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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전통있는 화과자집의 재생

내 이름은 코사카 호노카! 대대로 오랫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화과자집 호무라의 사장님이야! 오토노키를 졸업하고 곧바로 호무라에서 일한지도 벌써 7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많은 분들이 스쿨아이돌 그룹 μ’s의 멤버였던 나를 기억해주고 있어. 그 사이 호무라는 화과자 카페로 재 탄생! 호노카가 직접 고안한 신 메뉴들도 나름대로 인기를 끌고있다구! 
응? 가족들? 부모님은 호무라를 물려주고 시골로 내려가서 작은 과수원을 하고계셔, 산지직송의 신선한 제철과일로 만드는 만쥬가 카페 호무라의 추천메뉴랍니다! 유키호는 관서에서 대학을 다니고있어, 자취방 구하느라 고생하던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졸업반이라니-
아, 슬슬 하교시간이네. 우리 가게의 주 고객층은 아무래도 오토노키자카 학생들이니까. 이제부터 바빠질것같아. 그리고...

'다녀왔어, 호노카.'
'아, 에리짱! 어서와!'

에리짱은 선생님으로 오토노키자카에 돌아와서 우리집에 세들어 살고있어. 평소라면 우리 둘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지낼테지만, 오늘은 오랜만에 특별한 손님이 와계시니까 대화는 조금 미뤄두도록 할까? 싱글싱글 웃으며 에리짱을 맞이하자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한쪽 구석에서 들려왔어.

'아야세 선생니~임! 질문하나만 해도 되나요?'
'어라, 벌써 하교한 학생이 있어? 엣...노조미!'
'이야~ 에리치, 오래간만이구마~'
'오랜만이야 노조미! 일본엔 언제 들어온거야? 그리스였나?'
'방금 막왔다, 그리스는 지난달에 있었고, 요번엔 한국에서 유교문화랑 무속신앙 연구하고왔다 안하나.'

노조미짱은 대학원에서 전 세계의 종교와 신앙을 연구하고 있어, 덕분에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느라 얼굴 보기는 어렵지만.

'자, 요거 에리치헌티 선물이래이.'
'우와, 이거 뭐야? 한국음식?'
'맞다, 김치만두라고, 한국식 펠메니 비슷한건데 쪼까 맵긴해도 맛있다. 렌지돌려 무라.'
'...매운거야? 그래도 잘 먹을게, 고마워 노조미.'

에리짱이 매운걸 잘 먹었던가? 뭐 40도 보드카를 들이키는 러시아의 피가 흐르는데 매운것도 잘 먹겠지! 어쨌든 오랜만에 반가이 해후하는 두 사람을 두고, 나는 슬슬 손님 맞이 준비좀 해야겠네, 라고 생각하자마자 오늘의 첫 손님이 들어선다.

'안녕하세요~'
'아, 어서오세요! 에루짱 요 며칠 왜 안왔어! 호노카 심심했다구!'
'부활동 때문에 조금 바빠서요, 문집을 만들고 있거든요.'
'우음~ 문집이라아~ 확실히 내가 다닐때도 문집 만들어내는 동아리들이 있었지~'
'네, 아마 그때도 저희 동아리 선배님들이 만드셨을거에요, 제법 오래된 동아리거든요.'
'응, 나중에 완성되면 꼭 갖다줘! 주문은 뭐로할래?'
'아, 아직 부원들이 더 올거니까 조금 이따 같이 할게요. 아야세 선생님 안녕하세요? 일찍 퇴근하셨나보네요. 실례지만 옆에 계신분은?'
'내는 토죠 노조미라고 하는구마, 반갑데이!'
'처음뵙겠습니다 토죠씨, 안녕하세요? 저는 사토 에루라고 합니다.'
'사토양은 신입생인데, 성적도 우수하고 상냥하고 성실한 성격이라 학생들이나 교사들하고도 두루 친해, 사토 가는 이름있는 지역 명가라 여기저기에 지인들이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을 받고있어.'
'재색겸비한 명가의 따님? 이야, 우미짱 생각나는구마, 에루짱 혹시 우미짱 아나?'
'네, 소노다 가문은 저희 집안하고 친밀하게 지내는 집안중 하나니까요, 일년에 몇 번씩 뵐 기회가 있어요.'

으으...뭔가 복잡한 얘기들을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저 화기애애한 틈새로 끼어들어갈 틈이 보이질 않는다... 코사카 가도 나름 전통있는 화과자 장인 가문인데...

'호사장님! 오랜만이에요!'

오옷, 구원투수 등판이요!

'삿쨩 어서와! 주문할거야?'
'네! 사토양 주문 했어?'
'아직 안했어요, 사카구치씨는 뭐 드실건가요?'
'역시 여름의 호무라는 수박만쥬지, 사토양도 같은걸로?'
'네, 부탁드릴게요.'
'수박만쥬 3개 말차 3잔으로 부탁드려요. 아, TV에 나오는 저사람들 혹시...'
-'닛코닛코니-! 미소를 전화는 야자와 니코니코!'
-'린쨩 하면-?' 옐로다요-! '호시조라 린이에요!'
-'누가 좀 도와줘어-!' 조금만 기다려어-! '코이즈미 하나요에요!'
'아, 삿쨩도 알아? 아이돌 같은건 안 좋아할것같은데?'
'오토노키자카의 전설 니코린파나를 몰라서야 어떻게 오토노키자카의 데이터베이스를 자처하겠어요? +’s 해산 이후 프로 아이돌을 지망, 결국 1학년 멤버 두 사람의 졸업후 다시뭉친 정상급 아이돌 그룹 니코린파나! 앨범마다 μ’s의 옛 동료이자 현재 촉망받는 외과의사 니시키노 마키씨의 곡을 꼭 한곡 씩 앨범에 싣고있다는건 아마 대부분 잘 모를테지만요.'
'사토코, 데이터베이스인건 좋은데 내일까지 숙제 내준건 안 잊었지?'
'어라, 에리쌤 퇴근하셨네요? 하핫,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자, 자, 사토양, 호타루도 금방 올테니까, 우리끼리 먼저 회의 시작 하자고.'
'아 네, 즐거웠습니다 토죠씨. 전 이만.'
'그려, 수고하그래이~'

카페답게 저렇게 모여앉아 동아리 일이나 회의같은걸 하는 애들도 있고. 노트북을 들고와 뭔가에 열중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애들도 있고. 노조미짱과 에리짱처럼 이야기꽃을 피우는 사람들도 있어. 그리고, 가끔씩은 조금 특이한 목적으로 카페를 찾는 사람도 물론 있지, 이를테면, 사람없는 낮 시간, 당당히 교복을 입고 들어선 이 학생처럼.

'어서오세요, 호무라입니다! 주문하시겠어요?'
'네, 저 호무만하고 말차 한잔 주세요...혹시 술은 없죠?'
'어라, 교복입고 술 찾는거야? 에에~불량학생?'
'죄송해요, 그냥 해본말이에요. 술 한전도 마셔본적 없어요...후우...'
'무슨 고민있는것 같은데, 괜찮으면 나한테 털어놔볼래? 이래뵈도 전직 오토노키자카 학생회장이라구?'
'어라, 사장님 오토노키 출신이셨어요?'
'세상에, 몰랐단말이야? 혹시 μ’s몰라?"
'글쎄요. 전 아이돌은 잘...'
'아하하...어쨌든, 고민 있으면 마음껏 털어놔봐!'
'그게요...다 듣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하면 안돼요...?'
'응! 응! 당연하지!'
'그게...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고백해버려!'
'즉답?! 그렇게 쉬우면 고민을 안하죠! 아시다시피 오토노키는 여학교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같은 학년?'
'어라? 어떻게 아셨어요?'
'감으로? 1학년 때는 아무래도 선배들한테 다가가기 어려우니까, 그래서 사랑으로 착각하는 동경이 싹틀때도 많지만, 보통 그럴땐 이렇게까지 고민은 안하지.'
'대단하시네요, 학생회장이셨다더니. 아무튼, 그 친구랑은 중학교 때 제법 친했던 사이에요. 고등학교도 같은 학교로 진학했지만 반이 갈라져서, 그래도 여전히 자주 얼굴 보면서 웃고 밥도 같이 먹고 하는 사인데, 그 친구는 전혀 저한테 그런 감정이 없는 것 같은데, 저는 중학교 때부터 그 친구한테 조금씩 조금씩 그 친구가 좋아졌어요. 아는것도 많고, 재미있고, 친절하고, 매사에 열심이고, 뭔가 좋아하는것을 찾아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집중할 때의 그 친구의 모습이 너무 좋아요, 그렇지만, 이런 마음을 말 했다가 그때는 이런 친구로도 있을 수 없을 것 같아서... 기분 나쁜 아이라던가 그런 말 듣고 다시는 같이 있을 수 없는거 아닌가 해서...무서워요. 이럴 땐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요?'

말을 듣고 나니 절로 웃음이 지어지네, 오토노키에서는 흔한 러브스토리고. 뭣보다 호노카의 가장 소중한 소꿉친구들도 이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의 주인공들이었으니까.

'우...웃지 마세요! 역시, 이상한 애라고 생각하시는거죠!'
'아, 미~안 미안~ 친구들 생각이 나서 말이야.'
'친구요?'
'응, 나한테 어렸을때부터 오토노키자카까지 쭉 함께한 소꿉친구가 두명 있었어. 그 친구중에 한명이 너랑 비슷한 고민을 했어. 그 친구는 언제나 올곧고 당당한 다른 한 친구를 보면서, 어느순간부턴가 평범한 우정과는 다른 감정을 가진 모양이더라고. 졸업식을 일주일쯤 앞두고서였나? 그 친구는 우리들을, 특히 좋아하는 그 친구를 의도적으로 피하는것 같았어. 당연하 아무것도 모르는 나랑 그 친구는 불안해졌고, 왜 우리를 피하는지 물었어, 나랑 우미쨔...앗, 좋아하는 친구랑 셋이 있을때는 아무리 물어도 그냥 웃어넘기면서 아무 말 않고 있다가 그 친구가 먼저 가고 나서 둘만 남게되니까 울면서 얘기해줬어, '허넠카쨩, 나 ㅇㅇ짱이 좋아, 친구로서가 아니라 다른 의미로. 그치만...ㅇㅇ짱이 날 그렇게 봐줄 리도 없고, 뭣보다 난 이제 졸업하고 나면 유학을 떠나야되는데 그러면 앞으로 다신 못보는거잖아...혹시라도 고백했다가 친구로서의 인연도 끊어지면 다신 못볼텐데 난 그런거 싫어...어떻게해...?' 내가 그 친구한테 뭐라고 해줬게?'
'뭐라고 해줬는데요?'
''ㅇㅇㅇ짱과 ㅇㅇ짱 그리고 호노카는 벌써 10년도 넘게 알고 지내온 소중한 친구야, 설령 ㅇㅇ짱이 ㅇㅇㅇ짱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해도, ㅇㅇㅇ짱하고 다신 안 만날거라고 생각해? 그래, ㅇㅇㅇ짱이 아는 ㅇㅇ짱은 그런 매몰찬 사람이 아니잖아? 그렇다면 뭘 고민하는거야? 가서 ㅇㅇㅇ짱의 마음을 그대로 전해주면 돼. ㅇㅇ짱이 좋다고. 사귀어달라고. 설령 유학을 떠나서 몸이 멀어진다고 해도 그동안 쌓아온 우리의 인연이 그런일로 끊어질리가 없어. 진심으로 부딪히는거야, ㅇㅇㅇ짱! 파이토다요!' 진부하지? 그래도 고등학생이 짜낸 말 치고는 나름 괜찮지않니?'
'...부딪혀보면, 다치진 않을까요...'
'당연히 다치겠지, 하지만, 그런 아픔때문에 소중한 감정을 평생 묻어두고 살거야? 부딪혀서 설령 다친다고 해도, 그 벽은 널 튕겨내는개 아니라 따뜻이 감싸안아줄거야, 소중한 친구잖아? 친구를 믿어, 자신을 믿어. 거기서부터 시작하는거야.'
'...저, 부딪혀볼게요. 감사했습니다...!' 탁탁탁
'어라...주문한 말차랑 만쥬는...뭐 아직 만들기 시작도 안했으니 상관없겠지!'

그런 일이 있고나서 사흘이 지나, 까맣게 잊고 있을 무렵, 이번엔 나름 손님들이 들어차는 방과후 시간대, 물론 에리짱도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와있고.

'어서오세요! 어라...넌...?'
'사흘만이네요? 그때 주문한 만쥬랑 말차를 못받아서, 이번에야말로 맛이나 보러 왔는데...'
'응, 바로 줄게!'

그리고 곧바로 차를 내리고 만쥬를 만들면서도 힐끔힐끔 눈치를 살핀다. 아아...궁금한데... 어떻게됐을려나...?

'차였어요, 보기좋게.'
'?!?!? 쿨럭! 쿨럭!'
'정곡이었나보네요? 기침을 다하시고, 괜찮아요?'
'아니아니, 너야말로 괜찮은거야? 차였다며?'
'괜찮아요, 비록 연인은 아니더라도, 그 애랑은 여전하 친구에요. 거절하면서 그 애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푸훗, 칸다묘진 계단에서 앞구르기하는 소리 하지 말래요. 그 애도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제가 좋아한다는거. 그래도, 그렇게 웃어넘기면서 언제나처럼 대해주는거, 그게 쉬운일 아니잖아요. 오히려 시원하게 차이고 나니까 뭐랄까, 좀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해야되나? 어쨌든 맘에 들어요.'
'그래? 의외로 금방 회복되네...차인건 아쉽지만, 그래도 그것때문에 쳐지거나 한 것 같진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내가 위로차원에서 만쥬 하나 서비스해줄게!'
'우왓, 고맙습니다!...그나저나, 사장님 그 소꿉친구는 어떻게됐어요? 고백했다던.'
'아, 그 친구? 어떻게 됐냐면...'

바로 그때,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문짝을 부서져라 열어제끼고 들어선 두사람은, 한명은 젊은 나이에 프랑스에서도 인정받는 굴지의 패션 디자이너, 한명은 일본무용과 궁도의 전통을 이끌어가는 명가의 계승자이자...나의 소중한 소꿉친구들

'허넠카쨔아아앙~! 나왔어!'
'정말, 코토리! 장사하는데 방해를 하면 안됩니다! 오랜만이네요 호노카.'
'코토리짱! 우미짱! 오랜만이야! 둘이 한꺼번에 웬일이야?'
'아아, 교토에서 있었던 대회가 마무리된 틈을 타 잠깐, 본가의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니까요.'
'나는 이번에 도쿄에서 열리는 패션쇼 때문에~겸사겸사 호노카쨩이랑 우미쨩 얼굴도 보고.'
'코토리, 저는 겸사겸사인건가요...'
'앗, 아냐아냐! 응미쨩! 알잖아! 난 언제나 우미쨩만...'
'에에...호노카는 없어도 되는거야...?'
'아아, 아니라니깐! 둘다 오랜만에 봤는데 너무해!'
'후훗, 죄송합니다 코토리, 오래간만이라 반가워서.'

정말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뀐게 하나도 없어. 응! 이래야 우리 세사람이지!

'그 친구의 고백의 결과는 말이지?...후훗, 보는 대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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