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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무제

내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어.



정해준길을 따라가다보면 그것이 내길인지 모르겠어.



내가 하고싶은일이 이게 맞는걸까, 이건 내가 할수있는 일 일뿐인걸까.





지금껏, 꿈을 찾고있어.


한쪽에서는 모두가 손을 흔들며, 여기로 오라고 하는 길이있다.

꽃가루가 휘날리고, 햇볕이 들어오고, 구름이 선선하게 흘러가는 포장도로.


하지만, 내키지가 않는다.


젊음의 오기인걸까, 그 누가 하는 말처럼 정말 다 크면


아, 그랬어야 했는데- 하고 후회할날이 오는걸까.


그런날이 와도

과연

지금이 행복하지않은데.


의미가 있는거야?



'....아.'



'마키, 무슨생각?'



잠깐 졸았나, 수업시간이 끝났다.


곧있으면 졸업식이니 풀어진건가, 나.


살짝 입에서 새어나오는 하품을 손으로 틀어막는다.


'..글쎄.'



'혹시, 오토노키자카때문에?'


친구의 손이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아침에 쓰고온 샴푸냄새가 코주위를 맴돈다.

기분좋은 향기지만, 지금은 거슬리기만 한다.


'에, 에~이, 아무것도 아니야. 나 잠깐만 잘게.'


책상을 두팔로 뒤덮고 얼굴을 묻는다.


한창 자고난뒤라 잠이 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뒤척이다 보면 잘수있지않을까.


예전부터 하기싫은일을 하는것에 익숙해졌으니까.


잊고싶다, 지금.


모든게 없는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는 편해질까.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들린다.


의식이 점점 멀어져간다.


검은색빛 바다에 잠기듯이, 의식이라는 이름의 배가 침몰한다.


'푸르르르르르르르...'

-


'예? 오토노키자카에 가라구요?'



'그래, 오토노키자카.'


하고 제멋대로 결정되어진 나의 고등학교다.


반박한번 하지못하고-


언제나 그랬다.


겁쟁이처럼. 


서류를 내러 가는길인데, 애초에 내가 왜 그런곳을 가야하는지 모르겠어.


같은 한심한소리도 눈앞에서 하지못하고 그냥 속으로 넘길뿐.



'저기, 아이스티 어떠세요~?'



아키바의 거리에 들어서자, 저멀리서부터 메이드가 보인다.


흑발에 리본으로 트윈테일을 한 여자가 열심히 전단지를 돌리고있다.


'오타쿠취향인가...'


저사람도 물론 힘들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저런건 사양이니까, 피해가자.


안그래도 머리가 아픈데, 굳이 저런사람 곁에 있고싶지가 않아...


'그나저나, 아키바의 거리는 정말 활기차구나.'


저기에서는 최근 유행이라는 스쿨 아이들이 공연을 하고있고, 또 옆에있는 가게에서는 그 아이돌들의 굿즈를 팔고있다.




스쿨 아이돌, 이라.. 저런 유행타는 음악들은 싫어한다.



아무런생각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위해 만들어진 노래, 그런것들은 아무것도 이끌어낼수없잖아.


그래도, 부럽다.


적어도 그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싶은걸 하고있겠지.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꽂고 그대로 음악을 재생시킨다.



'♪~♬~~~~'


볼륨을 최대로 올린다.


아무것도 들리지않게.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나지않게.


-- 

'헤, 아이스티를 광고하면서, 정작 당사자는 더워죽을지경이라니. 헤헤..'


정신이 혼미해져간다, 사람들에게 내밀어지는 손이 기계처럼 움직인다.


'우와- 정말 살인적인 거리로구나~ 아키바. 이러다가 진짜, 큰일날수도..'



또 한명, 사람이 지나간다.


'아, 아이스티 어떠세요~!'



건내지는 전단지, 내쳐진다.



'우와, 쌀쌀맞네..'


저런 사람이 차라리 다행이야.


무표정으로 받고서는,


아무일도없다는듯이 바로 쓰레기통에 쳐박아버리는 사람들보단낫다.


힘들지만 그래도 계속, 어쩔수없지.


'저, 아이스티 어떠세요?!'



하는수밖에...!



..흑.


--

눈앞에 내밀어진 전단지, 「아이스티, 할인~!」귀여운 이모티콘들이 같이 프린트되어있다.



'꽤나 귀엽네..'


그나저나 나, 피한것같은데 어째서 여기로 온거지.



뭐, 상관없나.


귀찮다.

-


쪼로록, 하는 소리가 귀를 자극시키고, 넘어가는 탄산들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맛있어, 이거.'



1층에있는 가게밖의 의자에 앉아서 음료수를 마시니 약간남아있던 더위가 몸안에서 사라지는것같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만 있다면..'



눈을 감는다.


불어오는 바람이 코끝을 간질이며 지나간다.


고민이 바람에 날려 같이 사라지는것만 같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