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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마법사, 그리고 미소의 주문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언제나 기분 좋은 일만 생기지는 않는다.


아이돌 연구부 부장, 야자와 니코는 하루종일 축 처진 기분으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아-”


 


의미모를 한숨까지.


부실 안에서 묘하게 텐션이 낮은 니코가 자신의 가방을 들고 부실을 나서기 시작한다.


 


“나 먼저 갈게.”


“응? 벌써?”


 


호노카가 왜 벌써 가냐는 듯이 말을 걸려고 했지만, 노조미와 에리가 그런 호노카의 말을 가로막으며 니코에게 말한다.


 


“먼저 가는 게 좋겠어.”


“잘 다녀오레이.”


“......”


 


니코가 노조미와 에리를 한동안 지그시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며 부실 바깥을 나선다.


그 모습을 보던 코토리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는다.


 


“오늘 니코, 무슨 일 있어?”


 


왠지 사정을 아는 거 같은 노조미와 에리에게 질문을 한다.


미리 니코의 사정을 알고 있지 않으면, 얌전히 니코를 돌려보낼 이유는 없으니까 말이다.


 


“글쎄...”


 


에리가 난감하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면서 말을 아끼자, 마키가 뭔가 초조하다는 듯이 곱슬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한다.


이들의 대화에 관심 없는 척하지만 이미 귀는 에리와 노조미의 말에 기울여진지 오래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니코의 모습.


좀처럼 기운이 없는 니코는 상당히 보기 드물다.


언제나 아이돌 바보인 니코의 모습에 마키는 상당히 낯선 감정을 느꼈다.


무슨 일일까?


 


“알려주는 게 좋지 않나?”


 


노조미가 에리에게 제안하듯 말한다.


역시 이 두 사람은 알고 있다.


니코의 텐션이 낮은 이유를.


 


“그리고 무엇보다...”


 


노조미가 살며시 눈웃음을 치며 마키쪽을 바라본다.


 


“왠지 알려주지 않으면 큰일날 사람이 한 명 있으니까.”


“벼, 별로! 알고 싶지 않거든?!”


 


고개를 홱 돌리며 노조미의 말에 나름 반박을 해본다.


하지만 그런 마키의 행동이 부정이라는 의미가 아님을 알고 있는 에리가 작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말을 꺼낸다.


 


“오늘은...”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니코.


넓은 국립묘지에 위치한 어느 비석 앞에 마주선 니코가 힘없이 웃어 보인다.


 


“나 왔어, 아빠.”


 


가방 안에 담겨있던 손수건을 꺼내 정성스레 비석 위에 쌓인 먼지들을 닦아낸다.


야자와 니코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다.


아직 어린애에 불과한 니코를 남겨두고서.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나 괜찮을 줄 알았지만, 매번 오늘이 오면 기분이 괜히 울적해진다.


언제나 남들 앞에 미소를 지어야 하는 직업, 아이돌.


니코는 언제나 미소를 짓는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니까.


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떨까?


 


“...니코.”


 


익숙한 음성에 니코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마치 이럴 줄 알았다는 듯이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이름을 부른 상대방, 니시키노 마키를 향해 시선을 마주한다.


 


“노조미나 에리나... 그토록 비밀로 해달라고 했건만.”


“아버지 기일이라는 거... 왜 말 안 했어.”


 


마키가 원망하듯 니코에게 질책한다.


그러자 니코가 힘없이 웃으며 짧은 대답으로 마키의 책망에 응수한다.


 


“싫으니까.”


“...뭐가.”


“난 말이야. 아버지 기일에 누군가와 같이 이 장소로 오는 게 싫어. 왜냐하면.”


 


니코가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본다.


 


“미소지을 수 없는 내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거든.”


“......”


“예전부터 아빠에게 들은 마법의 주문이 있어. 그거 알아? 내가 언제나 ‘니코니코니-’라 말하는 거.”


“...모를 리가 없잖아.”


“아빠는 내가 ‘니코니코니’라 말하면, 언제나 웃어주곤 했어.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그리고 몸이 아픈 채로 병실에 누워있어도.언제나 내가 니코니코니라 말하면 웃어줬으니까.”


 


니코의 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전에 알려준 마법.


미소의 주문.


그 주문을 읊으면.


 


“아빠는 언제 어디서라도 미소를 지어줬으니까.”


“니코...”


“그래서 그 주문을 말하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어. 왜냐하면 이 장소는, 신데렐라의 마법이 풀리는 현실적인 내 자신과 마주하는 곳이니까.”


“......”


“그러니까 돌아가.”


 


단호하게 말하는 니코에게 마키가 살짝 주먹을 말아쥔다.


 


“나도 싫어.”


“...뭐?”


 


그렇게 말하고서.


성큼성큼 니코에게 다가간 마키가.


난데없이 작은 체구의 니코를 와락 껴안는다.


신장 차이 덕분에 니코의 얼굴이 그대로 마키의 가슴에 파묻힌다.


 


“이렇게 하면, 미소짓지 못하는 네 모습을 안 볼 수 있잖아.”


“......”


“그러니까 난 네 곁에 있을 거야. 마법이 풀리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잖아.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네 미소의 주문은...”


 


니코를 감싸안은 팔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언제까지고 지켜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


야자와 니코.


 


“주문을 읊으면... 내가 대신해서 언제까지 웃어줄 테니까.”


 


따스한 봄바람이 두 소녀의 전신을 훑는다.


그와 동시에, 니코가 그대로 마키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 말, 절대로 잊지 않을 거야.”


“...응.”


“평생토록. 절대로.”


“알고 있어.”


“......”


 


미소의 주문.


사람들을 웃음짓게 만드는 마법을 알고 있는 작은 마법사, 야자와 니코의 선언에 마키는 그저 얌전히 그녀를 안아줄 뿐이었다.


가슴 부근에 촉촉한 액체의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마키는 그저 모른 척한다.


단지 안아주기만 한다.


왜냐하면, 마키는 울음을 그치게 할 주문같은 건 모르는, 야자와 니코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에 불과할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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