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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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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끝나지 말아줘(1) 「원 투 쓰리 포 원투 쓰리 포」매앰- 매앰-찌는 듯한 더위에 땀방울이 볼을 따고 흐른다.같이 댄스 연습을 하던 동료들도 하나둘씩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하며 동작이 둔해지는게 보인다.여름이 시작된게 얼마전인것 같았는데 벌써부터 차오르는 더위는 호흡을 타고 들어가 머리속까지 열이 차이는것 같다.실내부실이 갖추어있지 않은 오토노키자카 스쿨아이돌부는오늘도 학교옥상에서 이 더위와 싸우며 연습을 한다안무도중 잠깐 하늘을 쳐다보니 태양은 우리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찌는 열기를 내뿜고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모두 수고했... 앗! 뜨거워」우미의 연습종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호노카는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았다.하지만 한 여름의 열기로 이미 달구어진 옥상 바닥이 호노카를 다시 벌떡 일어서게..
사랑에도 답이 있을까? 세상이란게 참 알수가 없는 일들 뿐이더라고. 나, 니시키노 마키가 오토노키자카에 들어온지 3개월정도 되던 때였다. 아이돌 연구부에서 니코를 만나게 되고, 서로 투닥이며 다툴 때도 있지만 서로에게 계속해서 끌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니코에게 고백을 받게 되고 망설였지만, 조금은 어색할 때도 있지만 사귀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나와 니코가 사귀게 된 후의 일을 그려낸 것이다. 아무거도 하지 않았는데 벌서부터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 책상에 앉은 채, 한방울씩 땀을 흘리며 턱을 괸 채, 멍하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을 때였다. "마키쨩! 어디 보고 있어냐-!" 의자 뒤에서 갑작스래 덮쳐오는 린. 살짝 짜증난 목소리로 몸을 뒤척이며 소리친다. "덥다구! 짜증나니까 저리 비켜!" "헤헷~ 마키쨩은 ..
연애실격 밤을 무서워했다.밤이라는 것을 싫어했다.밤이라는 것이 오지 않기를 바랬었다.그렇지만 그런 바램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괴로웠다.적어도 이런 감정이라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어이쿠, 처음보는 나으리로군요」「음」「어쩐 일로...아니, 이런 곳에 오신 분한테 물어보는 것도 실례군요. 어떤 남자가 좋으십니까?」「남자여야만 하는 건가, 여자는 없나?」「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설마 그쪽 취향이...히이익!」「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도록」「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요! 그러니깐 제발 칼은 치워주십쇼!」「흥」 벌벌 떨어대는 주인에게 대충 아무 여자나 넣어달라고 말을 던지고 안내 받은 방에 들어간다.어째서 자신은 이런 곳까지 온 것일까.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오히려 혐오하..
조각 새 교실, 새 사람들, 새 학교. 나에겐 모두 의미없는 이야기였지만, 한가지만은 퍽 마음에 들었다. 여기 음악실에 피아노가 있었다는 것이다. -3일전- 잊혀질만도 했지만 계속 이유없이 꿈에서 나오는 그날의 기억. 2등이라는 작은 균열감. 의사가 되고싶었고, 아버지와 같은 입장이 되고싶었다. 누가봐도 인정할만할 멋진 사람이 되고싶었다. -마키가 벌써 말을 한다고? 대단하네. -마키가 벌써 글자를 쓴다고? 정말? -마키가 벌써...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알아서 잘하겠지. 그리고 그날, 2등이라고 적혀있는 작은 트로피를 보신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 작디작은 실망감이 지나갔었다. 퉁퉁부었던 눈을 작은 손으로 닦으며, 칭찬, 혹은 위로를 바랐던 작은 아이는 그 얼굴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니시키노 마키는 아..
달려가는 그 손을 붙잡아 “뭐, 무슨 소리야.” “에. 있는 그대로 말한건데, 혹시 못 알아들은건가? 헤어지자는 말이었는데-” 내 앞의 자그마한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갸우뚱거렸다. 마키쨩은 똑똑한데 이런건 의외로 바로 못알아듣네, 라면서. 나 역시 그녀가 어째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야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특집의 생방송 오디션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가 오랜만에 만나자며 겨울방학의 공부로 바쁜 일요일의 나를 불러내서는, 자주 다니던 카페의 지정석과 다름없는 창가 쪽 구석진 자리에 마주보고 앉아, 꽤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어갈 쯤에, 갑자기 저런 괴상한 문장을 내뱉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늘 그랬듯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오디션 준비로 ..
잊고 싶지 않았어, 끝까지 “저기, 언제까지 잘 생각이야?” 내가 눈을 뜬 장소는, 이미 졸업한 내가 있을 곳이 아닌 오토노키자카의 학생회실이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나 혼자 온 것으로 기억나는 학생회실에, 있을리 없는 그녀와 함께 있었다.항상 그랬듯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에게 조금 서툰 사투리로 말을 걸었다. “뭐야. 호노카가 ‘깜짝생일파티’ 하는걸 어젯 밤에 모르고 너한테 라인 보내버렸다며?” “아, 그래서 내가 모른 척할려구 학생회실에 숨어들어왔제. 근데 왜 니콧치가-” “그야! 학생회실을 꾸미러왔더니 본인이 들어와서 자고있었으니까야아아-!!” 니코는 자신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아아악-하는 괴성을 질렀다.그런 거였구나. 나는 당연히 우리가 쓰던 부실을 꾸밀줄 알았다. 그도그럴게 항상 누군가의 생일 때면 어찌됬던간에 부실을..
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完- [이전 이야기] 재수 이후 의사 면허 시험에서 여러 번 탈락한 마키는 점점 무감각한 삶을 살아간다.그러던 도중 수년간 연락이 끊겼던 니코와 우연히 마주쳐 연락하고, 니코의 초대로 라이브 공연을 직관한다.하지만 니코에게 옮은 감기 때문에 도중에 뛰쳐나와 쓰러진다.공연을 끝마친 후 마키를 찾아낸 니코는 쓰러진 마키를 부축해 집으로 데려온다. - - - - 「오늘 당번인가보네?」 방과 후 혼자 부실의 책상을 열심히 닦고 있던 니코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니코는 고개를 저었다. 「난 부장이잖아. 다른 애들한테 청소를 맡길 순 없지.」 「나도 도울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마키는 지금까지처럼 뮤즈를 위해서 좋은 노래를 만들면, 그거로 됐어.」 그렇게 태연히 말했지만 니코는..
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3- 마키는 책상에 턱을 괸 채 티켓을 눈앞에 대고 살랑살랑 흔들었다.니코의 단독 라이브의 최전열 티켓.너무 작아서 아직도 어린 아이같은 손으로 티켓을 내밀며「와줄 거지?」하고 조심스럽게 묻던 니코. 마키는 창문 너머로, 니코의 자그마한 입에 커다랗게 피어난 함박웃음을 떠올렸다.자연스러운 웃음.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의 열정에 충실한 웃음.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웃음. 마키가 멋대로 해석한 것일 뿐이지만, 니코의 미소는 그녀가 가진 엉성한 미소와는 달랐다. 웃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웃으면 저절로 기쁜 감정이 생겨난다는 유명한 말이 생각나 억지로 입 꼬리를 올렸다. 창문에 비친 마키의 웃음은, 지켜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만들정도로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그녀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주진 못했다. 「순 엉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