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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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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곁에 머물고 싶어 -1- 「후우ㅡ」 아직은 추운 3월의 늦은 밤. 추위가 느껴져 숨을 불어냈지만 입김은 나오지 않았다.바람이 살짝 불어와 단추가 풀린 재킷을 뒤로 밀어내려했다.대충 옷을 여미고 팔짱을 꼈더니 한결 따듯해진 기분. 마키는 비니를 눌러쓰고 지겨울 만큼 익숙해진 거리를 주욱 훑어보았다.이 방향으로 한참 걷다보면 모퉁이, 그 모퉁이를 돈 다음 좀 더 걸으면 편의점. 집 근처의 편의점은 썩 나쁘지 않은 장소였다.끼니를 값싼 돈으로 해결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마주칠 일이 적었다. 손가락으로 세려면 손을 열 번은 쥐었다 폈다 해야 할 만큼 편의점을 제집처럼 들락날락했더니, 이젠 편의점 직원이 주로 사는 물품을 기억할 정도였다.『어서 오세요! 담배는 늘 피던걸로 드릴까요? 아, 오늘은 토마토샌드위치가 떨어졌는데ㅡ』같..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5(完)- ----------------조금만 깊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던 사실 아니었을까. 왜 마키가 나를 피하려는지 알았다면, 이렇게 시간을 끌 이유가 있었을까?나는 왜 지금까지, 진실을 피해왔던 걸까.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단지 사고였을 뿐이다. 단지 별거없는,단순한 사고.-----------------'니.. 코? 뭐야. 이거, 꿈이지?'혹시나 해서 내 옆을 바라봤지만, 거기에는 니코 모습을 한 '내'가있었다.'저건 진짜네.' '진짜.. 니코야?' 뭘까, 갑자기 치켜드는 이 마음은. 뭘까, 왜 나는... 니코를 원망할 수가 없는 걸까. 『피하지 마, 마키. 내 눈을 봐.』닥쳐, 네가 뭘 안다는 거야.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나를 일으켜 세울 수는 없어, 니코. 『어리광 피우지 말라는 거야, 너』허, ..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4- -----------------범죄자에게 동정심을 느껴버리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그것과 관련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현재,'니코가 전혀 밉지가 않아..!' '아니, 미워할 이유가 없는 거야. 네가 한 짓을 잊어버린 거야? 니콧.'이제는 니코로까지 나오는 건가.. 대단해,'나'.그런데,'내가 한 짓이라니, 너는 알고 있는 거야?'그날의 기억은 제대로 나지 않는다, 나는 왜 니코가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글쎄에.. 너는 지금 진실을 말해도 듣지 못하는 상태야,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겠네.' 베에에,혀를 내민다.궁금하게 하고는 '나'는 시야에서 사라져버린다. '아.. 정말 싫어.. 나란 거.'------------------『그래서.. 그렇게 된 거야.』확실히 그녀의 설명을 들으니 이해가 가는군..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3- ------------------한 달 전- 서늘한 바람이 뺨을 흩고 지나간다.'... 지금은 여름인데?'괜스레 드는 이상한 생각에, 옆에 있던 마키를 바라본다.『니코,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거야?』계속 보고 싶어지는 얼굴만이 있을 뿐, 아무 일도 없었다.『아니, 아무 일도 아니야, 니코』 그때는 알고 있었을까. 내가 그 얼굴을...없애버렸단걸.------------------마키의 집- "그 말은 지금 마키 아가씨가 실어증.. 에라도 걸렸다고 말하고 싶은 겁니까, 당신?"마키는 지금...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태일 것이다. 『네. 그리고 그건 저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에요.』 "당신, 당신이 한말에 책임을 지실 수는 있나요?"'당연.. 하지.'아니. 책임이고 자시고, 내가 그 대가를 받..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2- -------------'없어.'온갖 곳을 뒤져봐도 보이지 않는다.'마키, 어디 간 거야...?'희망이 없어진 순간, 망상이란 이름의 괴물은 두려움을 먹고 커져만 갔다.'혹시나...'하는, 그런 일은 없다고 다짐하면서 억지로 망상을 피했다.탁상위의 과도같은걸 볼때마다 가슴이 뛴다.그런일이 일어나서,내가 범인으로 몰린다고해도,아무말도 할수없을것이다. 모든 것은, 내 탓이니까.--------------『에?』간호사가 당황한 듯이 말한다."에? 마키 양은 지금 부모님이랑 외출한 상태에요. 저희 병원 옥상은 열리는 날이 거의 없고요."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 '내가 과민반응... 한 걸까?'최근, 마키 의 상태는 더욱 심각해 보였다.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는.생애 모든 것을 바쳐왔던 게..
미소를 잃어버린 아가씨, 건반이 없어진 피아노 -1- ---어라, 니코가 왜 내 앞에서 울고 있는 걸까.『마.. 키? 마키? 일어났구나! 』'무슨 소리야, 나는 이렇게 멀쩡한걸. 걱정 많은 연인이라니까, 정말'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쓰다듬는다.쓰다듬는다.『어..?』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어..?』 ---『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청소해야 해, 니콧』 『성적을 그만큼 받으면 당연한 거야,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고..!』 『조, 조용히 햇! 』과학실은 고교 생활 3년 동안 잘 들러본 적이 없는 교과실이었다.학교 성적에는 관심도 없었고, 학교가 끝나면 동아리 부실에 있었으니까, 줄곧..『니코, 뭐 하고 있어?』그래, 저 아이를 만나기 전까진.『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빨리 청소를 시작하자고.』청소 함을 여는 두 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