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때로는 러시아어 수업의 선생으로 활약할 때가 있다.
현재, 제2외국어 중에서도 러시아어를 담당하고 있던 강사 자리가 공석이 되어버린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고, 현 학생회는 이사장과 합의를 봐서(당사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비밀이다) 야야세 에리를 임시 러시아어 선생으로 임명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첫 번째 수업은 가르치라는 러시아어는 안 가르치고 연이은 하라쇼 찬양으로 악평 중에 악평을 받게 되었으니...
‘좋아, 이번에는 만회하겠어!’
주먹을 살짝 쥐어보이며 수업을 나가려던 에리가 학생회실에서 준비를 마치고 나가려던 찰나였다.
-딸깍!
“꺄악?! 뭐, 뭐야!!!”
갑자기 깜깜해진 교실 때문에 에리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가뜩이나 비도 오는 와중이라 불이 꺼지면 말 그대로 칠흑같은 어둠이 펼쳐지는 상황에서, 다시 불이 환하게 켜진다.
“누, 누가 일부러 불 끈거니?! 의도적이라면 화 낼거야!”
“아... 말하는 걸 깜빡했네.”
코토리가 미안하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말한다.
“오늘, 학교 전원공사가 있어서 가끔씩 건물 전체에 불이 일시적으로 소등되는 경우가 있으니까 알아둬, 에리.”
“뭐...?”
“걱정하지 마, 불은 금방 다시 들어온다고 하니까.”
“코토리!! 남의 일이라고 너무 상쾌한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말하는 거, 못써!!”
큰일이다.
가뜩이나 오늘은 저번의 악평을 물리치고자 준비를 단단히 하고 왔는데, 졸지에 어둠과의 싸움이라니.
‘...그래도 할 수밖에 없어!’
에리는 그렇게 스스로 다짐하며 학생회실 문을 나선다.
하지만 과연 뜻대로 될지...
“여러분, 하라쇼~”
“하, 하라쇼오~...”
“오늘도 멋진 울림이군요.”
에리의 러시아어 수업은 감탄사, 인사, 놀람, 반가움, 기쁨, 슬픔, 울음소리까지 전부 ‘하라쇼’로 통일되어 있다.
에리의 말로는 결코 러시아어를 몰라서 하라쇼로 다 통일한 게 아니고, 하라쇼의 훌륭함을 전파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그다지 신빙성이 느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자, 오늘은 ‘길을 가다가 평소에 가지지 못했던 러브라이브 굿즈를 온몸에 두른 러브라이버’를 만났을 때 내뱉는 ‘하라쇼~’ 버전을 수업하겠어요.”
“...도대체 평범한 하라쇼와 무슨 차이점인가요?!”
“다르답니다, 기쁨과 놀라움, 그리고 9%의 조금 부끄러움 감정이 담긴 하라쇼니까요.”
“......”
더 이상 태클을 걸기를 포기한 학생이 한숨을 푹푹 내쉰다.
한편, 에리는 기쁜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하라쇼의 훌륭함을 전파하기 위해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
-딸깍!
“하라쇼?!?!?!?!?!?!”
갑작스러운 소등에 놀란 에리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란’ 하라쇼로 소리지르고 만다.
그리고 정확히 2초 뒤.
다시 불이 들어오자, 학생들의 시선이 전부 에리에게로 쏠린다.
“저기... 선생님. 방금 그 하라쇼는...”
“어머어머! 신경 쓰지 마세요!”
“아니, 대놓고 하라쇼 글씨에 특수효과가 들어갈 정도로 놀라신 거 같은데요...”
“에헴! 여러분! 다시 본격적으로...”
라는 말을 하기도 전이었다.
-딸깍!
“!@#($*)!@&!@)#*!)@#!)”
인간의 언어가 아닌 비명을 내지르기 시작하는 에리.
그리고 또 다시 2초 뒤.
“서, 선생님이...”
“사라졌어?!”
세상에.
그 찰나의 순간에 누군가에게 납치라도 된 게 아닐까 싶어서 놀란 학생들이 에리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나.
“도, 동요하지 마세요! 저 여기 있으니까요!”
교탁에서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온 에리가 파르르 떨리는 전신을 진정시킨다.
“이, 일시적인 정전일 뿐이에요! 하, 학생회에서 설명을 듣고 왔으니까... 여, 여러분들은 저처럼 도, 동요해서는 안 됩니다!”
“에리 선생님이 가장 동요하시는 거 같은데요...”
“이, 이건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 번 하라쇼의 위대함을 알려주기 위한 시간을 할애받은 감동이 몸으로 표현되는 현상일 뿐이니까 신경쓰지 마세요- 오호호호호...”
“그쪽이 더 신경 쓰이는데요?! 제발 진정하세요, 에리 선생니임-!!”
“정전 두 방에 그대로 넉다운이라...”
오늘의 러시아어 수업 평가 보고서를 받은 우미가 한숨을 내쉬며 종이를 바라본다.
저번 ‘하라쇼 억지 강요 수업’에 비교해서 이번에도 여전히 저공비행을 달리고 있는 에리의 러시아어 교실.
반면,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책상을 내리치는 에리가 학생회장인 호노카에게 대뜸 항의한다.
“정전 때문에 그렇다고! 평소라면 분명 모두가 즐겁게 수업을 받았을 거야!”
“오히려 정전 때문에 그나마 하라쇼 억지 강요 수업을 안 받게 된 거 아닐까...”
“크윽! 다음에는 반드시... 반드시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을 해보일 테니까, 두고봐!”
당당히 승리 예고 선언을 하고서 학생회실을 박차고 나가버리는 에리.
그 순간.
-딸깍!
...복도 내에서 에리의 쩌렁쩌렁한 비명 소리가 한동안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는 사실은 굳이 말 안 해도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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