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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코우사카 호노카, 러브레터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아직 퓨어한 여고생.
지난 번, 아야세 에리의 러브레터 사건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뮤즈 멤버들을 뒤집어놓은 또 다른 사건이 발생했다.
때는 연습을 위해 모이기 시작한 오후 4시.
부실 문을 열고 등장한 호노카가 평소와 같이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인사를 건넨다.

"안녕-"

"늦었네요, 호노카."

"호노카, 손에 들려있는 건 뭐야?"

우미의 인사에 뒤이어 코토리의 질문이 이어지자, 호노카가 별거 아니라는 듯이 활짝 웃는다.

"이거? 러브레터."

"......"

"......"

순간 침묵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한 아이돌 연구부.
못 믿겠다는 듯이 빠른 발걸음으로 다가온 린이 호노카의 손에 들려 있는 편지를 바라본다.
아직 봉투의 겉모습 뿐이지만, 색감이나 풍겨져 오는 오오라 등을 감안했을 때...

"러브레터다냐."

"뭐시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니코가 자신의 머리를 거칠게 긁어댄다.

"아아아-! 왜 에리나 호노카는 러브레터가 오는데 난 안 오냐고! 니코의 매력이 부족한 거야? 그런 거야?!"

"지, 진정해! 니코!"

옆에서 폭주하는 니코를 간신히 말리기 시작한 마키.
에리와 노조미는 '그렇구나, 여고생인데 받을 수도 있지.'라는 수수한 반응을 보이지만, 이들은 양반이다.

"호노카가... 호노카에게 마수의 손길을 뻗힌 버러지 같은 녀석은 누구인가요..."

"우, 우미?! 갑자기 왜 그래...?"

옆에 있던 에리가 우미의 섬뜩한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이건 마치...
얼마 전에 여름 합숙을 갔을 때 한창 취침에 임하던 우미가 베개싸움 도중 일어난 저기압 모드 우미가 오버랩 된다.

"감히... 내 소중한 호노카를... 호노카를... 호노카를...!"

"린, 마키! 우미를 말려!"

"진짜, 귀찮게 하지 좀 마!"

"우, 우미. 진정하라냐!"

린과 마키가 각자 우미의 오른팔과 왼팔을 제압하며 간신히 말리기 시작한다.
폭주 직전의 우미를 에리까지 투입하며 겨우 진압에 성공하자, 한숨을 내쉬며 진땀을 흘리는 에리에게 낯선 감촉이 느껴진다.

'이건... 살기?!'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본 에리.
그곳에는...

"호노카, 내 사랑스러운 호노카. 호노카를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호노카도 죽고, 나도 죽고... 에헷♡"

"코토리코토리코토리! 정신 차려, 제-발!!"

손가방을 뒤지면서 커터칼을 꺼내려는 코토리를 에리가 뒤에서 간신히 껴안으며 말린다.
어쩌면 우미보다도 더 위험한 범죄를 저지를 뻔했던 코토리를 필사적으로 말리는 에리가 노조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너도 좀 가만히 구경만 하지 말고 말려봐! 이러다가 진짜 살인사건 나겠어!"

"그거라면 걱정 없데이."

노조미가 싱긋 웃으면서 이번 사건의 전모를 밝힌다.

"호노카에게 러브레터 보낸 건 내가 가짜로 보낸 거레이."

노조미의 말이 들린 탓일까.
어깨를 움찔한 우미와 코토리가 노조미를 바라보며 확인차 되묻는다.

"...정말인가요?"

"진짜로? 정말로? 진심으로?"

"응. 당연하데이. 왜 있잖아, 저번에 에리의 러브레터 사건 반응이 재미있어서 이번에는 내가 특별히 호노카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꾸며봤데이."

"휴... 놀라게 하지 좀 마세요."

"코토리도 깜빡 속을 뻔했네. 에헤헤."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둘을 바라보던 에리와 나머지 멤버들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힘없이 호노카에게 걸어간 니코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호노카... 너 나중에 결혼한다는 말 같은 거, 절대로 저 둘 앞에선 하지 마."

니코가 진심으로 충고를 해주지만, 호노카는 의아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응? 왜?"

"이게 다 너를 위한 일이니까 새겨 들으라고."

간신히 찾은 뮤즈의 평화.
하지만 이 평화가 거짓된 평화임을 깨달은 에리와 멤버들은 호노카의 곁에서 하하호호 웃는 우미와 코토리의 모습이 오늘따라 무섭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