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원수지간끼리 서로 협력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호노키치로 잘 알려져 있는 두 소녀, 소노다 우미와 키라 츠바사.
릴리 화이트의 리더와 어라이즈의 리더가 만나 서로가 서로를 노려본다.
“당신이 오토노키자카에 무슨 일이죠?”
차가운 우미의 말에 츠바사가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뻔하잖아. 너도 소식 들었으면서.”
“......”
“자초지종을 들으러 왔어. 어째서 코토리의 중고나라가 영업중단을 선언했는지.”
“그거라면...”
“혹시 들은 거 있어?”
“아니요, 저도 없어요.”
“그럼 물어보러 가야지.”
실로 오랜만에 츠바사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우미.
두 유닛 그룹의 대표가 서로 합심하여 코토리가 의상을 만들고 있는 교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도중에 키라 츠바사를 알아본 여고생들이 기겁을 하며 츠바사를 구경하러 왔지만, 츠바사는 그런 거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서 교실의 문을 거칠게 연다.
“미나미 코토리!!”
“어머, 츠바사 씨?”
“왜 갑자기 영업중단을 선언한 거야! 모처럼 사고 싶은 게 잔뜩 있었는데! 호노카의 마시다 남은 물이라든지, 호노카가 사용하다가 남은 샴푸라든지, 비누라든지...”
“잠깐만요! 그거, 제가 사려고 했던 물건이에요!”
우미가 도중에 츠바사의 말을 말리듯 끼어들자, 츠바사가 버럭 목소리를 높인다.
“그건 내가 이미 입찰 성공한 물건이라고!”
“흥, 억지도 적당히 부리세요! 그건 제가 이미...”
라고 서로 말다툼을 하던 도중.
코토리의 중고나라가 영업중단을 선언한 것이 기억났는지 말싸움을 멈춘다.
아무리 이들이 호노카가 쓰다 남은 중고품들을 미친 듯이 원하는 답도 없는 호노키치들이라 하더라도, 코토리가 그걸 팔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 없지 않은가.
“코토리! 도대체 무슨 이유인가요?! 대답이라도 해주세요!”
우미가 코토리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기 시작한다.
그러자 힘없이 왔다갔다 우미의 손짓에 흔들리던 코토리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수요가 있어도 공급이 없으면 안 되잖아?”
“그 말은...”
“실은 말이지. 요즘 호노카로부터 중고품을 입수할 수 없어.”
“!!!”
코토리의 말에 우미와 츠바사가 뒷통에 5톤 짜리 해머를 맞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코토리가 괜히 영업중단을 선언한 게 아니었다.
이건...
호노키치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사건과도 같은 일이었으니까.
“이, 이럴 수가...”
“호노카의 샤워타월을 사기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어라이즈 멤버들에게 연속으로 같이 행사를 뛰자고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겨우 사적인 욕심으로 현재 스쿨 아이돌 톱인 어라이즈를 굴리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 생각하던 코토리였지만, 차마 츠바사에게 그런 태클을 걸 순 없었다.
“공급이 있으면 되지 않나요?”
순간 우미의 말에 츠바사가 귀를 기울인다.
그러더니 이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하길.
“맞아, 호노카의 중고물품을 우리가 구해오면 되잖아! 그렇지? 코토리!!”
“으, 응. 맞긴 한데요...”
“좋아, 소노다 우미! 우리가 중고나라를 부활시키는 거야!”
“모처럼 마음이 맞아 떨어졌네요, 좋아요! 지금 당장 호노카에게 가요!”
그녀들이 교실을 뛰쳐나갈 때.
코토리는 수고하라는 의미로 손을 흔들어줌과 동시에,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살짝 지어 보였다.
후다다다닥.
호노카가 있는 교실 안으로 들이닥친 두 소녀가 대뜸 이렇게 외친다.
“호노카!!”
“쓰다 물건, 우리가 가져갈게!”
“우미에다가... 에엑?! 츠, 츠바사 씨?!”
숙제를 하던 도중에 화들짝 놀란 호노카였지만 츠바사는 그런 거에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와 얼굴을 들이밀며 강하게 압박한다.
“쓰다남은 물건 같은 거 있어?”
“그, 글쎄요...”
“쓰레기라도 좋아! 네가 사용했던 물건이라면 다 좋으니까! 충분히 핥을... 이 아니고. 여하튼 유용하게 쓸게!”
“쓰, 쓰레기라면 있을지도...”
호노카의 말에 우미와 츠바사의 얼굴이 급격하게 밝아진다.
한편, 도대체 왜 쓰레기같은 걸 찾나는 의문이 드는 호노카였지만, 어차피 자신에게는 필요가 없는 물건들을 하나둘씩 책상 위로 올려놓는다.
“이건 찢어져서 못쓰게 된 손수건...”
“합격!!”
“그... 낡아서 못쓰는 머리핀...”
“최상급으로 합격!”
“에... 제가 수업시간아 졸다가 침에 젖어서 잉크가 번진 공책같은 거라도...”
“하라쇼!!!”
대뜸 남의 유행어까지 훔치면서 환호성을 내지르는 우미와 츠바사.
주섬주섬 호노카의 버릴 물건들을 챙겨간 두 소녀가 쏜살같이 교실 바깥으로 사라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의 볼을 꼬집어본다.
“내가 꿈을 꾼 건가...?”
코토리가 있는 교실로 다시 돌아온 우미와 츠바사가 헥헥거리며 코토리의 앞에 이제 막 공수해온 따끈따끈한 호노카의 중고물품을 바친다.
그러자 코토리가 기뻐하는 표정으로 드디어 그녀들이 기대하던 말을 내뱉는다.
“와- 이것으로 코토리의 중고나라, 다시 영업할 수 있겠어.”
“다, 다행이다...!”
우미와 츠바사가 서로를 바라보며 진한 악수를 나눈다.
때로는 호노카의 중고물품을 놓고 싸우는 라이벌이지만, 때로는 너도 나도 경찰에 용케 신고접수가 안 된 지독한 호노키치로 대동단결.
이렇게 코토리의 중고나라 위기를 해결해준 두 소녀가 다시 하교길에 오른다.
“오늘 정말 수고 많았어요.”
“너도.”
우미의 말에 츠바사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으흠~ 이것으로 다시 호노카의 중고물품을 살 수 있겠구나. 다시 어라이즈 활동에 열심히 전념할 수 있겠어.”
“저도요. 이렇게 손쉽게 호노카에게서 중고물품을 구할 방법이 있었으면서 코토리는 왜...”
라고 말하던 우미가 순간 발걸음을 멈춘다.
그러면서 미묘하게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다.
우미의 이상증세를 눈치챈 츠바사가 왜 그러냐는 듯이 말을 걸어오지만.
“새, 생각해 보니까...”
우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츠바사에게 묻는다.
“호노카에게서 받은 중고물품... 그냥 우리가 가지면 되는 거, 아니었나요?”
“......!!!”
츠바사도 이제야 그 사실을 눈치챘는지 털썩 주저앉으며 비명을 내지른다.
그렇다.
굳이 코토리에게 다시 줘서 돈을 주고 살 필요도 없이, 직접 공수한 호노카의 중고물품은 그녀들이 그냥 가지면 되는 일 아니겠는가.
그녀들은 이제야 눈치챈 것이다.
교실 문을 나설 때.
코토리가 지었던 의미심장한 미소의 정체를.
-호노키치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코토리의 중고나라, 많이 애용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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