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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만남으로부터

*대략 sds - 보쿠히카 사이. 호노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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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파란색 눈과 반짝이는 금발.

좀처럼 보기 힘든 외모의 손님이 처음 호무라에 왔을 때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


오토노키자카 학원의 입학식. 흩날리는 벚꽃의 아래서 그 아름답고, 이국적인 모습을 다시 봤을 때,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한 눈에 알아봤었고,

새로운 학생회장의 취임식. 강당의 연단에서 학생들을 바라보며 선서하던 그녀를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했었어.

학교의 폐교가 결정되고 방과 후까지 학생회실에 남아 고민하는 모습을 봤을 때, 폐교는 나에게도 큰 문제로 남아 함께 고민했어.

텅 빈 교실. 홀로 앉아 있던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을 때, 마주잡던 그녀의 손은 정말로 따뜻했었지.

그녀와 함께 보내온 매일매일을, 학생회실에서 만났던 시간도, 옥상에서 연습하던 시간도, 무대 위에서 함께 노래하던 순간도 전부 기억하고 있어.

공연 전에 긴장된 얼굴도, 무대 위에서 마주했을 때의 표정도, 공연 후의 즐거워하는 미소도.

곁에서면 항상 두근거리던 가슴의 고동도.

에리와 관한건 하나도 잊을 수 없을거야.

그렇지만, 이제 끝이잖아?

뮤즈는 아홉 명인채로, 스쿨 아이돌로써 영원히 남겨두고 싶다는 모두의 결정. 물론 그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뮤즈로써가 아니라면 졸업해버리는 에리와는 선후배 이상의 관계가 될 수 없는걸.

그래서 조금은 욕심내도 괜찮지 않을까, 고백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이 와중에 이런 문자를 받으면 너무 많은 망상을 하게 되버려.

'방과 후에 잠깐 학생회실에서 볼 수 있을까? 할 얘기가 있어. 개인적인 이야기라 둘이서만 봤으면 하는데, 괜찮아?'

고민할 것 없이 괜찮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혹시 나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건 아닐까, 에리가 먼저 고백해 주는건 아닐까', 온갖 상상이 머리 속을 채워버려서 수업에 전혀 집중이 안돼.

좋기만한 상상의 한편으로는 '학생회 업무에 관한 이야기일거야, 같은 여자 사이인걸, 따로 좋아하는 사람 있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상상도 같이 커져가.

그렇게 시간이 지나 방과 후. 코토리와 우미에게는 따로 약속이 있다고 해두었고 업무도 없으니 학생회실에는 오지 않겠지.

긴장되는 마음을 가지고 학생회실 문을 열자, 여느때의 에리가.

"왔어, 호노카?"

마주보자 더욱 가속되는 가슴의 고동을 억누르며, 평소와 같은 인사를.

"안녕, 에리쨩-! 할 말 이란건 뭐야?"

가벼운 인사 후 던진 질문. 너무 서두른 건 아닐까. 바쁜걸까, 하고 생각하려나.

"응... 그게 말이야."

약간은 망설이는 듯 하며 아직 문 앞에 서있는 내게 한 걸음 씩 다가오는 에리.

"이제 곧 뮤즈도 마지막 무대를 앞두고 있고..."

에리가 다가오며 짧아지는 거리에 따라 점차 빨라지는 고동. 들리면 어떡하지.

"...앞으로 못 만날 수도 있으니까, 전해두고 싶어서."

방금까지 머릿속을 헤집던 이상과 현실이 계속 교차하며 에리의 입에서 나올 말만 기다리던 그 때.

그 입에서 나온 말에 한순간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게 되었어.

"...좋아해, 호노카."

생각으로 꽉 찬 머리도, 미칠 듯이 뛰던 가슴도 텅 빈 듯이, 멈춘 듯이.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말 할지 말지 많이 고민했어. 같은 여자끼리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전하고 싶었어."

그 말을 끝으로 이어지는 정적. 뭐라도 말하고 싶지만 도저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놀람과 기쁨이 넘쳐서 어떻게 할 수가 없어.

"..."

"...미안, 호노카. 이런 말 해서."

아무런 대답없는 나를 보며 약간은 씁쓸해 보이는 웃음을 지어보이는 에리. 거절당했다고 느끼는 걸까.

"...불편하다면 잊어줘. 마지막 무대도 있으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니야. 사과하지마. 정말로 기뻐. 단지... 너무 기뻐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는걸.

이런 때에는 행동으로 할 수 밖에 없겠지.

"...호노카?! 갑자기 껴안으면..."

"그치만, 나, 별로 말 잘하지 못하는걸."

졸업식 때 인사를 노래로 했을 정도니까.

"그래도... 그래도 에리가 말해준 거 정말 고마워."

내가 못낸 용기. 대신 내줘서 고마워.

"단지... 너무 기뻐서 뭐라 해야될지 잘 모르겠어... 그러니까."

"...호노카?"

고개를 들어 보니 당황한 듯한 에리의 얼굴이.

"그러니... 대답은... 말 대신에."

뒷꿈치를 들어 에리의 입술에 다가가 살짝.

이제는 당황했다기 보다는 놀란 표정의 에리

"...이걸로 괜찮을까?"

에리를 보며 웃자 같이 웃어주는 에리. 변함없이 아름다운 미소.

"...고마워. 물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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