 볼을 마음대로 잡아당긴다던가.


혹은, 내가 인생을 살면서 단 한번도 시도해본 적 없는 것을 물어본다던지.


「마키쨩은 집에 망원경이 있으니까, 슈퍼문을 눈 앞에서 봤겠네?」


이 질문에 나는, 별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달을 보는 취미는 없다고 대답해버렸다. 

별을 보는 것 조차도 하지 않은지 오래다. 그저 어렸을 적의 즐길거리였을 뿐이니까.


하지만 너무나도 귀찮게 졸라대는 린 덕분에, 창고 속 묵혀뒀던 망원경을 꺼낼 때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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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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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을 다닐 때, 별자리 수업을 듣고나서부터 관심이 생겼던 밤하늘보기.



밤에는 창문을 열고 피아노를 칠 수 없으니까, 대신 창문을 열고 세워둔 망원경으로 밤하늘을 쳐다봤다.

나이를 먹을 수록 내 눈에는, 혼자서 빛나는 동그라미보다 무수하게 빛나는 별들이 훨씬 아름다웠다.

외롭게 떠있는 달은 마치 나를 연상시켜서 볼품없어 보였던 것이겠지.


하지만 점점 그 별들이 더 이상은 보이지 않게 되었다.

세월이 지날수록 밤하늘은 어두워져갔고, 그렇게 혼자 남은 달이 정말 싫었다.

나 역시 망원경을 치우고 창문을 닫으며 피아노만을 연주했다.


몇 년이 지나 그녀들을 만났다.

친구가 생기고, 추억이 생기고, 열정이 생겼다.


그리고 이제 린과 함께 슈퍼문을 보려면 또 창문 앞에 망원경이 생겨야겠지.

나는 분명 수락한 적이 없는데, 왠지 모르게 린이 우리 집에 자러오게 되었다.


그저 슈퍼문 하나를 망원경으로 보기 위해서말이다.


“마키쨩, 그럼 짐싸고 띵동-할테니까 문 열어줘! 슈퍼문, 슈퍼문! 텐션이 마구마구 솟아오른다냐!”


뭐가 그렇게 들뜬건지, 종례가 끝나자마자 자기 혼자 교실을 달려나가버렸다.

결국 하나요와 나 둘이서 하교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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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한 나는,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 거대한 창고를 뒤지기 시작했다.

창고의 물건들은 정리가 정말 잘 되어있어서, 상자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라면 전부 넣어서 보관되어있었다.




문제는 이름표 같은 것이 하나도 붙어있지 않아 뭐가 뭔지 알 수 없다는 것이지.

린이 오기 전 망원경 조립정도는 다 해놔야 할텐데, 부품 찾는 것 부터가 난관이다.


창고 정리는 와키상이 하는데,

하필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두고 자동차유리 썬팅을 하기 위해 외출해버려서 물어볼 방법도 없다.


망원경의 크기는 아마 피아노랑 비슷한 수준였지만 분해하면 큰 상자에 들어가긴 하니까,

크기가 꽤 커다란 상자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여 그것들을 열었다 닫았다만 수십번 반복했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다음부터는 와키상에게 물건을 넣을 때 이름표도 붙여놔 달라고 부탁해야겠다.



그렇게 손에 묻은 먼지를 탁탁 털면서 밖으로 나오니,

띵동-하는 소리가 문 앞에서 울려퍼졌다.


그곳에는 숨을 가쁘게 쉬고,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진 린이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 린이 와버리다니.

최소한 와키상이 오기 전까지는 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역시 마음에 안드는 애라니까.


“후우……. 후우……. 망원경…찾았…….”


“……린이 빨리 오지 않았다면 찾을 수 있었을지도.”


“무슨……. 문이나 빨리열…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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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마키쨩네 침대는 푹신푹신하다냐!”


“아아악! 먼지나잖아! 그런거 하지마!”


내 침대에서 멋대로 날뛰는 린.

망원경으로 눈 앞에서 보려고 했던 슈퍼문은 아쉽게도 맨 눈으로 보고,

그래도 아쉬워서 함께 잠옷차림으로 창고도 다시 뒤져봐도,

역시 망원경은 쉽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뭐, 찾았으면 지금쯤 옥상에서 달이나 쳐다보고 있었겠지만

대신 일찍 잘 수 있으니까 이건 이것대로 좋으려나.


린은 한참을 누워서 점프를 했지만 어느샌가 지쳤는지 가만히 누워만 있다.

더 날뛸 것같진 않아보여서 나는 그 옆에 슬며시 누웠다.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사실 말이야. 린은 슈퍼스타가 되고싶었어!

오토노키자카 아이돌연구부 뮤즈에서, 세계최고슈퍼스타 뮤즈!


그래서 린이랑 모두가 엄청 유명해져서, 각자 원하는 대학교에 특례입학하고,

좋은 대학에 가버린 우리는 결국 엄청 돈을 많이 벌게되고, 엄청 행복하게 사는거다냐!”



“뭐야 갑자기. 행복엔딩이면 나도 슈퍼스타가 되고싶네.”


“마키쨩은 이미 내 마음의 슈퍼스타니까 괜찮다냐!”


“뭐, 뭣…….”


“아! 진짜! 보고싶었는데! 보고싶었는데에에에에에!”


가끔 사람 부끄럽게 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린.

정말로 싫다.

린은 곧바로 덮은 이불을 발로 이리저리 걷어차면서 끝내 바닥으로 다이빙시켰다.

또 시작인가, 쟤는 지치지도 않는건가?




“아 정말, 내년에 보면 되잖아 내년에! 내년까지는 찾아놓을테니까!”


“에? 20년마다 오는거 아니었어?”



그제서야 침대 위의 7.5 지진이 멈췄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이불을 주워올리며 말했다.


“20년마다 올 리가 없잖아. 1년이면 충분하다고.”


“에……그럼 내년에도 마키쨩 집에서 잘 수 있는거야? 예에에에에에에에!”


또다시 이불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강력한 여진이 나를 덮쳤다.

사실 이번처럼 정말 커다란 슈퍼문을 보려면, 20년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 건 맞지만,

슈퍼문은 정말로 일반 달이랑 별 차이 없으니까 상관없겠지.


내년에도 찾지 못하면 새로 사면 되는 일이고.

이제 린과 연락만 끊지 않으면 되는데, 지금 상황을 봐서 당장 내일이라도 연락처를 지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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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날뛰는 린의 파닥파닥소리를 넘어선 두 번의 노크소리의 주인공은, 내가 그토록 기다리던 와키상이었다.


“들어오세요.”



밖에는 꽤 추운지, 와키상의 코는 새빨게져 있었다.


“신발이 하나 더 있던데, 혹시 친구 분이 자고가시는 건가요?”


“오늘 밤 슈퍼문을 보려고 했는데, 망원경이 없어서…….”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오자마자 망원경 들여놓는 걸 깜빡했네!”


“네?”



와키상은 문을 닫지도 않고 뛰어나갔다.

치운다니, 혹시 슈퍼문이 보고싶으셨던 와키상이 망원경을 사용하셨던걸까.


우리는 와키상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는 내 방의 피아노만한 망원경이 찬바람을 맞으며 얼어가고 있었다.





그제서야 생각났다.


「 내가 어른이 되면, 옥상에서 친구랑 엄청 큰 달을 볼거야!」


나는 별이 사라진 밤하늘에, 유일하게 빛나고 있던 그 달을 싫어하지 않았다.

어른이 될 때 까지 잊혀두고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었던 어릴 적의 내 꿈을, 나는 어째서

싫어한다는 마음으로 바꿔치기 한 것이었을까.


「 별님들이 숨어버려도, 같이 달님을 보면 되는거니까! 」


아직 어른이 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옛날과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슈퍼문이 주는 축복이 아닐까. 

마침 옆에 친구도 있고, 곧 있으면 얼어서 못쓰게 될 것 같은 망원경도 있으니,

어릴적에 꿈꿨던 작은 미래를 실현해보라는 슈퍼문의 축복.


나는 린에게 망원경 보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한 편으로는 망원경이 고장날까 걱정하는 와키상이 신경쓰였다.



“우와! 보여 보여! 완전신기하다냐!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거 완전 처음이다냐! 완전 쩐다냐!”



머리는 망원경에 고정하고, 몸은 엄청나게 촐싹대며 손바닥으로는 내 어깨를 강하게 타격한다.

이번에는 나를 망원경 앞에 가져다놓고 몇 번이나 보라고 한다.


검은 하늘에 떠있는 그 달은 정말로 아름답고, 자신은 외롭지 않다는 듯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렇지, 저렇게 빛나고 있는데 외로울 리가 없지.

분명 여기서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별들과 친구가 되어서, 똑같이 자신을 관찰하는 우리를 보고있겠지. 


“있잖아 마키쨩, 나 슈퍼스타 말고 이제 슈퍼문이 되고싶어!

이렇게 커다랗고, 굉장히 아름답고, 어쨌든 대단하잖아! 대단한 사람이 되는거다냐!“


“하하, 그게 뭐야. 슈퍼스타가 되고싶은 이유보다 훨씬 볼품없네.”


“어, 음, 대단한 사람은, 대단하게 행복하고, 대단하게 멋지고, 또 대단하게…….”



린은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지 손을 머리에 대고, 불나게 머리를 굴려댔다.

지금 이 장면을 지켜보는 와키상은 손을 망원경에 대고 불을 지피고 싶은 마음이겠지.


계속 음- 소리를 계속 내며 이제는 옥상을 이리 저리 돌아다닌다. 정말 린은 지치지 않는구나…….



뭐, 그래도 저 정도면 꽤 노력한것 같으니까,



“……그런거라면 슈퍼문도 괜찮겠네.”


“그치! 이제 슈퍼스타는 끝이야! S.U.F.E.R.M.O.ON! 슈퍼-문이다!”



그래, 정말…노력했구나 린…….

어째서 슈퍼스타의 슈퍼와 슈퍼문의 슈퍼가 같다는 생각은 안하는 건지.




“하아……그래. 이제 내일부터는 슈퍼문이 되기를 꿈꾸면서 영어공부를 해볼까?”


“에! 시험이 2주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공부하기는 아직 이르다냐!”


“2주밖에 안남은 거잖아!”


“마키쨩! 생각해봤는데, 우리는 이미 지금 슈퍼스타가 아닐까?!”


“하아……. 또 왜.”


“그야, 일단 행복한거 한가지는 충족되잖아!”


“그래도 되는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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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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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보는 슈퍼문은, 대단했다. 

볼품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달이 저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었는지, 앞으로는 1년마다 누군가와 함께

옥상에 올라가야겠다.


그리고 앞으로 20년동안 린의 연락처를 지울 일도 없을 것이다.

그야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커다란 달을 봐야 하니까.


어쩌지, 시험이 코 앞이니 어느정도 공부는 해둬야 하는데, 이제 매일 밤마다 달을 보는 취미가 생길 것만 같다.






「그래! 우리는 이제 슈퍼문을 꿈꾸는 슈퍼스타인거야!」





행복함을 전제로 깔아둔 린의 그 한마디는, 내게 조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부모의 꼭두각시일 뿐이고, 정해진 인생을 걸어야했으니까.


그런데 행복하다니, 린이 보기에는 내가 행복해 보였던 것일까?


설마, 지금의 나는, 정말로 행복한 것일까.

이런 기분은 꽤 오랜만이네. 마치 어렸을 때 전갈자리를 처음 본 기분이야.


그 때의 나는 정말로 기뻤었다. 그때 봤던 것이 사실은 사자자리였음을 지금은 알고 있지만,

그 때는 정말 전갈자리인줄 알고 자기 전까지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 피었었지.








……나는 슈퍼문을 꿈꾸는 슈퍼스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의 나는, 정말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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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실제 슈퍼문현상이 발생하였을 때 작성된 문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