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럽갤문학/단편

릴리 화이트, 센터전쟁

릴리 화이트, 센터 전쟁




스쿨 아이돌이라 해도 욕심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욕심은 인간의 근원 중 하나.
그중에서도 특히나 뮤즈 인원들에게 있어서 유독 탐이 나는 욕심거리가 하나 있다.

"생각해 봤는데, 우리 유닛은 왜 센터가 없는기가?"

방과 후.
다른 이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릴리 화이트 유닛 멤버들은 긴급 회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미 프렌땅과 비비는 센터를 2명씩이나 배출한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릴리 화이트는?
릴리 화이트는-?
릴리 화이트는-??

"그, 그거야..."

곰곰이 생각하던 린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모르겠다냐..."
"우미, 이건 네 책임이 크다 아이가."
"제 책임... 말인가요?"

갑자기 화살의 끄트머리가 우미를 겨누기 시작한다.
이해가 잘 안 된다는 표정으로 노조미를 바라보던 우미. 하지만 그녀에게 노조미의 책망 어린 시선이 들려온다.

"니, 리더 아이가?"
"...!!"

잠시 잊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릴리 화이트의 리더를 맡고 있는 건 다름이 아닌 소노다 우미.
릴리 화이트의 성적이 저조한 건 우미의 책임이 완전 없지 않다는 말과도 같다.

"저, 저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요! 그 창피한 러브 애로우 슛도 했다구요!"
"하지만 결과가 좋지 않으면 말장 꽝 아이가?"
"그, 그러는 노조미는- 어떤가요?!"
"내 말하는기가?"
"당연하죠! 여기서 가장 연장자잖아요! 리더라고 책임을 돌리지 마세요! 스피리츄얼한 파워로 어떻게 해보라구요."
"...사실은 내 말이지..."

갑자기 정색한 표정을 짓던 노조미가 우울한 표정으로 말한다.

"실은 컨셉이데이."
"이제와서 설정을 무너뜨리지 마세요!!"
"농담이데이, 농담. 실은 내 운은 말이지..."

이번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겠지.
그렇게 생각한 우미와 린을 향해 노조미가 혀를 빼꼼히 내민다.

"릴리 화이트에 포함되는 순간부터 내 운은 이미 다 떨어졌데이."
"벌써부터 포기 모드다냐?!"

린의 귀가 쫑긋 올라간다.
이대로는 안 된다.
리더는 무능력하고, 최연장자는 스피리츄얼한 파워력이 줄어들었다.
여기서는 린이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나,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다냐!"
"들어보도록 할까요?"

리더, 소노다 우미가 발언권을 허락하자 린이 고개를 흔들며 말한다.

"우리도 우리만의 컨셉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다냐?"
"콘셉?"
"프렌땅은 큐티, 비비는 쿨. 우리는... 없잖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애초에 릴리 화이트의 색깔 자체가 매우 희미하다.
다른 유닛 그룹은 명확한데, 릴리 화이트만큼 애매모호한 유닛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얀데레 풍은 어떻데이?"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요?"
"우미, 니 호노카 좋아하지 않네이?"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갑자기!"
"그럼 싫어하는기가?"
"...싫지는 않지만..."
"코토리가 호노카를 삐앗아 가려고 하는 순간, 니의 얀데레 속성이 발동하는건 어떤기가?"
"제가 살인을 저지르는 꼴을 보기 싫다면 그만두시죠."

우미에게 있어서 호노카는 절대적인 연애 대상...이 아니고, 소중한 친구.
친구를 독점하는 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 우미의 결론이었다.

"청순가련 컨셉은 어때?"

린의 제안이었지만, 솔직히 그 컨셉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린의 얌전한 모습...
.....
.....

"미안, 상상이 안덴데이."
"너무하다냐!!"

그렇게 한참을 생각하던 릴리 화이트였으나, 별다른 결론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온 호노카가 말하길.

"그다지 이대로 하던 데로 하면 되지 않을까?"
"호노카, 듣고 있었나요?"
"응. 안이 소란스럽길래... 그보다 난 지금의 릴리 화이트가 좋은걸. 굳이 자신의 캐릭터성을 버리면서까지 릴리 화이트를 바꾸는 건 난 싫어."
"...호노카..."

우미의 눈동자가 반짝거리기 시작한다.
리더로서의 책임감에 자신도 모르게 릴리 화이트로서의 정체성을 잃을 뻔했던 우미가 호노카의 손을 꼬옥, 정말로 꼬-옥 잡고 외친다.

"호노카, 정말 고마워요!"
"응! 힘내, 우미."




그리고 다음날.
유닛 선호도 조사 순위.
1위, 비비.
2위, 프렌땅.
3위, 릴리 화이트.

"......"
"......"
"......"

할 말을 잃은 3명은 초점없는 눈동자로 설문결과를 바라본다.

"리더... 우리, 컨셉을 바꾸는 거,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어떤기가..."
"...노력해보죠."

세상에는 호노카의 말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미는 오늘, 그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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