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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잊고 싶지 않았어, 끝까지





“저기, 언제까지 잘 생각이야?”


내가 눈을 뜬 장소는, 이미 졸업한 내가 있을 곳이 아닌 오토노키자카의 학생회실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 혼자 온 것으로 기억나는 학생회실에, 있을리 없는 그녀와 함께 있었다.

항상 그랬듯이, 나를 빤히 쳐다보는 그녀에게 조금 서툰 사투리로 말을 걸었다.  



“뭐야. 호노카가 ‘깜짝생일파티’ 하는걸 어젯 밤에 모르고 너한테 라인 보내버렸다며?”






“아, 그래서 내가 모른 척할려구 학생회실에 숨어들어왔제. 근데 왜 니콧치가-”


“그야! 학생회실을 꾸미러왔더니 본인이 들어와서 자고있었으니까야아아-!!”



니코는 자신의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아아악-하는 괴성을 질렀다.

그런 거였구나. 나는 당연히 우리가 쓰던 부실을 꾸밀줄 알았다. 그도그럴게 항상 누군가의 생일 때면 어찌됬던간에 부실을 멋지게 꾸며서 축하해줬었으니까. 

이건 아마, 이젠 우리들의 ‘아이돌 연구부’가 아닌…….


“뭐야. 부실은 당연히 1학년들이 열심히 사용해주고 있으니 우리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어서 그런거였어.” 



새로운 아이들의, ‘아이돌 연구부’니까.


아이돌 연구부는 몇 년이 지나도 계속하여 성장하고 있었다. 우리가 떠난 후에도, 발전을 멈추지 않으며, 뮤즈보다 더 대단한 스쿨아이돌이 되겠다는 열정을 가진 아이들이 새로이 입학해서는,

정말 대단한 스쿨아이돌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가져다 주었으니까.



“애들한테 그냥 부실을 꾸미라고 시켰으니까 괜찮아. 조금 있으면 에리가 문자로 너 부를걸?”



이 말을 끝으로 니코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침묵이 이어졌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다는건, 

이토록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많은 정을 나누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 정도는 간단히 읽을 수있게되었다는

스피리츄얼-한 이유 때문이겠지.


때 마침 내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렸고, 화면에는 급한 일이 있으니 부실로 잠깐 와보라는 에리의 문자가 띄어졌다.



나는 곧바로 이것을 니코에게 보여줬다. 천천히 몇 번이나 읽어보고 어이없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아니, 얘는 뭐 이렇게 대놓고 티나게 보내는거야? 고등학생 때랑 변한게 하나도 없다니까!”



니코 역시 시간이 지났지만 변한게 없었다. 여전히 작은 키, 여전히 작은 바스트, 여전히 작은…….

지금 내 눈앞의 사람은 이렇게 달라진게 없는데, 혹시 앞으로 만날 사람은 많이 달라진 모습이 아닐까.


아니지,

그 아이들은, 몇십년이 지났어도 다름없는 아이들일껄.

 

그렇지만 달라진게 없을 그 아이들을 조금 오랜만에 보는듯한 낯선 느낌은 역시 조금 긴장된다.

이 긴장감 조차도 옛날의 나였다면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겠지.





“이러니까, 정말 꿈만 같데이.”


“……갑자기 왜?”


“친구 하나 없던 내한테, 이런 엄청난 친구들이 생겨버렸으니까.”



언제쯤이었을까, 8명과 함께라면 뭐든지 할수있을 것만 같은, 그런 기분마저 들어버렸다.

우주정복-정도는 아니더라도, 스쿨아이돌로 세계정복- 직전까지 갔었으니까.

그때는 정말로 뭐든지 이룰 수있는 힘을 가졌었을지도 모르지.



“……너, 좀 있다가 울지마라.”


“응? 내가 니콧치도 아니고, 왜 울겠나.”


“…뭐! 니코가 언제 울었는데! 너 앞에서 운적 전혀 없, 진않네.”



결국은,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던 것을 이뤘으니까.


니코는 서둘러 내 손을 잡고 ‘아이돌 연구부’ 부실로 이끌었다.

내 손 사이로 보이는 한 없이 작지만 뚜렷한 그 손등도 그때와 같이 여전히 빛나보였다.


아마도, 그 때의 우리들은 이보다 훨씬 더 밝게 빛났겠지.


부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니코는 7개의 빛무리로 뛰어들어갔다.

온갖 형형색색의 폭죽이 터지며, 그때의 친구들은 나를 반기는 8명의 여신과도 같이,

빛나는 그 표정을 간직한 채로, 환하게 웃어주었다.


그런데 어째서, 말하지 않는 그녀들의 생각을, 단번에 알 수없는 것일까.


그 중 제일 밝게 빛나던 태양과도 같은 한 사람이, 거대한 케이크를 들고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말하지 않았고,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조차 없었다.

마치 요양원 액자 속의 사진처럼 여전히 웃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눈에서부터 뜨거우면서도 스피리츄얼-한 무언가가 흘러내려옴을 느꼈다.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울지 말랬잖아. 바보야.”



이젠 오래되어 회색으로 변색된 빛무리 속에서, 작은 손이 뻗어나왔다.



“우린 꿈을 함께한 친구일 뿐이었지, 여신이라던가 빛이라던가 그런건 아니었잖아.”



뻗어나온 손이 내 얼굴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그것에 눈물이 닿자, 녹아내려 사라지려했다.



“니콧치, 함께했던 기억들이 매일매일 사라진데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기억나질 않는다.”



오래된 기억은 사라지기 마련이렸지만, 지독하게도 잊고싶지 않았던 기억부터 사라져갔다.

나는 이 철학적인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언제나 함께해주었던 그녀들을 추억으로 남기고싶었다.

그래서일까, 이런 이상한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졌음에도 불과하고 그걸 진짜로 믿고있었다.


내 눈물로 씻겨져버린 손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점점 아득하게 멀어져가는 8개의 빛덩어리만 시야에 들어올 뿐이었다.


“이제 나가. 밖으로 내쫒은 1학년 애들 오겠다.”



“싫데이! 여기서 니들을 잡으면 되는거잖나!”


“잡을 수 없으면서.”



자연스러운 잊혀짐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주어진 시간에 맞춰 잊지않으려 노력할 뿐, 실제로 영향이 가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이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들은 너무나 멀리 떠나가버려 목소리만 겨우 들려왔다.




“마지막으로 생일축하해, 노조미.

잘가.”










나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손등으로 비벼닦으며 부실 문을 천천히 열고 나왔다.

마지막으로 들려오는 그녀들의 목소리가 내 가슴을 더욱 아프게 했다.






















“그치만 말이야…….

여신이라던가, 빛이라던가…….

조금은 비슷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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