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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슴가 전문가, 토죠 노조미다yo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특정 신체 부위에 전혀 신경을 쓰지 말라는 법은 없다.


 


“......”


 


동아리 부실에서 유독 노조미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뭔가 불만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린.


그 시선을 눈치챈 노조미가 빙그레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나한테 무슨 볼일 있노?”


“...아무것도 아니다냐.”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걸로 보아선, 필히 노조미에게 뭔가 화를 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얼마 전, 도주하는 니코를 쫓아가던 도중, 가슴의 크기 덕분에 좁은 자동차 사이로 들어가지 못한 노조미가 린에게 대신해 니코를 쫓으라고 지시했던 사실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는 것인가.


 


“어, 어자피 난 가슴 작다고!”


 


린이 화를 버럭 내면서 원한에 사뭇치듯 외친다.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노조미를 향해 척 가리키더니 하는 말.


 


“나도 가슴 커지고 싶다냐!”


“어머, 커지면 오히려 불편한 점이 더 많을 텐데?”


“그, 그건 가진 자의 여유일 뿐이라고! 없는 자에게도 배려를 해달라!”


 


그러면서 옆에 있는 니코의 손을 잡는다.


 


“그치? 니코?”


“야!! 왜 니코의 손을 잡는 거야! 내가 뭐 어때서?!”


“하지만 니코가 우리 중에서 가슴이 제일 작잖아?”


“확정적으로 말하지 마! 나보다 작은 사람이 분명 있을 테니까!”


 


라고 말하더니 니코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우선 가슴이 작을 것 같은 사람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순차적으로 맞은 편에서 책을 읽고 있는 에리를 바라보는데.


 


“......”


 


에리가 린과 니코의 말을 듣더니 애써 못 들은척 하면서 한 팔로 가슴 부근을 가린다.


 


“...무리다냐.”


“시, 시끄러! 다음!”


 


뒤이어 관찰대상을 바꾼 쪽은 다름이 아닌 코토리.


 


“...다음!”


“확인해보지도 않았다냐?!”


“보나마나 뻔하잖아! 다음이라고, 다음!”


 


코토리가 어색하게 웃으며 린과 니코의 말을 넘겨 듣는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니코와 린같이 가슴이 그렇게까지 작은 부류에 속한 소녀는 보이지 않는다.


이름하야 빈유파.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쪽이라고는...


 


“우미... 정도일까.”


“...맞고 싶은가요? 니코. 린.”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하는 우미 덕분에 니코와 린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한편,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노조미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하길.


 


“가슴은 커봤자 별로 안 좋다니께.”


“거유파다운 말이네. 항상 가진 자들이 부족함을 토로하지. 안 그래?”


 


니코가 코웃음을 치며 노조미의 말을 받아친다.


그러나 노조미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주장에 대한 근거를 풀어놓는다.


 


“생각해 보레이. 가슴이 크면 계단을 내려갈 때 밑 계단이 잘 안 보인다 아이가. 그리고 어깨도 결리고, 뛸 때도 불편하고.”


“나도 그 불편함이라는 걸 느껴보고 싶다냐!!!”


“가슴 커지는 비법이라도 좀 알려주고 그런 말을 해!”


 


린과 니코의 항의에 결국 노조미가 알았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내, 특별히 가슴이 커지는 비법을 알려주겠데이.”


“비법?”


“이마에 나뭇잎 한 장을 붙여놓고 이틀 동안 버티면 된데이.”


“...어마어마한 비과학적인 비법이다냐...”


“믿고 안 믿고는 너희들 마음이니께. 알아서 하레이.”


 


노조미의 비법을 전수받은 니코와 린.


그녀들은 서로의 시선을 마주보더니, 믿져야 본전이라며 가볍게 두 손을 마주잡는다.


 


 


 


 


그리고 다음 날 방과 후.


 


“어떠냐!”


“이, 이러면 된다냐?”


 


니코와 린이 이마에 나뭇잎을 테이프로 살짝 붙인 채 동아리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을 보던 에리와 기타 뮤즈 멤버들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그 모습으로 하루종일 있었던 거야?”


 


에리가 진짜냐고 묻자, 니코가 어깨를 으쓱인다.


 


“덕분에 선생님한테 무진장 혼났지만.”


“요즘 뮤즈는 개그 콘셉트로 지향했냐는 소리를 들었다냐...”


 


린도 수업 시간에 한 소리 들었는지 주눅든 표정으로 말한다.


그러자 에리가 노조미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는다.


 


“노조미. 아무리 장난이라 해도 이건 심하잖아.”


“설마 따라할 줄 몰랐다 아이가.”


 


노조미도 어색하게 웃으며 니코와 린이 설마 이마에 나뭇잎을 붙이고 하루종일 학교 생활에 임할줄은 몰랐다는 듯이 혀를 빼꼼히 내민다.


뒤늦게 거짓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니코와 린이 강력하게 항의를 하려던 순간.


 


“휴... 늦어서 미안해요.”


 


궁도부 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우미.


그러나 모두가 우미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만다.


평상시에는 착용하지도 않는 헤어밴드가 우미의 이마에 둘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기. 우미? 그 헤어밴드 안에 혹시...”


 


설마 하는 생각으로 우미에게 묻는 에리.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무것도 안 들었어요! 아무것도!”


“아니, 아무리 봐도 뭔가 ‘이마에 붙어있는 것을 감추기 위한 장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헤어밴드인데.. 그것보다 궁도부에서 헤어밴드는 필요 없잖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우미였지만, 빠르게 우미쪽으로 쇄도해 들어간 린이 우미의 헤어밴드 쪽에 손을 뻗는다.


그리고...


 


팔랑~


 


“이, 이건...”


 


벗겨진 헤어밴드 아래로 떨어진 것은 다름이 아닌, 초록 빛깔의 나뭇잎 한 장.


한동안 이어진 침묵에 우미는 부들부들 몸을 떨더니, 이내 울먹이며 동아리실을 뛰쳐나간다.


 


“나, 나도 가슴 커지고 싶었단 말이에요!! 모두 미워요!!”


“......”


 


그렇게 우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뮤즈 일행들 중에서도 이 사건의 원흉인 노조미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한다.


 


“진심으로 미안하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