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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니코마키, 계란말이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전부 요리를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

 

후라이팬에 엉망으로 완성되어 있는... 아니완성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탄 계란 덩어리를 바라보던 니시키노 마키.

어깨 너머로 그녀의 엉망인 요리실력을 바라보던 마키의 어머니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우리 딸은 요리에 별로 소질이 없나 보구나.”

별로... 어차피 가정부가 해주잖아.”

하아가정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단다마마가 요리 선생님이라도 붙여줄까 하는데.”

필요 없어요리라는 건 시간 지나면 나중에 잘 하게 된다고.”

어머머.”

 

오늘도 여전히 퉁명스러운 반응을 보여주는 마키였지만그녀의 어머니는 이런 딸의 반응을 귀엽다는 듯이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니시키노 가문이 요리에 대해 투닥거리는 건 최근에 들어서다.

 

요리라...”

 

사실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것은 마키 쪽이었다.

합숙을 할 때마다 언제나 굉장한 실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멤버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야자와 니코의 요리실력.

특히나 그녀가 만든 계란말이는마키에게 있어서 속된 말로 한 입에 뿅가게 할 정도로 맛있었다.

그 맛을 재현하는 것까지는 무리일지 모르나...

적어도 요리라는 소재로 니코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다는 게 마키의 개인적인 욕심이다.

그리고 그 욕심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른 의미로 달성하게 된다.

 

 

 

아르바이트?”

오늘 저녁에 가면 무도회 장소에서 요리사를 모집한다 하더라고거기 간다 하던데?”

 

코토리가 오늘 니코의 부재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가면 무도회라니...

 

설마... 거기인가?’

 

실은 오늘 마키도 부모님과 함께 가면 무도회에 가기로 약속이 잡혀 있었다.

상류층 사회라는 게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보여주기식 이벤트가 워낙 많은지라 개인적으로 마키는 가고싶지 않아 했지만니코가 아르바이트로 가게 되었다는 말에 마키는 생각을 고쳐먹게 된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마키는 부모님과 함께 어느 한 유명 호텔 식당으로 향하게 된다.

붉은 드레스에 루비로 치장되어 있는 작은 가면을 쓴 마키의 등장에주변인들이 가볍게 탄성을 자아낸다.

니시키노 가의 딸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스쿨 아이돌로 활동 중인 마키의 인기는 상류층 사이에서도 꽤나 높은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귀찮아.’

 

정작 본인은 이런 형태의 파티를 매우 싫어한다.

단지.

니코가 이 곳에 일한다는 이야기를 접해서 왔을 뿐이지만약 니코가 없었다면 애초에 오지도 않았을 자리였다.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며 주변을 둘러보던 마키의 시선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메이드복 차림의 트윈테일 소녀가 들어온다.

멀리 있어도 마키는 그녀가 니코라는 사실을 단박에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른 발걸음으로 니코가 요리중인 테이블의 가장 구석에 자리잡는 마키.

그녀 이전에 먼저 온 손님으로 보이는 소녀 3명이 오순도순 앉아서 니코가 대접하는 요리를 맛보는 중이다.

실시간으로 요리하는 장면과 더불어 바로바로 음식을 내주는 형태의 테이블은 대략 니코가 담당하고 있는 테이블 말고도 7-8개 정도가 더 있었다.

하지만 마키는 다른 테이블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관심사는 니코 한 명이었으니까.

 

이 메이드꽤나 요리를 잘 하네.”

 

상류층 소녀 한 명이 니코의 요리실력을 칭찬하자니코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드시고 싶으신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아가씨.”

... 딱히 없는데잘하는 요리라도 있어?”

잘하는 요리라면... 최근에 누군가한테 만들어준 요리가 있는데맛있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어머잘 됐네그거 만들어줘.”

알겠어요.”

 

니코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면서 형식적인 인사를 하자순간 마키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누군가에게 머리를 숙이며 거짓 웃음으로 일하는 니코의 모습에 마키의 심정이 매우 불편해진다.

그러나 아르바이트 아니겠는가.

참아야 한다괜히 여기서 자신이 나서봤자... 저 오만한 태도의 소녀들에게 뭐라 한다면니코에게만 타격이 갈 뿐이니까.

집안사정이 어려워 이런 아르바이트를 자주 하는 니코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다.

한편.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무언가를 만들어 테이블 위에 놓는 니코.

그것은...

 

아가씨계란말이랍니다.”

“...계란말이?”

제 소중한 친구가 맛있다고 극찬한 요리에요.”

 

순간 마키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다.

가면을 쓰고 있어서 망정이지쓰지 않았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을 받을 정도로 홍조가 짙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계란말이 따위가 뭐가 맛있는데?”

“...?”

저기 말이야이런 걸 우리보고 먹으라고좀 더 고급음식 같은 게 있잖아스테이크라든지캐비어라든지그런데 고작 서민들이나 먹는 계란말이를 이 품격있는 자리에 내놓은 거야?”

“......”

맛이 있든 없든상류층 무도회라는 자리에 맡게 품격 있는 요리를 해줬으면 좋겠어이런 수준 떨어지는 요리...”

수준 떨어지지 않아요.”

 

니코가 소녀의 말을 중간에 끊어버린다.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니코였지만.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수준 떨어지지 않아요아가씨.”

...!”

제 소중한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인걸요그리고 뮤즈 모두가 좋아해준 음식이에요수준 떨어지지 않아요오히려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가씨가 아닐까요?”

네년이...”

 

소녀들이 벌떡 일어나 니코에게 따지려고 하자.

 

그 이상 니코에게 뭐라고 말한다면내가 절대로 용서 안 할거야.”

“...!!”

 

붉은 드레스의 공주님이 작은 체구의 메이드 앞을 대신 막아준다.

루비로 치장되어 있는 가면을 쓴 공주님의 시선이 소녀들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압도적인 시선에 순간 소녀들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그와 동시에 마키가 니코의 손목을 덥썩 잡는다.

 

“...따라와.”

...”

잔말말고.”

 

붉은 드레스의 공주님의 손에 이끌려 자리를 뜨기 시작한 메이드 니코의 시선은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한다.

그녀를 보자마자 니코는 직감적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과는 다른 우월한 존재.

니시키노 마키라는 사실을.

 

 

 

현관으로 나온 마키가 가면을 벗더니 니코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왜 이딴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야!”

“...시급이 높으니까.”

그래도 그렇지... 거짓 미소까지 지으면서...”

 

순간 마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지만그녀는 애써 울음을 참으며 니코를 응시한다.

왜냐하면 그녀보다 니코가 훨씬 더 괴로울 테니까.

현실이란 이름의 장애물은 언제나 니코를 가로막는다.

그렇기에 마키는 그 점이 너무나도 가슴아프게 다가오곤 했다.

하지만 도리어 니코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한다.

 

어차피 관둘거야이런 거.”

“...시급 높다며.”

시급이 높아도내 소중한 동료들을 무시하는 그런 건방진 계집애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싶진 않으니까.”

“......”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면 되지아아노조미에게 부탁해서 신사에서 일자리를 구해볼까.”

 

장난 끼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니코에게 마키는 우물쭈물하며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르바이트 자리라면... 내가 잘 알고 있는 데가 이있는데...”

시급은?”

“...높을 거야아마도...”

 

마키의 말에 니코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협상 완료.

 

 

 

정말요리 더럽게 못하네!”

어쩔 수 없잖아처음이니까!”

아무리 처음이라도 어떻게 멀쩡한 계란말이가 석탄으로 변하냐고!”

말 다했어?!”

 

니시키노 집안 내에서 부엌을 통째로 대여한 두 소녀가 투닥거리며 요리에 열중한다.

요리 연습생 마키에게 잔소리를 늘어놓는 요리 선생님니코.

두 소녀의 모습은 이제 거의 일상 풍경이 되다시피 했다.

 

크윽... 오늘이야말로... 제대로 된 계란말이를 만들 테니까!”

그 말몇 번째 듣는건지 모르겠는데.”

 

니코가 비아냥거리며 말하자마키가 씩씩거리며 다시 거칠게 계란을 풀기 시작한다.

이 모습으로 보아선.

아마도 한동안 마키의 곁에는 니코가 꼬옥 붙어 있어줘야 하지 않을까.

마키의 요리 실력이 나아질 때까지.

그녀들은 서로 암묵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쩌면.

마키의 요리실력이 앞으로도 전혀 나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그렇게 된다면 니코는 마키의 곁에서 평생...

...이라는 건 흐뭇한 상상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