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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선의 발자국 -1-


너의 이름은 패러디입니다.



ㅡㅡ





"...내, 내.. 이름은...!"


애절하게 마음을 두들기는 목소리, 메아리치는 울림.


다시,

나는 누군가를 꽉 껴안고 있었다. 절대 잊지 않을, 그런 사람을.

 

그러고는 말한다.

"절대로, 두번다시 놓치지 않을테니까! 「  」..!"


하지만 그사람의 이름은, 이름만이 누군가 지우개로 슥삭 지운듯이 발음이 뭉개져서 들리지 않는다.





그러고는, 문득 일어나게된다.



아.


-꿈이였구나.



안개처럼 사라지는 방금전의 촉감도, 느낌도.

하늘로 날아가던 빨간색 선도.


툭, 떨어지는 눈물방울들.

이유도, 연유도, 징조도 없이. 눈물은 얼굴을 타고 밑으로 떨어져내린다.




가끔, 이런날이 나에게는 있었다.


지겨워질 정도로 겪어봤지만,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나는- 다시 일을 하러 병원에 간다.


「나」는- 회사로 향했다.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들, 도심에 울려퍼지는 스쿨아이돌의 노래들.

오늘도 그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혹시라도, 그 사람을 만날수 있을지도 모를테니까.""


다시, 힘차게 발을 내딛었다.





이건 그런, 약간은 재미없을 이야기.


--「선의 발자국」--



딱히 종교를 믿은적도 없다, 신을 믿어본적은 더더욱 없다.



믿을건 나뿐이라고 생각하고있었고, 사실 지금도 그러하다.


그래서 이렇게 늦잠을 자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말이야.



"니코프리! 니코니코, 니코프리! 니코니코, 예!"


이 낯선 벨소리가 체감 10분정도 나의 귀를 마비시켰다. 

내 벨소리는 저런 저급한 음악이 아니라, 좀더 잔잔하게 깔리는 클래식이였을텐데.


무식하게 키워놓은 볼륨은 시끄러운 음악을 한층더 기분나쁘게 만든다.


편곡을 보자하니 심지어 초짜네. 이 사람.



"그건 그렇고, 이건 대체..?'


생각이 샛길로 빠져버렸다.


일단 알람을 꺼두고, 침대에서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토끼인형, 완전히 다른교복에 핑크조끼. 낡아보이는 방까지.



아, 이건..!


"꿈이구나. 하긴."


이렇게 꾸는 꿈도 얼마만인지.


"요즘엔 잠도 별로 못잤으니까? 흠, 아야."


시험삼아 볼을 꼬집었지만, 붉은 자국만이 남을뿐 별다른 일은 생기지않았다. 


생각보다 생생한 꿈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살펴봤다.


여자, 키는 나보다 조금 작을지도.


사이즈는... 에, 뭐야? 고등학생은 맞는거야?



가슴은...





"오, 젠장."


생각보다 살벌한 꿈이다, 이건.

--


누군가와 몸이 바뀌는 꿈을 꾸었다.


몸매도 잘 잡히고, 개성넘치는 붉은 컬머리. 그리고 부자집.


나와는 평생 친해질수 없는 부류겠지, 쓴웃음이 나와서-



그 꿈에서 한바탕 난리를 피워줬다.


아마 실제였다면 이미... 


어차피 꿈인걸, 생각해봐야 우스운 일이겠지?


"아, 늦잠이네."


"니코언니? 아직도 안일어났어요?"

코코로가 날 깨우는 소리.


확실히 이런 늦잠도 오랜만이지. 아이돌 실격이야, 이런거.



"니코프리! 니코니코.. 뭐야, 왜 안울려?"


대신 들리는건 화장실에서나 들을법한 클래식.


'뭐지? 바꾼적은 없는데.'



이상한 일이네.



머리를 차분하게 묶어주고- 아, 


"뭐야. 왜 이렇게 방이 엉망인건데."


쓰던 물품들, 리본도.


한쪽이 유난히 더러워진채로 놓여져있고 방안은 난잡.


"...일단 학교부터 갔다오고 치워야겠네, 이건."



"오늘은 머리가 멀쩡하네요, 언니."


"...웬 머리얘기? 난 매일 이렇잖아."


뜬금없는 소리를 하네, 얜.



"그래도 말이죠, 어제는 진짜 다른사람 같았다니까요? 식사당번이면서, 밥은 언제 나오냐고 머리카락은 빙빙 꼬고."



"...?"


어제? 그랬었나? 


"그래? 별일도 다있네."



글쎄다, 그런적은 없는데 말이지.



학교로 걸어가는 길, 반 친구들에게 인사한다.


"어, 안녕."


"뭐야, 이젠 알아?"


'이건 또 무슨소리야.'


"같은 반, 이잖아?"


"어제는. 몰랐잖아?"

뜬구름잡는듯 평행선을 달리는 대화.



그러고는 지나갔다.



"당최 영문을 모르겠네, 오늘은."



학교에서 별로 눈에 띌일은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유명인은 구설수에 휘말리기 마련이니까.

그런점에서 스쿨아이돌을 희망하는 나는 충분히 알려져있었고- 또 놀리기 좋은 먹잇감이였다.


이런점에서 나와 친구가 된다는건 어려운일이였겠지.


"여, 니콧치. 오늘은 머리 제대로 하고왔네?"


"또, 또 그소리네. 어제 내가 대체 뭘했다고 그러는건데?"


노조미, 착한 친구다.

마찬가지로 스쿨아이돌의 연습을 도와주고 있다.


혼자로는 한계가 있었고, 사람은 많을수록 좋은법이지.


"진짜 몰라서 묻는거면, 굳이 알려줄 생각은 없데이~"


"자꾸 아침부터 자꾸 무슨일인지 모르겠네."


"뭐, 그럴때도 있는법이지 니콧치. 모든건- 이어지기마련이지. 과거도, 미래도."


"그래봐야 신같은건 안믿으니까, 그런소리는 하지말자고 노조미. 관심도없는걸."




"지인짜~? 확신할수있겠노~?"


"그래, 진짜 진짜 지-인-짜."


가끔, 이녀석의 속이 검은색처럼 보일때도 있다.


마찬가지로 가슴에,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인건지... 스스로 말하기전까지는 모른척 해주려고 하지만.


사람에게는 숨기고 싶은 사연이 많은법이야, 그게 가슴이든. 상처든.


잠깐, 이말은 못들은거로 하자.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학교로 향하는 길.


친구라기엔 이상하리만큼 공통점이 없지만, 또 의외로 말을하다보면 잘이어지는점이 신기할때도 있지.


 "그래서, 아까 했던 얘기좀 다시말해보래이, 어제 했던일이 기억이 안난다고?"


"글쎄,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침부터 동생은 날 보고 놀라고, 같은 반친구는  이름을 기억하냐면서 되묻고."


진짜 해괴한일이다, 맞아.


"노조미, 너는 어제 나 못봤어? 도무지 무슨일이 일어난건지도 모르겠다니까."


"아, 나도 그런일이 가끔있었제..."


"정말? 이게 뭔지 알거같아?"


"아니, 니콧치. 그건 그냥 기억상실증이래이~ 벌써부터 조기증상이라니, 약좀 잘 묵고 다니라!"



빠직, 하는 소리가 실제로 들렸던건 기분탓일까. 중요한건 지금 나는 화났단거야.



"야, 이 가슴만 큰 여자야! 거기 안서!!"


"푸하하하하!"





수군수군, 벌써부터 들리기 시작하는 이야기들.


"어.. 저거봐, 오늘은 멀쩡한데?"


원래부터 멀쩡했다고,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거냐.



"머리도 제대로 묶었어!"


이 머리는 바꾼적도 없어!



사육원안의 원숭이를 보는듯한 눈빛들이 내 몸으로 꽃혀들어온다.


학교생활을 조용히 보내고 싶은 내 꿈은 벌써부터 멀어져만가는걸.


소리를 시원하게 지르고 싶어도, 솔직히 나는 좀 소심할지도 모른다.




"아아아아... 대체 어제 내가 뭘했다고 나한테 이러는거야..."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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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인가."


몽롱한 의식이 몸을 강제적으로 눕히려하지만, 지금은 일어날 시간인걸. 깨어나야지.


일단 아니겠지만 몸을 확인해본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





'그건 그렇고, 정말 실감나는 꿈이였어.'


누군가와 몸을 바꾸는 꿈이였다, 생각보다도 리얼했고.

내가 이렇게까지 상상력이 풍부했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그때 고개가 돌아간건, 무의식적으로 취한 행동이였다.

그건 눈에 띌만큼 충분히 이질적이였으니까.




「누구냐, 너.」

마커로, 낯선 사람의 글씨체가 팔에 적혀있었다.


책상에 거칠게 찢긴, 팔랑거리는 노트도.





뚝 하고, 뭔가가 머리속에서 끊어지는 소리.


"하, 하하.. 설마. 그런일이 진짜로 있을리가..."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알람을 끄자, 《메세지 1통》이라는 알림이 와있어서, 확인을 하기위해 핸드폰을 켰다.


"잠깐, 이건 내 전화번호잖아? 내가 보낸 문자라고...?"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름을 말해.넌 누구야?」



문자메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세상에ㅡ."


일단, 노조미에게 놀린것부터 사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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