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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마키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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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선생님 에리 에리에게 학교 공부란 쉬운 일이었다. 언제나 철두철미한 성격을 가진 그녀이기에 하루하루는 계획된 삶이었고 학교생활도 어느 정도 짜인 틀 사이에 있었다. 그래도 단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은 뮤즈 멤버들을 통해 경험하며 겪는 일들도 다양해졌다. 에리가 얻는 것이 있다면 다른 멤버들도 얻는 것이 있었다. 에리의 성격은 우미를 제외하고는 비슷한 면을 가진 멤버가 없었다. 그래서 대부분 에리에게 의존하고는 했다. 3학년이기도 하고, 공부도 워낙 잘했다. 에리가 처음 그 질문을 받은 것은 여름이 찾아올 때쯤 학교의 모든 일과가 끝난, 온전히 뮤즈 멤버들끼리 남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때였다. 대부분 당연히 그들의 이야기는 라이브나 앞으로 활동의 방향에 대한 말이었다. 그것도 에리와 우..
호노카의 저녁 어두운 밤이 찾아올 무렵, 호노카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창문 밖에선 달빛이 쏟아져 그녀의 방에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책상 위엔 노트북 하나가 올려져 있었고 그곳에는 어라이즈의 영상이 끝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호노카는 그 영상을 끝까지 보게 되면 다시 반복해 처음부터 보는 것을 되풀이했다. 그래서 어라이즈의 노래는 멈출 줄 몰랐다. 방 가득 계속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녀의 방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시야를 비추는 유일한 빛은 형광등이 아닌 달빛이었다. 호노카는 되풀이해서 재생하는 것을 수십 번 한 뒤 어느 순간 일시정지 버튼을 눌러 그만두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침대로 향해 등을 맞대고 두고 누워버렸다. 호노카의 눈빛에는 어쩐지 서글픈 분위기가 자리 잡고 ..
폐교, 그리고 나타난 길 그날 학교 복도 벽면에 붙어있던 말을 잊지 못한다. 단 두 글자였다. 가장 큰 크기로 맨 위쪽에 쓰여있던 소식은 더할 말도 없었고 덜어낼 말도 없었다. 폐교.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너무나 컸던 그 말이었다. 평소처럼 우미와 코토리와 학교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그날도 빵을 사 먹으러 교실을 나가려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여러 사람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갑작스러운 말에 우미와 코토리는 서둘러 학교의 게시판으로 가 보았다. 그러나 소문은 사실이었다. 너무도 황당하게 폐교라는 말이 쓰여있던 탓에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우미나 코토리도 크게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살짝 몸이 흔들려 뒤로 넘어질 뻔했다. "호..
다시 시작하기 마구 쏟아지는 한밤 도시의 불빛들은 호노카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히 밝았다. 그녀는 지금 오토노키자카 앞, 눈이 부시는 밝은 거리의 한복판을 걷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과 높은 건물들 틈에서 호노카는 귀에 헤드폰을 착용하고 걷고 있었다. 그러나 딱히 무슨 목적이 있는 건 아니었다. 뮤즈의 해체 후 공허해진 마음은 이리저리 휩쓸려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 눈앞의 환상적인 불빛은 그런 것을 다 치워버리고 호노카를 설레게 하고 있었다. “와, 예쁘다.” 그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어라이즈의 모습이 큰 건물의 대형 모니터에서 나타났다. 그곳의 그녀들은 프로로서의 전향을 알리며 무대에서 신곡과 함께 춤을 추고 있었다. “부럽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녀도 모르게 나온 말이었지만,..
재밌는 날들 “호노카?” 우미의 말에 소스라치게 놀란 호노카는 잠시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생각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인지 우미는 놀란 표정으로 호노카를 바라보고 있었고 갑자기 심각한 것 같은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무슨 일이냐고 되묻는 호노카의 말에 그런 감정이 담겨 있었다. 우미는 호노카가 단순한 물음에 심하게 놀란 것 같아서 어리둥절했다. 창문에서 들어오는 오토노키자카의 아침 햇빛이 우미의 뒷머리를 향해 따뜻해지는 동안 호노카는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멍하니 있었다. 우미의 한 손에는 펜이 들려있었고 그 손 밑에 적혀있는 가사들 주변엔 지우개의 흔적들이 가득 남았다. “무슨 생각하길래 그렇게 놀란 건가요?” 호노카는 그냥 살짝 웃으면서 손을 내저었다. “별일 아니야. 그런데 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