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조에리

(4)
조명이 꺼진 뒤에도, 가수는 음악을 꿈꾼다. 흐르는 멜로디를 따라 머리칼이 휘날린다. 가사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모두의 목소리와 어우러진다.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 그 땀마저 기분 좋게 느껴졌기에 닦아내지 않았다. 노래에 맞추어 저마다 가지각색의 형광봉을 들고 흔드는 관객들,들려오는 그들의 환호와 응원소리. 음악이 끝나자 스포트라이트가 꺼진다. 긴장 때문에 한꺼번에 숨을 몰아쉰다. 다음 무대가 열리기 직전의 짧은 순간.마음이 이어진 듯 모두와 눈이 마주치자 입가에 미소를 띤다. 지금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노조미쨩! 다음 노래가 이번 무대의 마지막이야.』 손을 내미는 호노카. 『뭘 멀뚱멀뚱하게 서있는 거야? 노조미.』 니코. 『…….』 뮤즈의 모두와 함께. 영원히 끝나지 않는 뮤즈의 세계ㅡ ... 「오랜만이네.」 「...!」 짤랑ㅡ ..
노조에리 초콜릿 작전 아무도 없는 한적한 부실.천천히 문이 열리며 그녀들이 들어온다. “저기 니코. 초콜릿 만들었어? 응? 만들었지!” “에? 당연하지. 너희들한테 주려고 사랑이 담긴 수제♡러브니코♡초콜릿을 잔뜩 만들어왔다고.” “그런 걸 아무런 표정변화도 없이 잘도 말하는 구나…….” “먹고 싶어! 니코가 직접 만든 수제♡러브니코♡초콜릿 먹고 싶어!” 2월 14일.BiBi 유닛 곡의 연습을 위해 모인 그녀들이었지만, 연습 이야기는 온데간데없이 어느 샌가 발렌타인 초콜릿 이야기로 변질되고 말았다. 시초는 아야세 에리였다.초콜릿을 보면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좋아하는 그녀로써 발렌타인데이는 그야말로 사랑의 결실, 1년이라는 긴 세월 사이의 하루뿐인 축복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녀의 사물함은 후배들의 사랑이 담긴 초콜릿으로 가득 차..
그 무엇보다 달콤한 그 날 아침, 침대에서 눈을 뜬 순간 노조미는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가쁘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호흡, 어째서인지 빙글빙글 도는 듯한 시야. 평소보다도 훨씬 더 뜨거운데도 이상하리만치 싸늘하게 떨려오는 몸. 참으려고 했지만, 목을 타고 올라오는 간지러운 느낌에 밭은 기침을 내뱉는다. "콜록!"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감기였다. 노조미는 한 팔로 침대를 짚어 몸을 지탱하며 일어서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질 않는지 이내 침대 위로 쓰러지고 말았다. 혼자 살 때 아픈 것만큼 서러운 것도 없는데,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며 노조미는 간신히 손을 뻗어 침대 머리맡에 놓아둔 스마트폰을 집어들었다. 도저히 학교를 갈 몸 상태가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이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기..
아야세 에리, 러브레터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이들 역시 여고생이다. 사랑에 대한 동경을 할 나이,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사춘기 공주님의 역할은 소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상상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난데없이 그런 사랑 이야기를 맞이하게 된 아야세 에리는 솔직히 말해서 당황스러울 뿐이다. "어째서 이런 게..." 금발의 시원스런 스타일을 지니고 있는 여고생, 에리는 아이돌 연구부 부실 안에서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손에 든 물건을 바라본다. 저번처럼 난데없이 성인 잡지를 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오늘은 어떤 의미로 성인 잡지보다 더 파워풀한 물건이 등장한 것이다. 소위 말하는 러브레터. "나, 남자한테 고백?!" 뮤즈 멤버들의 눈동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세상에. 말로만 듣던 고백을 받은 여고생이 존재할 줄이야. "그게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