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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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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도 답이 있을까? 세상이란게 참 알수가 없는 일들 뿐이더라고. 나, 니시키노 마키가 오토노키자카에 들어온지 3개월정도 되던 때였다. 아이돌 연구부에서 니코를 만나게 되고, 서로 투닥이며 다툴 때도 있지만 서로에게 계속해서 끌리게 되었다. 그러던 중 니코에게 고백을 받게 되고 망설였지만, 조금은 어색할 때도 있지만 사귀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이 이야기는 나와 니코가 사귀게 된 후의 일을 그려낸 것이다. 아무거도 하지 않았는데 벌서부터 몸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여름. 책상에 앉은 채, 한방울씩 땀을 흘리며 턱을 괸 채, 멍하게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을 때였다. "마키쨩! 어디 보고 있어냐-!" 의자 뒤에서 갑작스래 덮쳐오는 린. 살짝 짜증난 목소리로 몸을 뒤척이며 소리친다. "덥다구! 짜증나니까 저리 비켜!" "헤헷~ 마키쨩은 ..
연애실격 밤을 무서워했다.밤이라는 것을 싫어했다.밤이라는 것이 오지 않기를 바랬었다.그렇지만 그런 바램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괴로웠다.적어도 이런 감정이라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어이쿠, 처음보는 나으리로군요」「음」「어쩐 일로...아니, 이런 곳에 오신 분한테 물어보는 것도 실례군요. 어떤 남자가 좋으십니까?」「남자여야만 하는 건가, 여자는 없나?」「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설마 그쪽 취향이...히이익!」「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도록」「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요! 그러니깐 제발 칼은 치워주십쇼!」「흥」 벌벌 떨어대는 주인에게 대충 아무 여자나 넣어달라고 말을 던지고 안내 받은 방에 들어간다.어째서 자신은 이런 곳까지 온 것일까.평소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오히려 혐오하..
조각 새 교실, 새 사람들, 새 학교. 나에겐 모두 의미없는 이야기였지만, 한가지만은 퍽 마음에 들었다. 여기 음악실에 피아노가 있었다는 것이다. -3일전- 잊혀질만도 했지만 계속 이유없이 꿈에서 나오는 그날의 기억. 2등이라는 작은 균열감. 의사가 되고싶었고, 아버지와 같은 입장이 되고싶었다. 누가봐도 인정할만할 멋진 사람이 되고싶었다. -마키가 벌써 말을 한다고? 대단하네. -마키가 벌써 글자를 쓴다고? 정말? -마키가 벌써...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알아서 잘하겠지. 그리고 그날, 2등이라고 적혀있는 작은 트로피를 보신 순간 아버지의 얼굴에 작디작은 실망감이 지나갔었다. 퉁퉁부었던 눈을 작은 손으로 닦으며, 칭찬, 혹은 위로를 바랐던 작은 아이는 그 얼굴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니시키노 마키는 아..
달려가는 그 손을 붙잡아 “뭐, 무슨 소리야.” “에. 있는 그대로 말한건데, 혹시 못 알아들은건가? 헤어지자는 말이었는데-” 내 앞의 자그마한 그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한번 갸우뚱거렸다. 마키쨩은 똑똑한데 이런건 의외로 바로 못알아듣네, 라면서. 나 역시 그녀가 어째서 이런 말을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야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 특집의 생방송 오디션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는 그녀가 오랜만에 만나자며 겨울방학의 공부로 바쁜 일요일의 나를 불러내서는, 자주 다니던 카페의 지정석과 다름없는 창가 쪽 구석진 자리에 마주보고 앉아, 꽤나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어갈 쯤에, 갑자기 저런 괴상한 문장을 내뱉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늘 그랬듯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오디션 준비로 ..
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完- [이전 이야기] 재수 이후 의사 면허 시험에서 여러 번 탈락한 마키는 점점 무감각한 삶을 살아간다.그러던 도중 수년간 연락이 끊겼던 니코와 우연히 마주쳐 연락하고, 니코의 초대로 라이브 공연을 직관한다.하지만 니코에게 옮은 감기 때문에 도중에 뛰쳐나와 쓰러진다.공연을 끝마친 후 마키를 찾아낸 니코는 쓰러진 마키를 부축해 집으로 데려온다. - - - - 「오늘 당번인가보네?」 방과 후 혼자 부실의 책상을 열심히 닦고 있던 니코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자, 니코는 고개를 저었다. 「난 부장이잖아. 다른 애들한테 청소를 맡길 순 없지.」 「나도 도울게.」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신경 안 써도 괜찮아. 마키는 지금까지처럼 뮤즈를 위해서 좋은 노래를 만들면, 그거로 됐어.」 그렇게 태연히 말했지만 니코는..
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3- 마키는 책상에 턱을 괸 채 티켓을 눈앞에 대고 살랑살랑 흔들었다.니코의 단독 라이브의 최전열 티켓.너무 작아서 아직도 어린 아이같은 손으로 티켓을 내밀며「와줄 거지?」하고 조심스럽게 묻던 니코. 마키는 창문 너머로, 니코의 자그마한 입에 커다랗게 피어난 함박웃음을 떠올렸다.자연스러운 웃음.미래에 대한 걱정보다 현재의 열정에 충실한 웃음.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웃음. 마키가 멋대로 해석한 것일 뿐이지만, 니코의 미소는 그녀가 가진 엉성한 미소와는 달랐다. 웃는 방법을 잊어버린 것 같다.웃으면 저절로 기쁜 감정이 생겨난다는 유명한 말이 생각나 억지로 입 꼬리를 올렸다. 창문에 비친 마키의 웃음은, 지켜보는 사람을 웃음짓게 만들정도로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그녀 스스로를 행복하게 해주진 못했다. 「순 엉터리..
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2- 「...오랜만이야.」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다가 겨우 한 마디를 뱉었다.대답이 돌아오기까지는 조금의 시간이 걸렸다. 긴 연락의 공백은 서로에게 어색함을 남긴다.니코 쪽에서도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 오랜만이네.』 「…….」 『마키. 방금 전엔 왜 도망친 거야? 아니, 그보다 이 근처에 사는 거였어?』 「...이것저것 일이 있어서. 혼자 자취해.」 『일?』 「응.」 전화기를 잡은 손끝이 저도 모르게 파르르 떨렸다.'제발 그 이상은 묻지 말아줘' 라는 바보 같은 심정이 니코에게 전해지기를 바랐다. 충동적으로 전화를 걸어버린게 후회스러웠다.지금까지 줄곧 니코와는 연관되지 않으려 노력했는데, 왜 니코에게 전화를 걸었던 거지?우연히 니코와 마주쳤을 때 느꼈던 기쁨 때문일..
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1- 「후우ㅡ」 아직은 추운 3월의 늦은 밤. 추위가 느껴져 숨을 불어냈지만 입김은 나오지 않았다.바람이 살짝 불어와 단추가 풀린 재킷을 뒤로 밀어내려했다.대충 옷을 여미고 팔짱을 꼈더니 한결 따듯해진 기분. 마키는 비니를 눌러쓰고 지겨울 만큼 익숙해진 거리를 주욱 훑어보았다.이 방향으로 한참 걷다보면 모퉁이, 그 모퉁이를 돈 다음 좀 더 걸으면 편의점. 집 근처의 편의점은 썩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끼니를 값싼 돈으로 해결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적었다. 손가락으로 세려면 손을 열 번은 쥐었다 폈다 해야 할 만큼 편의점을 제집처럼 들락날락했더니, 이젠 편의점 직원이 주로 사는 물품을 기억할 정도였다.『어서 오세요! 담배는 늘 피던걸로 드릴까요? 아, 오늘은 토마토샌드위치가 떨어졌는데ㅡ』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