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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코우사카 호노카, 호노카 팬티 실종 사건일지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도둑맞으면 난감할 물건이 때로는 존재하기도 한다.


그중에 하나인 '그것'이 부실에서 진땀을 흘리며 등장한 호노카의 입에서 튀어나오게 된다.




"저기 말이야."




아이돌 연구부 내에서 각자 자신의 할 일을 만끽하고 있던 뮤즈 멤버들이 호노카를 향해 시선을 돌린다.




"내 팬티, 못봤어?"


"......"


"......"


"......"




순간 찾아온 정적.


무슨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 그리고 어떠한 답변을 해야 좋을지 즉각적으로 떠오르지 않는 멤버 중에서, 그나마 냉정한 사고방식을 지닌 에리가 말을 더듬으며 말한다.




"호, 호노카? 혹시나 해서 묻는 말인데... 속옷? 아래쪽?"


"응. 아까 연습 마치고 나서 갈아 입었는데... 없어졌어."




호노카의 말이 끝나자마자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비명을 지르다시피 외치는 우미의 다음 발언이 이어진다.




"노, 노팬티인가요?! 저, 정신머리가 있는 거예요, 없는 거예요!!!"


"그치만 땀에 젖은 속옷을 입으면 기분 나쁜데..."




우미의 잔소리에 호노카도 뭔가 변명거리가 있다는 듯이 말한다.




"이번에 벌써 '세 번째'라고."


"...뭐가요?"


"팬티 도둑맞은 거."




세상에.


다른 것도 아니고, 여고생의 팬티가 3번이나 없어졌다는 것은 윤리적으로도,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매우 문제가 있는 현상 아닌가.


오토노키자카 학원의 질서를 책임져야 할 에리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건 확실히 문제가 있네."




진지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선 에리가 호노카에게 좀 더 자세한 사정을 들어보기 위해 귀를 기울인다.




"호노카, 속옷이 없어진 장소가 어디니?"


"연구부 부실."


"...여기?"


"응. 3번 다."


"그럼..."




에리의 다음 말이 무엇인지 충분히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마키가 자신의 곱슬머리를 매만지며 말한다.




"이 중에 범인이 있다는 뜻이잖아."


"......"




하기사.


생각을 해보면 이 동아리실에서 없어졌는데, 뮤즈 멤버가 아니면 가져갈 사람도 없다.


멤버 이외에 동아리실이 빌 경우에는 항상 문을 잠그고 다니기 때문이다.




"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왜 호노카의 속옷 같은 걸 훔치는 거야? 무슨 값어치가 있다고."




마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하자, 우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마키의 말은 틀려요. 호노카의 속옷은 확실히 소장 가치가 있긴 하지만...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 어쨌든 훔치는 건 잘못한 거예요! 분명!"




중간에 말실수가 나왔는지, 우미가 자신의 말을 번복한다.


그러자 모두의 시선이 아주 자연스럽게 우미를 향한다.


마치 '또 너냐...'라는 듯한 그런 시선이.




"뭐, 뭐에요?! 아, 아무리 제가 호노카를 좋아한다 해도 패, 팬티까지 훔치진 않는다구요!"


"그거야 직접 확인해보면 되는 거 아닌기가?"




노조미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동아리실 위쪽에 위치한 선반 하나를 연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것인지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몰리는데.




"짜잔. 이럴 줄 알고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데이."


"그런 건 함부로 부실에 설치해두지 말라구요!! 범죄에요, 범죄! 사생활 침해라구요!"


"이름하야 '스피리추얼한 카메라 2호'레이."


"과학의 힘을 빌린 주제에 어디가 스피리추얼하다는 거예요?!"




무엇을 위한 몰래카메라일까. 그 용도가 매우 궁금해지는 도촬 카메라를 들던 노조미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이 카메라에는 우미의 범행 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원들의 말 못할 사정이..."


"으아아아악!!"


"니, 니코니코니!!!"




왠일인지 니코와 마키가 필사적으로 노조미의 입을 막으려 달려든다.




"그, 그거 당장 몰수야, 몰수!"


"어머나, 니코, 마키. 둘이 또 수상한 거 했노?"


"아니라니까!"




우왕좌왕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에리가 슬쩍 우미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나지막이 설득 모드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우미, 범행을 저질렀으면 순수하게 사과하는 게 좋아."


"으..."


"우미답지 않네. 겨우 이런걸로 호노카가 화를 내는 것도 아니잖아. 그렇지? 호노카."




에리의 말을 이어받은 호노카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응. 우미라면 분명 세탁해서 돌려주고 싶어서 가져간 것이라고 믿고 있으니까."


"호, 호노카..."




아니, 분명 그건 아닐 것이다.


오히려 빨지 않고 개인 소장할 눈빛으로 가득했던 소노다 양인데, 설마 그럴 리가.




"호노카 말이 맞아."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코토리가 슬쩍 나서면서 노조미가 들고 있던 몰래카메라를 내려놓는다.




"우리는 같은 뮤즈 멤버잖아? 그러니까 이런 게 아니라 마음으로 믿어주면 어때?"




코토리의 따스한 말 한마디에 우미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한다.


역시 2학년 트리오의 우정은 매우 단단했다.




"뭐, 어쩔 수 없네."




우미를 울릴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노조미는 약간 아쉽지만 몰래카메라를 철수시킨다.


재생하면 금방 우미가 범인인 사실을 알 수 있지만, 동료를 믿지 않으면 그 누구를 믿겠는가.


이렇게 호노카의 팬티 실종 사건은 일단락이 되는 듯 싶었으나...














"한... 장?"




하굣길에 오른 호노카가 우미에게 들은 팬티의 갯수는 세 장이 아닌 한 장이었다.




"네. 제가 훔치... 어흠. 가져갔던 것은 한 장 뿐인걸요."


"그럼 나머지 두 장은?"


"그건 저도 몰라요, 정말이에요!"




두 장의 실종.


우미가 범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위험할 뻔했어."




집으로 돌아온 코토리가 작게 한숨을 쉬면서 책장 사이에 숨겨놓은 보물상자를 꺼내 연다.


핑크빛의 박스 안에 담겨있는 것은...


호노카의 남은 두 장의 팬티.




"설마 노조미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뒀을 줄이야."




만약 그 카메라를 재생시켰다면.


필히 우미 뿐만 아니라 코토리의 범행도 발각되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들킬까봐 두근두근거렸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